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이번 생은 처음이라’ 정소민 "서른 살, 기다리고 있었어요"
[Z인터뷰] ‘이번 생은 처음이라’ 정소민 "서른 살, 기다리고 있었어요"
  • 오지은 기자
  • 승인 2017.12.20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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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2017년 한 해 동안 이보다 더 ‘열일’한 여배우는 없었다. 웹드라마 ‘마음의 소리’부터 영화 ‘아빠는 딸’,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 그리고 ‘이번 생은 처음이라’까지 1년간 쉼 없이 달려놨다. 그러나 그는 지친 기색 없이 각각의 캐릭터를 제 옷 입은 듯 찰떡같이 소화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바로 배우 정소민의 이야기다.

정소민은 지난 2010년 SBS 드라마 ‘나쁜 남자’를 통해 데뷔했다. 데뷔작부터 주연을 맡으며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그는 이후 행보에선 강렬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이랬던 정소민이 올해 KBS2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를 만나며 연기 인생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이어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드라마 보조작가 ‘윤지호'로 분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소신 있는 현대 여성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명실상부 ‘로코퀸’ 타이틀을 거머쥔 정소민과 제니스뉴스가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제니스뉴스와 마주한 정소민은 단아하면서도 조용한 모습으로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어필하는 성숙한 여배우였다. “원래 ‘아버지가 이상해’를 끝으로 쉬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아주 우연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시놉을 보게 됐죠. 지호가 저랑 비슷한 구석이 많은 아이더라고요. 시놉시스도 훌륭한데 이런 캐릭터를 만나기 쉽지 않아 더 끌렸죠”라고 말하며 들뜬 모습을 선보인 정소민. 그와 나눈 이야기를 지금 공개한다.

Q. 이번 드라마 작업은 어땠나?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하하. 아프거나 다친 사람 없이 무사히 끝나서 좋아요. 보신 분들도 많이 좋아해 주셔서 행복하게 잘 마무리했어요. 그리고 끝나고 나니까 연말이더라고요. 연말을 만끽할 수 있어 굉장히 기뻐요.

Q. ‘이번 작품은 내레이션이 유독 많았다. 혼자 내레이션 하는 작업이 처음이었는데.
정말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지호’는 내뱉는 것보다 속에서 하는 말이 더 많은 아이라 그런지 내레이션이 캐릭터랑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보통 대본 속 캐릭터의 일생을 생각해 보면 대본에 적혀있는 것보다 안 적혀 있는 순간이 더 많아요.

그래서 저는 캐릭터를 맡을 때마다 대본 사이사이의 공백과 그 이전에 캐릭터가 살아왔던 훨씬 긴 시간에 대해 일기를 써요. 그게 이번 내레이션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Q. 지호를 연기하면서 자신과 닮은 부분을 많이 찾았나.
시놉시스를 처음 받았을 때부터 너무 똑같아서 신기했어요. 지호네 가족은 네 식구고 남동생이 있어요. 우리 집도 마찬가지에요. 또 동생 지석이 캐릭터를 맡은 친구가 제 친동생과 나이가 같아요. 그렇다 보니 이미 가족 분위기가 어떨 것인지 예측이 돼서 연기하기 편했어요.

저도 지호처럼 꿈을 찾겠다고 아빠 몰래 연기 시험을 보기도 했어요. 하하. 또 저도 지호처럼 수지(이솜 분)랑 호랑(김가은 분)같은 친구들도 있어요. 신기할 정도로 비슷한 구석이 많은 캐릭터예요. 

Q. 지호랑 성격도 비슷한 편인가?
저도 제가 상처를 받거나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여태까진 속으로 삭히는 성격이었어요. 그런데 지호를 보면 조용하지만 자기 자아가 공격받았을 땐 순간 ‘나 상처받았어요’ ‘나 지금 아파요’를 투명하게 꺼내놨어요. 그 점이 너무 인상적이었고 지호에게 배우고 싶었어요. 그 말을 들은 사람에게 미움받을 용기를 내는 행동이고, 그래서 지호가 너무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Q. 이번 작품에선 ‘88만 원 세대’를 다뤘다.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노력을 많이 한 세대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를 포함해 다른 배우들 모두 비슷한 나이대로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제게 먼 이야기가 아니라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문제였죠.

Q. 그렇다면 드라마에서 주제로 다룬 하우스 푸어, 홈리스 등 중에 가장 공감이 가는 것이 있었나?
제가 굉장히 인상 깊었던 것은 하우스 푸어와 홈리스의 만남에 있어 단지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이 아닌, 정서적으로 상처받은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 위로하는 과정이 좋았어요. 완성된 사람이 아닌 미완성의 둘이 만나서 이뤄지는 이야기라 더 인상 깊었어요. 하하.

Q. 휴식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
책을 많이 읽다가, 영화로 넘어왔어요. 하루에 세 편을 본 적도 있어요. 하하. 제가 원래 책을 좋아하는데 이번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책을 많이 못 봤어요. 그리고 또 우리 드라마가 독서 권장 드라마잖아요? 하하. 그래서 책이 너무 보고 싶었어요. 

이제 드라마도 끝났고 열심히 책을 읽고 있어요. 책은 정말 좋은 힐링 요소예요. 요즘 장강명 작가님의 ‘한국이 싫어서’를 읽었고 지금은 하현 작가님의 ‘달의 조각’을 읽고 있어요. 이 책을 다 읽으면 ‘표백’을 읽으려고요. 하하.

Q. 책을 보는 게 연기에 도움이 되나?
간접 경험을 하기에 최고의 도구라고 생각해요. 책을 읽으면 해보지 못했던 것까지 알 수 있어 연기에 도움이 돼요. 전 감명 깊게 본 캐릭터가 있다면 본 뒤에 저와 캐릭터가 다른 점을 직접 써보면서 제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편이에요.

이러면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되죠. 또 이때마다 연기자란 직업이 정말 좋다고 느껴요.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그 작업을 하는 순간엔 굉장히 즐거워요.

Q.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나의 모습이 있을까?
저랑 지호랑 상당 부분이 같아요. 그렇지만 지호는 상처를 받았을 때 저랑 대처 방법이 달라요. 제가 모든 면에서 소심한 사람은 아닌 데, 상처를 받았을 땐 항상 끙끙대고 자기 전에 ‘아 아까는 이렇게 말해야 했는데...’라며 혼자 꽁해 있어요.

그런데 지호는 그런 순간에도 할 말을 하는 아이에요. 분명 쉽게 내뱉지 않았을 거같아요. 작품이 끝나고 나니까 어느새 저한테 스며 들어와 있다고 느꼈어요. 뭔가 ‘득템’한 것 같은 느낌이에요. 하하.

Q. 2017년 한 해 동안 정말 바쁘게 살아왔다. 남달랐을 것 같은데.
누구나 직업에 스트레스가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작년부터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어요. 제가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땐 다져놓은 근육이 없어서 노력을 함에도 불구하고 바로 성과가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불안하고 고민을 많이 했었죠. 그때 제가 받았던 스트레스와 열심히 노력한 것들이 이제야 제 근육이 돼서 탄탄해진 것 같아요. 이제서야 빛을 발하게 됐고, 이렇게 되기까지 한 5~7년 걸렸어요.

Q. 이십 대의 마지막 순간이다. 삼십 대를 앞두고 있는데 어떤가?
저는 서른이 두렵지 않아요. 27살 때부터 막연하게 서른이 되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서른을 기다리며 기대에 가득 차 있었는데, 불과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서 보니 ‘아... 그런 건 없구나. 그냥 며칠 뒤의 내가 있을 뿐이구나’ 생각했어요. 하하.

그래도 소소한 기대와 설렘이 있어요. 서른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너무 궁금해요. 지금보다 더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영화건 드라마건 ‘이번 생은 처음이라’와 같은 운명적인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여러모로 기대하고 있어요. 하하.

Q.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나?
전 옛날엔 항상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 못할 것 같은 것만 골라서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고루고루 해보고 싶어요. 그래도 배우고 싶은 마음은 여전해요. 아! 그리고 저는 무용을 하는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음악도 좋아해서 음악 관련 작품도 하고 싶고요. 완전 하드한 액션도 하고 싶어요.

Q. 쉴 새 없이 일 년을 달려왔는데, 차기작은 준비 중인가?
여러 작품을 검토 중이에요. 그런데 저도 지금은 충전이 필요한 시기라 바로 들어가지는 않을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을 기다리고 있어요. 지금은 책에 집중하고 싶어요. 하하. 다음에 뭐 읽을 지, 어떤 책과 만나게 될지가 최근 최대 관심사예요.

Q. 롤모델이 있나?
미셸 윌리엄스요. 그의 느낌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미셸 윌리엄스가 출연한 영화 중에 재미있게 본 작품이 많은데, 특히 ‘우리도 사랑일까’를 가장 좋아해요. 미셸 윌리엄스를 보면 매 작품에서 단순히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가 아니라 작품 속에서 작품의 색에 맞게 물들어 있는 것 같아요. 그 모습이 너무 좋았고, 어떤 작품에 들어가도 이질감이 없는 느낌이에요.

Q. 다음 생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전 배우를 또 하고 싶어요. 하하. 배우는 제게 있어 재미있고 매력적인 직업이기 때문에 다음 생에도 포기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하면 할수록 배울게 생기고 점점 더 빠져들고 있어요.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