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강철비’ 곽도원 “배우는 파리 목숨, 쓰여진다는 행복”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참으로 변화무쌍한 배우다. 곽도원은 호탕한 아저씨, 다정한 아빠, 엘리트 의사, 검사, 교수 등 여러 캐릭터를 넘나들며 악역 혹은 정의로운 인물로 다양한 면모를 보여줬다. 어떤 캐릭터를 만나던 제 옷을 입은 듯 완벽한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겨왔다.

‘강철비’에선 청와대 외교안부소석 곽철우로 분해 나라를 지키기 위한 신념, 북한군 엄철우(정우성 분)에 대한 따뜻한 정, 가족에 대한 사랑, 때때로 보여주는 ‘아재미’까지. 곽도원은 곽철우를 다채롭게 그리며 극을 이끈다.

제니스뉴스와 곽도원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나 ‘강철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강철비’는 실제로 가까운 미래에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남북 도발에 대한 가정을 근거로 만든 작품이다. 실제로 영화 촬영 기간 동안 이어진 북한의 핵실험는 시나리오와 기시감이 들 정도였고, 배우와 제작진 모두 영화에 대한 주제의식과 고민을 가지며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명확한 소재를 가지고 있잖아요. 저희가 관객분들에게 이야기를 던졌을 때 토론방, SNS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했어요. 갑론을박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저 또한 통일이 돼서 북한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보지 못했던 북한땅 구경도 하고요. 다른 나라에서도 더 우리나라에 여행을 더 많이 오지 않을까요. 꼭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어요”

곽도원은 명문대학교 출신이라는 캐릭터 특성을 잘 살리기 위해 3개 국어에 도전했다. 미국 CIA와 중국 국가안전부를 오가며 고급정보를 얻고, 이를 외교안보 대응책으로 활용하는 엘리트한 면모를 보여줬다. 곽도원은 외국어 대사를 외우며 겪었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너무 힘들었어요. 혹시 기사 마감 때문에 악몽 꿨던 적 있어요? 제가 처음 연기할 때, 연극 무대에서 대사를 까먹는 꿈을 꿨었거든요. 지금 제가 연기 26년째인데, 연극 무대 이후로 처음 그런 악몽을 꿨어요. 영어 대사 때문에 현장에서 우는 꿈이요. 진짜 미친 듯이 대사를 외웠죠. 어쩜 그렇게 영어 대사가 안 외워지던지. 자기 전에 외우고 정신 깨면 또 다시 해보고요.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열심히 대사를 외워 갔는데 현장에서 막상 외국인 앞에서 하려니 아무 생각도 안 나는 거예요. 세상 제일 힘들었어요(웃음). 중국어는 생각보다 잘 외워졌어요”

이외에도 극중 곽도원은 중간중간 내뱉은 ‘아재개그’로 웃음을 선사했고, 진심이 담긴 눈빛과 대사들로 심금을 울렸다. 이에 대한 칭찬에 곽도원은 특유의 호탕한 웃음으로 말을 이어갔다.  

“웃음 포인트에 대해 심사숙고 했어요. 어느 정도는 먹힌 것 같아요(웃음). 리딩하고 예상했던 것대로 준비했던 부분도 있고 현장에서 욕심이 생겨서 하기도 했죠. 문 뒤에 부딪히는 장면은 현장에서 생각나서 넣어봤는데 괜찮더라고요. 우리가 하려고 했던 것은 그냥 웃기는 것보다는 쉴 틈을 주려고 했어요. ‘강철비’의 기본적인 소재에 아버지들이 가진 따뜻한 가족애, 책임감도 보여주려고 했고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시나리오에 잘 나와 있어요. 시나리오를 열심히 읽으면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져요. 캐릭터를 분석하는 게 힘들지만 그건 노력으로 해야 하는 것이죠”  

곽도원은 영화 ‘아수라’에 이어 ‘강철비’에서 정우성과 또 한 번 만났다.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를 연기한 정우성과 첩보요원 곽도원 두 사람은 핵전쟁 위기 속 함께 손을 잡고 위기를 극복해간다. 곽도원은 정우성과의 남다른 호흡을 자랑했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잖아요. 요령을 피울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게 없어요. 배울 점이 많은 배우예요. 눈빛은 또 선하고요. 엄철우 눈빛과 너무 닮아 있어요. 저희가 대본을 열심히 분석하고 가도, 막상 현장에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거든요. 그런데 참 서로 주고 받고가 잘됐어요. 같이 하면서 ‘정말 고수구나’라고 느꼈어요. 서로의 호흡에 집중하고 촬영했죠. 엄철우한테 제가 ‘살 좀 쪄라. 나는 살 빼고 같이 살자’라고 하는 장면을 가장 좋아해요. 눈에 눈물이 고여 있으면서 저를 쳐다보는데, 저도 짠하더라고요. 목을 가라앉게 만들어줬어요. 진짜 연기하는 맛이 났어요”

양우석 감독은 참 똑똑한 연출자였다. 영화 ‘변호인’과 웹툰 ‘스틸레인’을 성공시킨 그는 10년에 걸친 꾸준한 자료조사와 축적된 정치적 군사적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강철비’를 탄생시켰다. 보다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미술, 소품, 군사, 의료 부분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세밀한 조언을 구하며 작품을 만들었다.

“진짜 열정이 넘쳐요. 맑은 분이고요. 맑은데 강하고 철두철미해요. 가지고 있는 지혜와 지식도 엄청난데 겸손하기까지 해요. 감독님들 사이에서도 신인인데, 어떤 유명한 감독님은 양우석 감독님께 자문을 구하러 오기도 하더라고요. 진짜 기억력도 너무 좋고요. 법, 약, 정치, 역사 진짜 모르는 게 없어요. 뭘 물어보면 1시간을 이야기해요. 저희가 다 감탄했어요.

‘변호인’ 때는 시나리오에 투자도 안되고, 배우들에게 출연료도 바로 줄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런 힘든 상황에서 감독님과 작가님이 훌륭하게 해내셨죠. 제가 영화를 20편 정도 해봤지만 감독은 절대 못할 것 같거든요. 정말 대단한 분이에요. ‘변호인’ 때 감독님 다리가 부러졌던 적이 있어요. 이번에도 촬영하면서 다리가 부러졌는데 목발을 짚고 오셔선 ‘이번에도 잘될 것 같네요’라고 말하셨어요. 아무도 걱정 안 시키려고 계속 웃으면서 촬영하셨어요”

곽도원과 앞서 ‘변호인’을 함께 작업했던 인연이 ‘강철비’로 이어졌다. 감독은 “곽도원과 꼭 함께 하고 싶었다”며 무한 신뢰를 표했고, 곽도원은 믿음에 보답할 수 있는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곽도원은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쓰여지는 존재’가 되길 소망했다.

“배우는 쓰여지는 존재잖아요. 연극할 때, 배우 목숨은 파리 목숨이라고 그랬었어요. 누군가 저를 쓰지 않으면 못하는 거죠. 배우에겐 누군가 저를 원한다는 건 감사한 일이고 영광이에요. 인정해주고 믿어준다는 거잖아요. 너무 행복하죠”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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