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미쓰백' 한지민 ① "일수가방과 함께, 운명처럼 찾아 온 영화"
[Z인터뷰] '미쓰백' 한지민 ① "일수가방과 함께, 운명처럼 찾아 온 영화"
  • 권구현 기자
  • 승인 2018.10.1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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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배우 한지민은 오는 11일 개봉하는 영화 '미쓰백'을 "운명처럼 찾아 온 영화"라고 말한다. 운명에도 여러 운명이 있다. 천우신조가 될 수도 있고, 얄궂은 운명, 또는 더 없는 비극으로 찾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미쓰백'은 한지민에게 좋은 운명이 틀림없다.

지난 2003년 '올인'으로 데뷔한 한지민이다. 그해에만 '대장금' '좋은 사람'에 출연했고, 이후 영화 '청연'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그 뒤로는 탄탄대로였다. 거의 모든 작품에서 주연으로 이름을 올리며 필모를 쌓아갔다. 하지만 얄궂다. 한지민은 언제나 제 몫을 해내는 배우였지만, 연기력으로 오롯하게 박수 받은 적이 드물었다. 어쩌면 어여쁜 비주얼이 연기력을 깎아 먹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어느 때부턴가 한지민은 배역의 크기에 상관없이 자신이 필요한 곳에 자리했다. 그리고 이번 '미쓰백'을 통해 찬란히 빛났다. 실제 있었던 아동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지민의 이미지와는 딱히 어울린다는 느낌이 없다. 하지만 한지민은 그 자리에 위치했고, 오롯하게 '백상아'를 연기했다.

그리고 반응은 그 어떤 작품보다 뜨겁다. 작품이 가진 무거운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물론 비주얼 변신을 감행했으며, 나아가 진중한 연기로 관객의 가슴에 묵직함을 전하고 있다. 지금 이순간, 한지민이라는 배우에 수 많은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하여 '미쓰백'은 한지민의 또 다른 운명을 펼쳐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제니스뉴스와 배우 한지민이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언론과 평단의 반응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지만, 내심 자신이 맡은 바를 잘 해냈다는 자신감과 안도가 비쳐졌다. 한지민과 함께했던 시간을 이 자리에 펼쳐본다.

언론 시사 이후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언론 시사 전엔 잠을 잘 못 잤다. 긴장으로 잠을 못 자 본 게 정말 오랜만이다. 시사 이후에 인터뷰가 많아서 리뷰도 못 봤었다. 회사 직원들이 기사들을 캡처 해서 보여주는데도, ‘아닐 거야’라며 부정했다. 하하. 믿어지지 않았다. 너무 칭찬의 글만 있어서 더 그랬다.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순간이다.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한지민의 변신’이다.
예전엔 나와 닮아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쉽고 편한 길을 찾아 다닌 거다. 하지만 지금은 제 셩격의 변화와 함께 작품 선택에도 달라진 점이 생겼다. 예전엔 ‘경험이 많은 사람이 연기를 잘하겠다’ 싶었다. 하지만 연기를 한 작품, 한 작품하면서 ‘경험보다 타인에게 공감을 잘 해주는 사람이 표현을 잘 할 수 있겠구나’라는 걸 느꼈다.

‘미쓰백’의 백상아 역시 가정사나 삶은 저와 닮은 부분이 거의 없다. 경험이 없으니, 머리로 생각하는 감정으로는 백상아를 오롯하게 그릴 수 없었다. 그래서 염려도 생겼다. 가장 겁이 났던 건 “한지민이 백상아에 안 어울린다”는 말을 듣는 거였다. 

그래서 백상아의 삶에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며, 그의 삶을 밟아가고자 했다. 행동이나 몸짓, 표현을 고민하기보다는 ‘왜 백상아의 감정상태가 이렇게 까지 됐는지’에 대해 상아의 옛날 일부터 현재까지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며 백상아에게 공감하려 했다.

쉬운 과정은 아니다. 그만큼 백상아의 삶은 고단했다.
과거사를 쌓는 게 가장 어려웠다. 그리고 거기에 공감하는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 권력에 의해 전과자로 낙인 찍힌 사람이다. 내가 선택하지도 않은 부모에게 학대 받고, 버림 받았다. 제겐 시아가 연기한 지은이보다 더 작은 상아로 다가왔다. ‘상아는 사람과 마주하며 대화를 해본 적이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사람을 똑바로 쳐다 보지 않았다. 매번 삐딱한 각도로 시선을 줬다. 상아을 먼저 이해하고 나니, 행동으로 옮기는 건 보다 쉽게 할 수 있었다.

그리 많은 염려가 있었음에도 ‘미쓰백’과 ‘백상아’를 선택한 이유는?
‘내가 어떻게 비춰질까’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 너무나도 필요한 영화였다. 그리고 상아와 진희를 보듬어주고 싶었다. 저도 알고 있다. 불편한 소재를 영화로 볼 때 어떤 기분인지. 뉴스로만 봐도 괴로운데, 영화로 보면 더 괴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일어날 수 있다. 뉴스로 볼 땐 함께 분노하지만 불과 10분 있다가 잊혀지기 마련이다. 이를 영화로 전한다면 보다 더 깊이 있게 전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운명처럼 다가온 영화다. 사실 ‘한지민’이라는 배우를 이야기 했을 때 감독님은 “뭐? 됐다 그래”라며, 뒤도 안 돌아 보셨단다. 하하. 하지만 제가 ‘밀정’ 뒤풀이에 갔었는데, 그 가게로 감독님이 우연찮게 맥주 한잔을 하러 오신 거다. 제가 평소 땐 캐주얼을 좋아해서 참 편하게 입고 갔던 자리였다. 맨투맨 티셔츠와 슬랙스 바지에 클러치 가방을 들고 갔는데, 감독님이 보시기에 “왠 일수가방을 들고 가는 여자”가 있었단다. “저 여자가 누구야?”라고 했는데, 그게 한지민이었던 거다. 생각하지도 않았던 이미지였다고 했다.

일수가방이 살렸다.
맞다. 정말 그거 때문이라고 했다. 마치 한눈에 반한 것 같은, 번개 맞은 느낌이셨단다. 그렇게 운명처럼 다가왔다. 한국 영화계에서 여자 영화의 타이틀롤을 단 한번이라도 맡기 힘들다. 그걸 일수가방 덕분에 만났다. 사람에겐 다 인연이 있다더니, 운명 같은 남자를 만나 본적도 없는데, ‘미쓰백’부터 만났다. 하하. 

비주얼의 변신 역시 눈에 띈다.
분명 기존 이미지와 다른 부분은 있다. 하지만 비주얼적으로 애를 썼다는 느낌은 주고 싶지 않았다. 탈색만 했는데, 감독님이 스톱했다. 맥주로 감은 듯한 머리색 정도로만 진행했다. ‘상아는 염색할 시간이 있었을까?’ 싶어 뿌리염색은 하지 않은 정도로 남겼다. 하루하루 척박하게 살아갔던 그의 삶을 얼굴에 담고 싶었다. 눈화장을 빼고, 립스틱 색깔을 짙게 하고, 주름도 살리고, 옷도 강해 보이는 가죽점퍼로 골랐다. 

지은을 연기한 김시아가 굉장히 돋보였다. 
감독님이 오디션을 600명 정도 봤다고 했다. 그런데 처음의 시아는 눈에 띄지 않았단다. 하지만 영화 속 지은이도 슈퍼 앞에 여러 번 서있었을 거다. 그럼에도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방치 됐을 거였다. 그래서 다시 시아를 뒤돌아 봤는데, 그 눈에 너무 많은 감정이 서려 있었다고 했다. 마치 어른 한 명이 앉아 있는 것처럼 신중한 느낌을 받았단다. 사실 ‘엄마의 욕심으로 연기를 하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시은이는 자신이 연기를 하고 싶어했고, 지은이를 연기하고 싶어했다. 지은이의 마음으로 일기도 쓰고 있었다. 이미 지은이에게 공감을 하고 있었던 거다. 아이인데도 참 어른스러운 면이 보였다. 사실 요즘 아역 분들 참 영악하다. 카메라 위치까지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시아는 정말 처음이다. 계산되지 않은 연기라 더 지은이를 잘 표현한 것 같다. 시아는 연기에 NG가 거의 없었다. 시아가 감정으로 제 가슴을 때려주는 게 더 많았다. 시아의 연기를 받아서 표현하면 제가 백상아가 될 수 있었다. 

아역에게 맡기기엔 마음의 짐이 큰 역할이다.
감독님이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었다. 그래서 심리 상담을 계속 진행했다. 스태프에게도 “모두가 시아를 시아로 대해야 한다. 배역과 분리시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시사 때 보니 김시아 양이 한지민 씨를 부르는 호칭에 혼동이 있는 것 같았다. 이모와 언니 사이의 지점이다.
하하. 시아의 어머니가 저보다 어리다. 제가 조카가 둘이 있다 보니, 시아한테 이야기 할 때 이모로 많이 지칭했다. 언론시사 땐 무엇보다 시아가 또박또박 말을 한다는 게 낯설었다. 그날 그간 못 보여준 애정을 다 전해주고자 했다. 맛있는 것도 먹고, 키즈카페도 갔다. 시아에게 있는 어린 아이 모습을 봐서 참 좋았다. 

지은의 친부를 연기한 백수창 씨, 계모를 연기한 권소현 씨의 연기도 참 좋았다. 보는 내내 분노가 치밀었다.
저도 정말 죽이고 싶었다. 대본에 없던 욕이 나온 것도 같은 이유다. 두 분 다 캐릭터를 너무 잘 표현해주셨다. 지은이의 친부 김일곤 역시 가정사가 평탄치 않았다. 보통 아동학대는 그렇게 대물림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누구나 부모는 있다. 하지만 그 부모를 선택하지 못한다. 충분히 연민이 가고, 이해할 수 있을 부분이었지만, 막상 슛이 들어가니 욕이 절로 나왔다. 소현 씨랑도 감정을 소모하며 힘들게 촬영한 신이 대다수였다. 그래서 두 분에게 너무 감사하다. 김선영 선배님도 영화에 숨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서 참 좋았다. 저의 엄마로 나와주신 장영남 선배님도 감사하다. 그 역할이 정해지는데 생각보다 기다림이 많았다. 촬영하시는 날 현장에 갔었는데, 잠깐 와서 다 하고 벌써 가셨다고 했다. 역시 잘 하시는 선배님이시다.

 

사진=리틀빅픽처스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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