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구현의 필름시럽] '악질경찰', 광화문 세월호 천막이 철거되는 지금에
▲ 영화 '악질경찰' 스틸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 영화 '악질경찰' 스틸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서울 광화문 광장의 중심에 서 있었던 세월호 천막이 18일 철거됐다. 지난 2014년 7월 처음 설치됐으니, 4년 8개월 만이다.

길다면 길었던 시간, 하지만 무척 짧게 느껴짐을 넘어 길었다고 표현하기가 미안한 것은 아직도 세월호 참사가 대한민국의 아픈 상처이기 때문일 터다. 그뿐일까? 여전히 세월호 참사는 많은 물음표를 남긴 채 진실 아래를 표류하고 있다. 언제까지고 세월호 천막이 광화문에 서 있을 수 없겠지만, 혹여 ‘이대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세월호 천막이 철거 되는 시점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시금 되새기는 영화가 나왔다. 바로 영화 ‘악질경찰’이다. 사실 ‘악질경찰’이라는 영화 제목에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메가폰을 잡은 이정범 감독의 전작이 ‘아저씨’라는 점, 그리고 ‘끝까지 간다’ 등 영화에서만큼은 강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던 이선균이 주인공이라는 것도 이유다.

그뿐일까? 미리 공개됐던 시놉시스 또한 괴리가 있다.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 분)가 경찰 압수창고를 털다 조필호의 사주를 받았던 한기철(정가람 분)이 폭발사고로 사망한다. 이에 용의자로 지목된 조필호는 사건의 증거를 가진 고등학생 미나(전소니 분)과 엮이며, 거대한 음모 속으로 빠져든다는 이야기다. 여러모로 세월호 참사를 연상하기엔 거리가 먼 영화다.

하여 영화를 본 이라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영화를 보러 가는 관객 모두가 리뷰를 찾아보고, 영화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후 극장을 찾는 것이 아니다. 아마 많은 이들은 ‘악질경찰’이 전하는 기본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영화를 보러 갈 터다. 허나 스크린에 펼쳐지는 ‘악질경찰’은 분명 많은 이가 기대했던 이야기와 다른 길을 가고 있을 것이다.

▲ 영화 '악질경찰' 스틸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 영화 '악질경찰' 스틸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그렇게 ‘악질경찰’은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전면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현 대한민국 사회에서 다루기에 가장 민감한 소재를 상업 영화로 끌어들였다. 상업 영화로서는 엄청난 도박, 다만 리뷰 글귀에 ‘도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세월호 참사다. 그만큼 우리에게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

하여 더 잘 만들었어야 했을 ‘악질경찰’이다. 이정범 감독의 진정성을 폄훼하는 건 아니다. 분명 세월호 참사에 마음 아파했고, 분노했을 이 감독이다. 그렇기에 제작과정에서 부딪혔을 수많은 장애물들을 타파하고 ‘악질경찰의’ 가시밭 길을 걸었을 터다. 세월호 참사를 상업 영화로 풀어낸다는 게 감독에게 얼마나 많은 부담을 주었을지 충분히 예상되는 부분이다.

영화는 악질경찰 ‘조필호’가 세월호 희생자의 절친 ‘미나’를 만나 변모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 속에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픔도 그려냈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감정도 녹여냈다. 자신보다 더 악질이었던 거대한 사회악에 일침을 가하는 조필호를 통해 아직까지도 명쾌하게 풀려있지 않은 세월호 참사의 수많은 물음표에 분노를 표한다. 그리고 지켜주지 못했던 어른들의 미안함도 전하고 있다.

▲ 영화 '악질경찰' 스틸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 영화 '악질경찰' 스틸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분명 이정범 감독은 세월호 참사의 이야기를 자신이 잘 하는 방법으로 풀어냈다. 다만 이 감독의 장기와 현재 세월호 참사에 느끼는 국민 정서가 결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게 아쉽다. 욕설이 난무하고, 뼈가 부러지고, 선혈이 낭자하는 액션 영화에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오롯하게 느끼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장르의 혼용이 낳은 패착이라 할 수 있다.

이정범 감독은 세월호 유가족과 ‘악질경찰’을 함께 봤고, 많은 분들의 감사 표시와 공감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이정범 감독이 하고자 했던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을 지도 모른다. 허나 그저 아쉬울 따름인 거다. 결국 ‘악질경찰’은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았다. 모두가 기억해야 할 세월호 참사를 그리고 싶었다면, 많은 이가 볼 수 있는, 혹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 아니었을까?

광화문의 세월호 천막이 철거되고, 분향소 자리엔 '기억-안전 전시공간'이 조성된다. 그렇게 세월은 지나가고, 세월호도 흘러가고 있다. 20일 ‘악질경찰’의 개봉을 넘어, 역시나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영화 ‘생일’이 오는 4월 3일 개봉한다. 아마 앞으로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영화는 더 제작되고, 개봉할 것이다. 광화문을 떠나 관객의 마음 속에 또 하나의 세월호 천막을 짓는 일이다. 보다 튼튼하고 오래도록 희생자를 추모할 천막이 세워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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