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뮤지션] 어진별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싶어요”
[거리의 뮤지션] 어진별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싶어요”
  • 변진희 기자
  • 승인 2018.04.13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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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음악이 좋아서,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혹은 생계를 위해 길거리에 나선 버스커들이 날로 많아지고 있다.

제니스뉴스는 이러한 버스커들을 ‘거리의 음악인’ 코너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이들이 거리에 나선 이유, 어떤 음악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의 방향성 등을 함께 공유한다. 이번 편은 어진별이다.

어진별은 스스로를 ‘여행하는 사람’으로 소개했다. 글도 쓰고, 사진도 찍고, 음악도 하는데, 이 모든 것들이 '여행 안에 있는 것'이라 표현했다. 그는 기타를 들고 거리, 지하철 등을 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좋은 나눔을 실천하기도 한다. 대화가 필요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을 느낀다는 어진별이다.

Q. 어떤 계기로 거리에서 노래를 시작했나요?
4년 전에 기타를 들고 전국 여행을 떠났어요. 197원만 들고 시작했는데, 3주 정도를 돌아다닐 수 있었어요. 거리에서 노래도 했고요. 제가 낯도 많이 가리고 수줍음도 많았는데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서울에선 처음으로 삼청동에서 버스킹을 시작했고, 지금은 지하철에서 주로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Q. 지하철에서 노래를 한다는 게 신선하네요.
저는 사람들이 많이 안 다니는 곳에서 해요. 시간대도 늦은 밤, 새벽에 하는 경우가 많고요. 퇴근하고 가는,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가는 사람들이 잠깐 멈춰서 제 노래를 들을 수 있잖아요. 잠깐의 걸음에 쉼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지하철은 특히 공간이 주는 소리가 아름다워요. 제 귀가 한쪽이 들리지 않아요. 그래서 저에겐 듣는 게 너무 소중하죠. 노래를 하면서 사람들과 만나서 인사하고, 이야기를 하는 게 너무 좋아요.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도 있고요. 저는 사람들과 만난 이야기들을 최대한 기억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싶어요.

Q. 버스커들을 만나면 저마다 음악을 하는 이유들이 다양하던데, 어진별 씨는 왜 음악을 하고 있나요?
제가 오랫동안 글을 썼거든요. 그러다 갑자기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악기를 치면서 노래를 하는데, 사실 악기를 배운 적은 없는데 되더라고요. 잘하진 못하지만 그냥 해요. 음악은 도구예요. 제가 살아가면서 어떤 표현을 할 수 있는 도구 중 하나죠. 음악을 하면서 큰 욕심을 가지진 않아요. 어차피 잘하는 사람은 너무 많거든요. 노력하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고, 저는 음악으로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위로가 되길 바라요.

Q. 주로 어떤 노래를 부르나요?
그냥 하고 싶은 걸 불러요. 그때그때 다르죠. 제가 만든 노래도 부르고요. 발라드 같은데 영국 음악 성향이 강한 곡들을 좋아해요. 제 목소리 자체가 흔하지 않은 목소린데요. 말하듯이 노래를 부르는 편이에요.

Q. 노래를 하면서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너무 많은데요. 저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한 아저씨가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해서 가기도 하고, 길에서 함께 밥을 먹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길친구가 많아요. 유명한 사람을 만난 적도 있고요. 노래를 부르면서 듣는 분들의 눈을 보고, 그 사람들의 삶을 배우기도 해요.

Q. 들었던 말들 중,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말을 꼽아주세요.
제 노래를 들으시더니 "저 살아보려고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노래만 했었어요. 차빛나라는 분의 ‘안부’라는 노래를 불렀어요. 가사가 정말 좋거든요. 그 외에도 "왜 여기서 노래하세요?", "안 추우세요?"라는 말을 듣는 것도 좋았어요.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게 너무 좋잖아요. 그렇게 친구가 되고, 커피도 마시고, 좋아하는 음악 이야기도 하고요.

Q. 직접 곡도 쓰고 있다고요. 직접 쓴 곡들도 소개해주세요.

살아가는 모든 이야기를 가사에 담아요. 멜로디도 그렇게 표현하려고 노력하죠. 쓴 곡들이 30곡 정도 있는데요. ‘웃는 밤 되게’, ‘발검음’ 등이 있고 ‘안녕’이라는 곡은 음원으로 냈어요. 사람들을 만나면서 듣는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만든 노래예요. ‘안녕’은 귀가 들리지 않는 저의 이야기고요.

“잠 못 이루는 이 밤에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봐도 / 떠오르지 않는 생각에 떠오른 달빛은 창가에 / 가만히 나를 비춰 어느새 웃게 하네 / 우는 방 안에 웃는 밤 되게 흘러버린 시간은”(‘웃는 밤 되게’ 가사 중 일부)

“나는 오늘이 아프지만 그래도 집으로 돌아가려 걷고 있어 / 내게 내일이 와준다면 굳은 살이 박힌 걸음으로 / 다시 걸을거야”(‘발걸음’ 가사 중 일부)

Q. 어진별은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은 거예요?
사람들이 저한테 “뭐가 고마우세요?”라고 많이 물어보세요. 제가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니까요. 그럴 때마다 저는 살아줘서 고맙고, 다가와준 것만으로도 저에게 큰 용기가 돼서 고맙다고 말해요. 저에게 다가와서 용기를 줬고, 저는 그 용기를 모아서 살아가고 있어요. 저도 누군가에게 고마운 사람이 되기 위해 살아가고 있어요.

Q. 이야기를 들어보면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인 것 같은데요. 스트레스 받거나 힘들 때는 없나요?
나눔을 하려고 할 때, 제가 다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아쉽더라고요. 더 나눔을 하고 싶은데, 그래서 연말에 무언가를 할 예정인데요. 아직은 비밀이에요. 일도 프리랜서로 하고 있어요.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알고 싶었어요. 피곤한 마음을 이끌고 퇴근하고, 열심히 번 돈을 누군가를 위해 쓴다는 게 엄청난 일이라는 걸 경험하고 있어요. 일하면서 스트레스도 받아보고요.

Q. 세워놓은 구체적인 활동 계획이 궁금해요.
4월 20일에 공연을 해요. 저 혼자 하는 건 아니고요. 싱어송라이터 몇 분, 연극 배우분과 함께 하는 거예요. ‘이웃을 웃게 하는 이웃’이라는 단체와 함께해요. 누군가를 돕고, 나눔하는 단체거든요. 공연으로 얻은 수익으로 한부모가정에 후원할 예정이에요. 버스킹은 기타 메고 지나가다 하고 싶으면, 기분이 좋으면 할 거고요. 책도 쓰고 싶어요. 내년쯤 해보면 어떨까 생각은 하고 있어요.

 

사진=어진별 SNS

변진희 기자
변진희 기자

bjh123@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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