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리뷰] 유령이 될 수밖에 없었던 '팬텀'의 진짜 이야기

[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모두가 가면 뒤에 숨어 있을 얼굴에 관심을 가졌지만, 뮤지컬 '팬텀'은 '에릭'의 속마음을 더 궁금해했다.

2015년 초연을 시작으로, 2016년 재연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던 뮤지컬 '팬텀'이 세 번째 공연을 들고 관객을 찾아왔다. '팬텀'은 모두에게 익숙한 가스통 르루의 대표작 '오페라의 유령'을 각색한 뮤지컬이다. 극작가 아서 코핏은 미스터리한 캐릭터 '에릭'에 초점을 맞추고, 원작에서 그리지 못했던 그의 인간적인 면에 집중한다. 에릭의 사랑부터 설렘, 분노, 그리고 두려움까지, 그가 느꼈을 희노애락을 비극적인 스토리에 녹여냈다.

# '겉모습에 속지 마세요', 에릭

‘에릭’, 즉 ‘팬텀’이라 불리는 남자에겐 언제나 물음표가 붙는다. 화려한 가면으로 흉측한 얼굴을 가리고, 무대의 배경이 되는 오페라 극장 지하세계에 살고 있다. 어둡고 괴팍한 ‘에릭’이지만 그 속내는 다르다. 한없이 여리고, 인간적인 인물이다. 외면에 가려졌던 오페라에 대한 순수한 애정, 크리스틴을 향한 사랑,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관객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신다. 

특히 이번 시즌 ‘팬텀’에 새로이 합류한 정성화는 임태경-카이와는 다른 매력의 ‘에릭’을 관객에게 선물한다. 처음 시도한 캐릭터인 만큼 ‘에릭’의 천진한 감정이 보다 풋풋하게 느껴진다. 또한 풍부한 성량을 자랑하는 정성화 답게 대표인 넘버 ‘서곡: 내 비극적인 이야기’, ‘그 어디에’를 무대 넘어 객석 끝까지 그의 소리로 가득 채운다.

# '미운 오리 새끼 탈출!', 크리스틴 다에

이지혜는 지난 2016년 재연 이후 다시 한번 ‘크리스틴 다에’를 맡았다. 맑고 청아한 음색으로 관객의 마음을 녹인다. 특히 그의 매력이 돋보이는 넘버는 ‘파리의 멜로디’와 ‘비스트로’다. 꾸밈없는 재능을 가진 크리스틴이 에릭을 만나 성장하고 변화된 모습을 가장 크게 보여주는 부분이다. 촌스럽다고 무시당하던 크리스틴은 에릭을 만나 화려한 기교와 아름다운 목소리로 마음껏 노래한다.

‘에릭’, ‘필립 드 샹동 백작’(백형훈 분)과 선보이는 듀엣도 빼놓을 수 없다. ‘에릭’과 함께 완성한 ‘넌 나의 음악’은 두 사람의 호흡이 돋보이는 넘버 중 하나다. “도레미파솔”을 주고받는 모습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완벽한 하모니뿐만 아니라 아니라 오페라에 대한 애정, 서로에 대한 마음을 조금씩 내비치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발산한다.

‘필립 드 샹동 백작’과의 듀엣은 마음을 간질인다. 넘버 ‘크리스틴’은 제목 그대로 ‘크리스틴’을 향한 마음이 묻어나는 세레나데다. 애절하게 외치는 “크리스틴”이라는 가사는 로맨스 드라마 한편을 보는 듯한 설레는 마음을 안겨준다. 

# '한국에만 있다?', '팬텀'을 빛낸 BEST 3

‘팬텀’ 무대에는 눈을 뗄 수 없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숨어있다. 먼저 조연들의 활약이다.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개성을 뽐내 무대가 살아 숨 쉰다. 그중 욕심 많은 새로운 오페라 하우스의 주인 ‘마담 카를로타’(김영주 분), ‘무슈 숄레’(이상준 분)은 어둡던 분위기를 경쾌하게 만든다. 두 사람의 귀여운 애교와 오버스러운 넘버는 모두를 웃음 짓게 한다.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커플이다. 

두 번째는 ‘발레’다. 한국형 ‘팬텀’에서만 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2막에서 펼쳐지는 젊은 ‘카리에르’와 ‘벨라도바’의 회상신. 대사 없이 몸짓으로 표현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 발레를 잘 모르는 이들도 빠져들 만큼 아름다운 순간을 선사한다.

마지막은 눈을 즐겁게 하는 입체적인 무대다. 충무로아트센터 대극장의 무대를 아낌없이 꽉 채워 사용한다고 해도 아깝지 않다. 작은 배경 하나조차 살아 움직인다. 또한 인물의 움직임에 따라 배경의 방향이 전환돼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특히 무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크고 웅장한 샹들리에는 시선을 사로잡는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한편 뮤지컬 ‘팬텀’은 12월 1일부터 오는 2019년 2월 17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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