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꾼' 현빈 "노인 분장? 관객도 속이고 싶었다"
[Z인터뷰] '꾼' 현빈 "노인 분장? 관객도 속이고 싶었다"
  • 권구현 기자
  • 승인 2017.12.0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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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여전히 잘 생겼고, 말끔한 얼굴인데 평소와 사뭇 달랐다. 머리를 많이 길렀고, 수염도 자르지 않았다. “대체 왜?”라고 물으니 “‘창궐’ 찍느라”고 했다. “머리는 잘 모르겠고, 수염은 잘 어울린다”고 칭찬하니, “칭찬은 고마운데 ‘꾼’ 홍보하고는 이미지가 안 맞아서”라며 머쓱해 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창궐’ 촬영을 스톱시킬 수 없으니, ‘창궐’ 홍보 때는 ‘꾼’의 지성이처럼 하고 다녀야겠다”라며 웃었다.

현빈이 이번에 관객 앞에 내놓은 작품은 영화 ‘꾼’이다. ‘꾼’은 희대의 사기꾼을 잡기 위해 뭉친 ‘사기꾼 잡는 사기꾼들’의 예측불가 팀플레이를 다룬 범죄오락영화다. 현빈은 사기꾼만 골라 사기를 치는 ‘황지성’을 연기했다. 그간 스크린에서 무거운 역할을 주로 해왔던 현빈이기에 능글맞은 웃음과 화려한 언변으로 무장한 ‘지성’은  더욱 반갑다.

하지만 제니스뉴스가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현빈은 여전히 진지했다. “예전엔 이 정도로 말수가 적지 않았던 것 같은데”라는 농담에도 “그랬었나요?”라며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남겼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미소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인터뷰, 그 시간들을 지금 이 자리에 전한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받았던 느낌은?
‘꾼’을 선택했던 건 반전의 재미 때문이었다. 더불어 지성이 가지고 있는 매력도 재미있었다. 시나리오에 있는 반전의 매력을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너무 궁금했다.

한국 영화의 흐름 중 하나인 케이퍼 무비다. 다른 케이퍼 무비와 차별된 지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성 혼자가 아닌 다른 사기꾼들과 함께할 때 생기는 하모니와 시너지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다름이라는 건 많다고 생각한다. 사실 전 케이퍼 무비가 처음이다. 아마 앞으로도 케이퍼 무비는 나올 거다. 그 작품들이 각각 얼마나 차별을 두고 나올 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케이퍼 무비가 가진 장르적 재미는 크게 바뀌지 않을 거 같다.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도 있다. 가장 최근엔 ‘마스터’가 있었다.
해결하는 방법이나 결론이 대해 비슷했다면 우려를 했을 거다. 진행도 그렇고, 해결도 그렇고, 결론도 다르다고 생각한다.

첫 케이퍼 무비라니, 그간 장르에 대한 갈증도 있었을까?
흔히 말하는 ‘로망'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꾼’의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기에 선택했을 뿐이다. 전 장르를 놓고 '이것을 찍어야 하는데'라는 계획은 없다.

시나리오 때도 노인으로 특수분장하는 것이 들어 있었을 텐데, 기대되는 지점이었을까?
관객들을 완벽하게 속이고 싶어서 고민을 많이 했었다. 분장에 꽤 시간이 걸렸다. 한 번 할 때 마다 두 시간에서 세 시간 반쯤 걸렸던 것 같다. 부위별로 붙여야 했기에 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테스트를 여러 번 진행했다. 카메라를 놓고 지켜보며 분위기까지 파악했다. 여러 수정을 거치기도 했다. 이 모든 게 관객들을 속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결국 인류와 떼어놓을 수 없는 기본 욕구다. 그 정점인 사기꾼을 연기했는데, 특별히 준비한 것은?
'튀면 안 된다'였다. 사기꾼들이 사기를 치는데 튀어 보이면 안 되는 거였다. 그래야 지성이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었다. 튀지 않고 먹잇감을 하나 둘 던져준다고 생각했다. 그 먹이를 던졌을 때 주변의 인물들이 어떻게 움직일까를 생각하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이미 찍어 놓은 ‘협상’도 그렇지만, 이번 작품도 입봉 감독과 함께 했다.
신인 감독님과 함께 한다고 하여 별다를 것은 없다. 무엇보다 ‘꾼’의 장창원 감독님은 이번 시나리오를 직접 쓰셨다. 작품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의미다. 그것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영화의 매력으로 사기꾼들 간의 하모니를 이야기했는데, 촬영 현장도 재미있었을까?
이번 작품은 특히 다른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는 신들이 많았다. 다른 배우들은 모르겠으나 전 시나리오를 읽을 때 만화책처럼 머릿속에 상상을 한다. 그 그림을 그리고 현장에 가는 편인데, 이번 영화는 슛 들어갔을 때 그 상상과 전혀 다른 리액션이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게 너무 좋았다.

현빈 씨의 상상력을 가장 많이 넘나든 배우는 누구였을까?
하하. 상상하시는 그분이다.

역시 배성우 씨?
맞다. 상상과 크게 다르다는 의미가 아니다. 제 상상했던 음식 위에 훨씬 더 좋은 소스를 뿌려주는 느낌이었다. 상상이 미치지 못했던 비워진 부분을 채워주는 것 같았다. 애드리브가 많다는 의미도 아니다. 본래 대사가 변주된다는 느낌이다.

이번 영화에서 현빈이라는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봤다. 바로 “왜소하다”는 느낌이다. 단 한 번도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유지태 씨와 투샷을 보니 그런 느낌이 절로 들었다. 
맞다. 참 크시다. 하하. 전 유지태 선배와 해서 너무 좋았다. 듬직하신 분이다. 감정과 연기를 파고드는 분이다. 영화에 대한 사랑도 남다르시다. 많은 자극이 된 것 같다. 평소엔 그렇게도 자상하신 분이, 촬영에 들어가면 눈빛이 변했다. 

홍일점 나나 씨는 어땠나?
노력파라고 봤다. 그런데 현장에 왔을 때 티는 안 낸다. 하지만 뒤에서 나름 철저하게 준비를 해왔다는 게 보였다. 리액션을 할 때 주변 배우나 감독님을 보고는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여기엔 유지태 선배가 큰 축을 담당해 준 것 같다. ‘굿와이프'를 같이 했었으니 나나 씨가 편했던 부분이 있었을 거다. 무엇보다 밝은 에너지를 가진 친구다. 현장 분위기를 많이 환기시켰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친구다. 

드라마에서와 달리 영화 쪽에서는 큰 흥행을 맛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 초 ‘공조’로 그 갈증을 풀었다.
딱히 흥행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이후 제게 영향을 크게 미친 것도 없다. 다만 결과가 좋았기에 다음 작품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건 있다. 더 여러 장르의 시나리오가 들어오고, 같은 맥락의 캐릭터라고 해도 다양한 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

20대와 30대의 필모를 비교해보면 확연히 장르 차이가 있는데.
지나서 와서 돌아 보니까 그렇다. 20대 때 30대 초반까지는 오락성보다는 여운이 남고,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즐길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거 같다. 그렇다고 그걸 추구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메시지가 있고 복잡한 작품은 안 해’도 아니다. 단지 지금 상황에 그런 작품들이 눈에 더 들어왔던 것 같다. 

그럼 지난 작품 중에 가장 정이 가는 작품은?
꼭 선택하자면 ‘만추’다. 영화 자체의 느낌도 좋았고, 배우로서 도전해야 할 것도 굉장히 많았다. 해외 올 로케로 진행됐고, 상대 배우(탕웨이)도 저와 같은 문화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결과물도 뿌듯했다. 여러모로 생각하면 기분 좋은 작품이다.

자신의 작품을 자주 보는 편인가?
잘 안 본다. 뭔가 낯부끄럽다. 드라마의 경우 3~4년 이후 찾아 볼 때가 있다. 전 회를 다 보는 건 아니고, 몇 회를 챙겨 본다. 드라마는 시스템 상 현장이 바쁘게 돌아간다. 사소한 거라도 습관이라던가, 표현했던 방법 등 잊고 지내던 걸 찾아낼 때도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버릇 같은 게 찾아질 때도 있다.

팬들은 드라마에서도 보고 싶어 할텐데.
아무래도 팬들은 저를 자주 볼 수 있기에 드라마를 더 좋아하실 거 같다. 제가 작품을 적게 하는 건 아니다. 물리적으로 주연배우는 1년에 두 작품 정도가 맥스인 것 같다. 두 시간 내외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영화로 하고 싶다. 그걸 넘는 이야기는 드라마로 하고 싶다.

 

사진=쇼박스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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