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디젤 말고 데이젤' 명품, 짝퉁을 만들다
[기획] '디젤 말고 데이젤' 명품, 짝퉁을 만들다
  • 오지은 기자
  • 승인 2018.03.1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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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명품 브랜드가 ‘짝퉁’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2월 9일 디젤이 공식 SNS를 통해 한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은 뉴욕 브로드웨이의 한 작은 매장에서 촬영한 것으로 점원과 손님이 디젤의 스펠링을 갖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데이젤(DEISEL)’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갖고 손님은 “DEI가 아니라 DIE예요”라며 따진다.

한 손님은 싼값이기 때문에 그냥 사기도 하고, 어떤 손님은 점원에게 화를 내며 매장 밖으로 나가기도 한다. 누가 봐도 짝퉁처럼 보이는 데이젤 티셔츠. 그러나 이 제품은 진짜였다.

디젤이 프로모션의 한 방법으로 진행한 ‘데이젤’ 티셔츠는 디젤의 디자인팀이 제작한 리미티드 에디션이었다. 이번 프로모션은 브랜드 헤리티지를 중요하게 여겼던 디젤의 파격적인 행보라 더욱 눈에 띈다. 데이젤 셔츠를 만듦으로써 디젤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낮췄고, 최근 유행하는 ‘유스 컬처’에 적합한 아이템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구찌 역시 짝퉁에 주목했다. 지난 2015년 알렉산드로 미켈레를 영입하면서 구찌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레이 빛의 시그니처 로고 때문에 젊은 층에게 주목받지 못했던 구찌가 파격적인 디테일 사용과 화려한 컬러 매치 등을 통해 2030 세대가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로 오른 것이다.

그리고 이번 2018 S/S 시즌에 구찌는 색다른 시도에 나섰다. 바로 로고 플레이를 통한 ‘짝퉁’을 만든 것. 구찌는 가품을 만들던 아티스트 트러블 앤드루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구찌파이(GUCCIFY)’ 가방을 만들었다. 

여성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핫 핑크 컬러의 이 가방은 구찌의 베스트셀러인 ‘디오니소스’ 백에 ‘구찌파이' 로고를 적용한 것으로 화려한 디테일이 특징이다. 특히 이 제품은 구찌의 가품을 만들던 아티스트와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구찌는 이번 협업을 통해 가품을 만들던 트러블 앤드류의 예술을 인정했고, 오히려 작업을 통해 그의 예명인 ‘구찌 고스트’를 해당 라인의 이름으로 붙이기도 했다.

디젤과 구찌 외에도 펜디, 베트멍, 발렌시아가 등 다수의 패션 브랜드에서 로고 플레이나 디자인 변형 등을 통해 짝퉁처럼 보이는 진품을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브랜드 고유의 색을 잃었다’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짝퉁과 패션 브랜드와의 만남을 통해 탄생하는 시너지는 대단하다. 60달러에 판매되던 데이젤 스웨트 셔츠는 현재 500달러에 판매되기도 하며, 이를 사기 위한 사람들의 문의 글이 폭주하고 있다.

구찌 역시 마찬가지다. 한정판으로 출시된 제품인 만큼 SNS나 유튜브에는 '구찌파이' 백을 구매한 사람들의 후기글이 많은 패션 피플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처럼 패션 브랜드의 역발상은 진품보다 짝퉁을 더 찾게 하는 등 패션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비주류와 주류의 만남이 앞으로 패션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인다.


사진=디젤, 구찌 SNS, 구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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