[권구현의 필름시럽] 故 김주혁을 추모하며, '홀로서기는 우리가 할게요'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주혁이와의 첫만남으로부터 19년, 같이 일한지 16년 동안 쌓아논 행복한 추억을 이글에 쓰고싶었고 주혁이가 얼마나 근사한 배우였는지 쓰고싶었고 주혁이가 얼마나 착하고 귀여운 동생이었는지 쓰고싶었지만 그러지 않겠습니다. 혹여 그 추억을 쓰고나면 우리 우정의 무게가 가벼워질까봐, 혹여 그 좋았던 시절을 얘기하고 나면 그추억이 일찍 잊혀지고 흩날리게될까봐. 평생 소중한 추억으로 내 가슴속 깊은곳에 남겨두도록 하겠습니다

- 김동식 나무엑터스 대표 인스타그램에서 발췌

故 김주혁이 세상을 떠났다. 많은 이가 눈물을 흘렸다. 그가 하늘로 돌아간 다음 날, 마음을 추스르는 사람들의 심경을 비춘 듯 하늘에서도 비가 내렸다. 그렇게 배우 김주혁은 우리 곁을 떠났다.

그의 가족부터, 연인, 동료, 지인, 팬, 그리고 일면식도 없었던 사람들까지도 애도를 표했다. 생전 함께 했던 시간을 곱씹는 글부터, 가장 사무적이지만, 그래서 가장 힘들고 슬펐을 소속사 나무액터스의 공식 보도자료까지도 구구절절 슬픔이 배어있었다. 모두가 진심이었기에 더욱 애달팠다. 고인이 걸어온 발자취가 따뜻하고 향기로웠기 때문일 터다.

올해 초 겨울, 영화 ‘공조’를 통해 인터뷰를 나선 김주혁을 만났다. “허세도 없고, 가식도 없다”고, “본인에 대한 포장도 잘 하지 못한다”며 “대신 타인에게 나쁜 짓도 안 하는, 어쩌면 철저한 개인주의자”라고 자신을 평가했었다.

그런 그는 알고 있었을까? 이 세상 살아가며, 사람과 부대끼는데 허세도 없고, 가식도 없기가 얼마나 힘든지. 타인에게 나쁜 짓 안 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되는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김주혁이라는 배우를 좋아하고, 그의 사람 냄새를 쫓는다는 것을 과연 알고 있었을까?

본인의 혈액형이 A형이라고, 어려운 일이나 심적 고민이 있을 땐 혼자 삭이는 편이라고 했다. 그 화가 밖으로 터지지 않는다고, 아마 참는 것은 자기만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 거란 자랑도 했다. 그저 그럴 땐 담배 한 개비로 속을 삭힌다며, 그래서 담배를 못 끊는 거 같다며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인터뷰를 마친 후 그 좋아한다는 끽연을 함께 했다. 인터뷰 중 “10년 단위로 연기가 달라진 거 같다. 앞으로 10년 후의 연기도 달라져 있을 거다”라는 말을 나눴기에, 사람 김주혁으로서의 계획도 물었다. 그런데 그에게 남아있는 숙제는 의외로 ‘홀로서기’였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혼자 살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제대로 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홀로서기를 잘 하는 것, 그것이 제 목표다"라기에, “여자친구도 있는 선배가 솔로 앞에서 못 하는 말이 없다”라며 웃고 넘겼지만, 아마 아직도 가슴 한 켠에 크게 존재하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했음이었다. 그리고 그 대화가 그와 나눈 마지막 추억이 됐다. 

그의 홀로서기는 이제 미완의 숙제가 됐다. 본인은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홀로서기는 남겨진 사람들의 숙제가 됐다. 많은 이들이 추모를 남겼지만, 아마 속으로 슬픔을 삼키고 있는 이가 더 많을 것이다. 그가 쌓아온 인연의 무게에 따라 각자 숙제를 마치는데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날’ 것 같은, 홍반장 김주혁. 그 따뜻했던 웃음을 우리는 오랜 시간 기억할 터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플레너스시네마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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