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독전' 이해영 감독 ① 변신이 아닌 발전이라 불러주오
[Z인터뷰] '독전' 이해영 감독 ① 변신이 아닌 발전이라 불러주오
  • 권구현 기자
  • 승인 2018.06.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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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작은 카페, 오랜만에 만나는 이해영 감독이었다. 영화 '독전'이 호평과 함께 개봉 전부터 쾌조의 예매율을 기록했고, 이를 흥행으로 이어갔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광풍 속에 주춤했던 한국영화인지라, 더욱 반가운 흥행세였다. 

그럼에도 "오늘은 영화 이야기가 아니라 떡볶이 이야기를 하러 나왔다"고 인사를 건넸다. 올해 초 tvN '수요미식회 - 떡볶이 편'에서 타고난 언변을 바탕으로 섬세한 떡볶이 예찬론을 펼쳤던 이해영 감독이다. 호탕한 웃음과 함께 자신만이 극히 애정한다는 서울 상일동의 떡볶이 맛집을 추천해줬다. 역시 영화가 잘 되니, 모든 대화에 즐거움을 더할 수 있는 인터뷰였다.

이것저것 따져보면 이해영 감독이 '독전'에 앞서 제일 최근에 메가폰을 잡은 건 2015년 '경성학교' 때의 일이다. 본인 말대로 '떡볶이 성애자'가 본업이고, 영화 감독이 '부업'인 모양새. 하지만 이제 다시 부업을 이름 앞에 내세웠다. 그리고 이젠 '영화 감독' 앞에 하나의 추임새를 더 붙여도 될 것 같다. 바로 ‘흥행’이라는 두 글자다.

사실 ‘독전’은 이해영 감독에 여러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작품이 됐다. “안 쓰던 뇌근육을 쓰고 싶었다”라고 본인이 말할 만큼, ‘독전’은 “정말 이해영 감독이 만든 영화가 맞아?”라는 물음표를 낳는 영화였다. 글쓰기에 장기를 보이며, 섬세한 영화 연출을 선보였던 이해영 감독은 ‘독전’을 만나 장르 영화도 이정도 그려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거기에 본인 특유의 섬세한 내면 묘사를 더해 장르 영화의 품격을 높였다. 

‘신인 장르 영화 감독’ 이해영과 제니스뉴스가 최근 나누었던 영화 ‘독전’에 대한 이야기를 이 자리에 펼쳐본다. 혹자는 “’독전’은 이해영의 변신”이라고 말하겠으나, 알고 보면 “변신이 아닌 발전”이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관객수를 볼 때 마다 웃음이 나오겠다.
너무 감사하다. 실감 안 난다. 1위라고 나오고는 있으니, 축하한다는 말도 문자로 많이 받고 있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좋겠다.

사실 흥행도 성공중이고, 칭찬도 많으니, 몇 없는 혹평부터 집고 넘어가자. 뻔한 반전이라는 의견이 있다.
분명 ‘독전’은 반전이 있는 영화다. 스포일러를 모르고 봐야 더 재미있는 영화다. 하지만 반전을 위한 부비트랩을 심어놓고 싶지 않았다. 만약 그러고자 했다면, 인물들의 다르게 그렸을 거다. 더 의심할 수 있게끔 연출했을 거다. 저도 양심이 있다. 지금 2018년도에 반전만 노렸다면 이 정도의 장치로 연출하진 않는다. 하하.

그럼 이제 호평을 이야기 하자. 엔딩에 대한 반응이 너무 좋다. 우선 노르웨이 로케부터 이야기 해본다면?
노르웨이는 제게도 미지의 장소였다. 헌팅도 못 갔던 곳이다. 머리 속에 ‘이런 느낌이면 좋겠다’의 이미지만 가지고 노르웨이에 갔는데, 정말 너무 놀랐다. 사람이 상상으로 그릴 수 있는 풍광에는 어느 정도 마지노선이 있다. 그걸 훌쩍 넘어버리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왜 하필 노르웨이였을까?
처음부터 노르웨이를 생각했던 건 아니다. 시나리오엔 ‘눈 덮인 설원’이라고만 써놨다. 그래서 처음엔 제작비가 덜 드는 훗카이도를 생각했다. 하지만 ‘독전’의 촬영 시기엔 훗카이도엔 눈이 내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전 눈에 대한 고집을 계속 부렸다. 결국 그 시기에 제가 원하는 설원이 확보 되는 곳은 노르웨이 뿐이라고 했다.

감독이 그 정도였으니, 배우들의 감정도 고조됐겠다.
특히 조진웅 씨가 그랬을 거다. 원호가 처한 상황의 모든 걸 감정으로 받아들여 감성의 포텐을 터뜨렸다. 아마 본인도 감지하지 못할 정도의 감정이 온 것 같았다. 엔딩에서 보여진 모습은 원호일 수도 있겠지만, 조진웅이라는 사람이 전하는 느낌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랬기에 엔딩신에 “살면서 행복했던 적 있냐”는 질문도 나왔던 걸까?
참 뜬금없는 말이다. 하지만 왠지 마지막 순간에 원호가 진심을 담은 한 마디를 던질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시나리오 때도 여러 번 넣었다 뺐던 시퀀스다. 내부적인 반대도 있었다. 하지만 조진웅 씨의 연기 상태와 당시 공기의 분위기엔 꼭 그런 진실된 질문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 질문에 때문에 열린 엔딩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 대사 때문에 ‘마지막에 원호가 자살 했을 거다’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걸로 안다. 하지만 그 대사가 엔딩의 단서가 되길 바랐던 건 아니다. 이 이야기는 태생적으로 마지막에 누가 누구를 죽이는 걸로 마치는 영화가 아니다. 응징이 엔딩일 수 없는 이야기다. 그저 무언가에 집착해 그 끝에 도착했을 때 신념의 실체가 없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엔딩에서 보여준 원호의 허망한 얼굴, 껍데기 같은 표정이 좋았다. 그런 허망함을 깨닫는 게 ‘독전’의 이야기인 것 같다.

그 허망한 연기를 해낸 것이 바로 조진웅이라는 배우다.
조진웅이라는 배우는 놀랍도록 감성적인 배우다. 대화를 정말 많이 했는데, 상대방의 이야기나 상황을 받아 들일 때도, 감성을 통해 파악한다. 그래서 뭔가 물어볼 때 언어적인 답변을 요구하면느낌을 전달할 뿐, 세련되게 말로 구사하지 못할 때가 있다. 만약 대답을 똑바로 했다? 그럼 그건 연기를 하고 있는 걸 수도 있다.

▶ 2편에서 계속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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