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왜그래 풍상씨' 전혜빈 ② "20대 슬럼프와 사기까지, 나 홀로 버텼다"
[Z인터뷰] '왜그래 풍상씨' 전혜빈 ② "20대 슬럼프와 사기까지, 나 홀로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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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혜빈 (사진=신경용 기자)
▲ 전혜빈 (사진=신경용 기자)

[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버틸 수 있는 힘은 강한 마음에 있다. 전혜빈은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만의 뚜렷한 소신으로 어려운 시절을 버텨냈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을 무기 삼아 '왜그래 풍상씨'를 만났고, 끝내 빛을 발했다.

전혜빈은 지난 2002년 그룹 '러브'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사돈(24시간 돈다)', '댄싱퀸'이라는 수식어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다. 하지만 배우 활동에 수식어는 편견이 됐고, 이를 깨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지만 전혜빈은 천천히 자신의 무기를 연마했고, 드라마 '또 오해영'에 이어 '왜그래 풍상씨'를 만나 과거의 꼬리표를 떼어냈다.

전혜빈은 "'느리더라도 소신껏 하겠다'고 마음먹었고, '그렇게 최선을 다해도 안 된다면 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제가 오를 앞으로의 산이 얼마나 높은지는 모르겠지만 뚝 떨어질 거 같진 않아요"라고 확신 있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전혜빈은 '풍상'(유준상 분)의 네 동생 중 가장 정상적인 캐릭터 '정상'을 연기했다. 정상은 대학병원 의사로 팩트 폭격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풍상의 마음속 든든한 기둥이며, 어깨를 하늘 높이 세워주는 똑똑한 동생이다. 또한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이란성 쌍둥이 '화상'(이시영 분)의 언니로 이시영과 만나 환상의 현실 자매 케미를 완성했다. 

제니스뉴스와 전혜빈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왜그래 풍상씨'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이날 전혜빈은 이번 작품, 함께한 동료들, 현장에 대해 대단한 애정을 드러냈다. 커다란 눈이 촉촉해질 정도로 '왜그래 풍상씨'에 대한 여운과 시청자에 대한 감사를 표한 전혜빈과의 대화를 이 자리에 전한다. 

▶ 1편에서 이어

▲ 전혜빈 (사진=신경용 기자)
▲ 전혜빈 (사진=신경용 기자)

Q. '왜그래 풍상씨'라는 인생작을 만난 거 같다. 
여러 부분에서 '인생 잘 산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또 오해영'에서 만난 현진이랑 감독님이 와서 비싼 간식 차를 선물해주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도, 이런 드라마를 만났다는 것도 말로 표현이 안된다. 어렸을 때 가수로 데뷔해서 '이사돈' 꼬리표 떼느라 긴 세월을 보냈다. 이렇게 좋은 드라마도 만났고 팬분들도 생겨 뚝심을 갖고 자신을 믿었던 보람을 느낀다. 슬럼프도, 사기꾼도 만나며 길게 돌아온 감은 있지만, 고단한 세월을 보내고 나니 봄이 찾아온 것 같은 생각도 든다. 

Q. 사기를 당했었다는 말일까?
그랬다. 제가 가수로 데뷔해서 힘든 시간이 있었다. 제가 하고 싶은 건 연기였는데, 당시 소모적으로 이미지를 사용했다. 하지만 회사랑 계약이 걸려 있어 끝까지 참았고, 회사를 나와 2년 동안 혼자 매니저 월급 주면서 일했다. 그때가 26살이었다. 사기꾼은 TV에나 나오는 줄 알았는데, 정말 많았다. 특히 돈보다는 꿈을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이 많았다. 심지어 작가님도 있었다. "키워주겠다"고 제안을 해서 천사인 줄 알았다. 저에게 시놉시스도 보내주시고, 포털 사이트에 이름 치면 나와서 의심할 여지도 없었는데, 엄청난 사기꾼이었다. 20대에 그런 일들을 겪으며 마음의 벽을 두껍게 쳐놨었다. 그만큼 힘들었던 일이 많았다. 

Q. 2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정말 많이 힘들었겠다.
스스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쁜 방법을 써서 잘 될 거면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느리더라도 소신껏 하겠다'고 마음먹었고, '그렇게 최선을 다해도 안 된다면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남들보다 더디게 시멘트로 돌을 쌓아서 밟고 올라가려니까 오래 걸렸다. 하지만 인생으로 보면 배운 게 많다. 고통의 시간들이 헛된 건 아니었다. 제가 오를 앞으로의 산이 얼마나 높은지는 모르겠지만 뚝 떨어질 거 같진 않다. 하하. 

Q. 힘들 때 자신 밖에 믿을 수가 없었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다.
제가 너무 불쌍했다. 이 세상에서 이기적이지 않게 살기도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소신껏 살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기적이면서 실속 챙기면 인간성은 욕을 먹더라도 잘 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제 방법이 맞는 것 같았다. 준상 오빠도 뚝심 캐릭터다.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 대표 배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하. 이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시대다. 기다리고 연마했다가 사용하는 것만큼 좋은 건 없는 것 같다. 

▲ 전혜빈 (사진=신경용 기자)
▲ 전혜빈 (사진=신경용 기자)

Q. 전혜빈이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은 과거의 시간들일까?
맞다. 제가 살 수 있는 힘을 만든 거 같다. 후배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뉴스에서 접할 때가 있다. 그 시절을 지나왔던 선배로서 "지금 이 순간이 불필요한 시간이 아니다"고 말해주고 싶다. 제가 술독에 빠져 지냈던 시간도 불필요하지 않았다. 고생이지만 필요했다. 자신을 믿고 열심히 또박또박 걷다 보면, 자신의 시간이 오니 그걸 믿고 열심히 하면 될 거 같다. 

하지만 그러다가 스스로를 망치는 일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걸 보완하는 시스템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도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게 있다. 10년 후에 인터뷰를 하며 이야기할 수 있을 거 같다. 하하. 

Q. 어떤 꿈인지 궁금하다. 
구체화는 아직이다. 하하. 우리나라엔 정말 많은 아이돌들이 있다. 하지만 빛도 못 보고 사그라지는 불빛도 있다. 제 능력이 완성된다면 노력하는 친구들에 한해서 기회를 열어주는 일을 하고 싶다. 아카데미를 만들어도 좋지 않을까? 하하. 이제 씨앗 하나 심어 놓은 꿈이다. 

Q. 차기작 준비는?
이번 작품이 무사히 끝났으니, 다음 작품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다. 지금은 작은 영화 하나, 영화 '럭키' 감독님이 러브콜을 해주셨다. 올가을 개봉할 예정이다. 또 드라마를 만나면 좋겠다는 건 저의 생각이다. 하하. 

Q.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동안 어떻게 보낼 예정인가?  
발길 닫는 대로 여행을 가려고 한다. 먼저 바르셀로나를 갈 건데 첫 숙소만 끊었다. 돌아다니다가 이상한 곳으로 빠지면 지도 어플을 열어서 안전한 곳으로도 들어오는 지구 미아가 되는 여행을 할 예정이다. 혼자 하는 여행은 아니다. 단지 친구들이 직장인인 경우가 많아 일주일씩 릴레이 하듯 저와 여행할 것 같다. 하하. 

Q. 앞으로 배우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열심히 돌다리를 만들었으니, 이 일을 그만둘 일은 없을 거 같다. 하하. 이제 좀 제 연기를 좋아하고, 궁금해하고, 지켜 봐주시는 팬들이 생겨 더욱 좋은 연기로 보답하고 싶다. 앞으로 좋은 작품을 만나서 "전혜빈 나오니까 봐야지"라는 행운 같은 순간을 만나고 싶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사랑을 많이 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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