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현장] ‘킬롤로지’, 독특한 형식 통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직접적 메시지(종합)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시의성 강한 소재와 독특한 형식의 연극 ‘킬롤로지’가 국내에 상륙했다. 

연극 '킬롤로지(Killology)'(이하 킬롤로지)의 프레스콜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박선희 연출을 비롯해 배우 이석준, 김수현, 김승대, 이율, 장율, 이주승이 참석했다. 

‘킬롤로지’는 상대를 잔인하게 죽일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 온라인 게임 ‘킬롤로지’의 개발자, 게임과 동일한 방법으로 살해된 소년, 그리고 소년의 아버지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원인과 그 책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개인을 둘러싼 거대한 사회 시스템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그것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묵직한 질문으로 현재 영국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작가 게리 오웬의 최신작이다. 

작품의 메시지가 분명하고 명확한 반면 그것을 풀어내는 형식은 매우 독특하다.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세 인물이 한 무대에 등장하지만 각자 독백을 통해 사건과 감정을 쏟아내는 1인극 같은 3인극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2시간 남짓한 공연 시간 내내 퇴장 없이 무대 위에 머무른다. 

이에 대해 배우 이석준은 “가장 큰 난제 중에 하나였다. 왜 나를 퇴장시켜주지 않는가. 왜냐하면 알란은 첫 대사 후에 30분 동안 그 자리에 앉아있어야 한다. 연출님에게 끊임없이 나에게 먹을 걸 달라, 먹겠다고 요구했는데 그대로 앉아있길 원하셨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이석준은 “작가의 마음도 이해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그 인물이 가져야 하는 시간과 동일했다. ‘쟤 자는거 아닐까’ 걱정하실 수도 있지만 나머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내 머리 속 상상처럼 따라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선희 연출 또한 “각자 다른 이야기지만 하나로 가는거다. 배우들은 이 안에 존재하면서 다들 움직이고 있다. 심지어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고, 그게 영향을 미친다. 각자의 움직임이 미세하지만 있다”라고 설명했다. 

무대 위의 세 인물은 가끔 상대방과 마주한다. 관객은 이 잠깐의 순간을 통해 인물들의 관계와 상황, 사건에 대한 단서를 찾게 된다. 스토리는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다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배우들은 이같은 형식의 작품을 관객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이석준은 “독백하는 과정에서 내 얘기 말고도 나와 얘기를 나눈 사람의 말도 같이 전달해야되서 힘들었다”라며, “시간축이 다 흔들려 있어서 그걸 풀어내는것도 쉽지 않았다. 관객이 납득하게 표현해야 했고, 가장 고통스러웠던건 대사를 진행하다가 가장 격정적인 순간에 다음으로 넘겨야 하는 것이었다. 평탄한 장면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갑자기 격한 감정으로 받아야 한다. 이걸 하는게 가장 고민이었다”라고 전했다. 

8년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 이주승은 “무엇보다 진짜처럼 말을 해야되고, 관객이 상상하게 만들어야 하는게 가장 힘들었다. 이야기를 하면서 움직여야 할지, 말로만 해야할지 결정하는 것도 힘들었다”라고 힘들었던 점을 밝혔다. 

장율은 “각자의 독백이 일단 길었다. 긴 만큼 관객이 이야기를 잘 따라올 수 있게, 흐름을 이어가면서 연기해야 하는게 가장 고민이었다. 그러면서 데이비라는 인물로 잘 보여질 수 있을까가 중요한 포인트였다”라며, “내가 대사를 끝내면 다음 역할이 대사를 받고, 다른 역할이 대사를 끝내면 내가 받는데 어떻게 받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굉장히 많이 나눴다”라고 고민했던 부분을 전했다. 

박선희 연출은 ‘킬롤로지’에 대해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어렵긴 해도 스스로 짜맞춰 가는 즐거움이 있다. 머리를 많이 쓰면 좋다. 또 사이사이에 배우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눈물이 난다. 마음을 울린다. 관객 스스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포지션은 같아도 역할의 색깔이 달라서 그 조합이 이뤄내는 재미는 더 많을거다”라며 작품의 매력을 어필했다. 

익숙하지 않은 형식의 연극이지만, 사회적 안전장치 없이 오로지 부모의 양육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서적으로 부모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이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성장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그린 ‘킬롤로지’는 우리에게 지금 이 사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한편 연극 ‘킬롤로지’는 오는 7월 2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한다. 

 

사진=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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