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사바하' 박정민 ② "내면의 욕망? 돈 벌어볼까요?"
▲ 영화 '사바하'의 배우 박정민 (사진=CJ엔터테인먼트)
▲ 영화 '사바하'의 배우 박정민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박정민은 늘 치열하다. 영화 '파수꾼'으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쉽게 연기하지 않았다. ‘동주’의 송몽규를 이해하기 위해 그의 묘역을 찾았으며, ‘그것만이 내세상’에선 더 좋은 신을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피아노를 쳐댔다. 자기 안에 고민도 어찌나 많은지, 오죽하면 그 수많은 생각들을 모아 책으로까지 써낸 박정민이다.

어쩌면 그래서 ‘사바하’의 나한을 더 이해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나한은 결국 살인자다. 하지만 그의 삶은 언제나 치열했다. 비록 자신의 의지가 없이 상황에 맞춰 살아갔겠지만, 그 삶은 정말 하루하루가 치열했고, 늘 지옥 같은 하루를 보냈다. 그렇기에 살인자인 나한에겐 이유 모를 연민이 피어난다. 그만큼 박정민이 나한이라는 캐릭터를 오롯하게 살려냈기 때문이다.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감독의 신작 ‘사바하’로 돌아온 배우 박정민과 제니스뉴스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매 작품마다 많은 사전준비를 했었지만, 이번만큼은 직접 체험해 볼 일이 없었다는 박정민. “작품 때문에 종교를 가질 수는 없잖아요”라며 웃는 그와 나눈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 1편에서 이어

나한은 선과 악,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역할이었다.
일단 사이코패스는 아니다. “사람 죽이는 건 잘못됐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매일 악몽을 꾼다. 굉장히 나약한 아이다. 어쩌면 속이 가장 시끄러운 인물일 수 있다. 사실 그 친구를 제가 다 알 수 없다. 전 사람을 죽여볼 일이 없으니 말이다.

아이러니한 건 악몽 속에서 엄마를 찾는다.
김제석을 향해 “아버지, 아버지” 거리며 의존하지만, 나한의 감정 가장 깊숙한 곳엔 엄마가 있다. 무의식 중에 엄마가 와서 자장가를 불러주면 그제서야 편안해진다. 몸은 다 자랐지만 아이 같은 면이 있다. 살면서 자기 뜻대로 살아본 적이 없는 인물이었다. 어렸을 땐 불우했고, 나쁜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았다. 이후 큰 죄를 짓고, 감옥에 갔다가 김제석에게 구제받는다. 그 뒤엔 그 사람을 위해서 살고, 나쁜 짓을 하고 살아간다. 분명 어린 아이 같은 정신 세계가 있을 것이다.

▲ 영화 '사바하'의 배우 박정민 (사진=CJ엔터테인먼트)
▲ 영화 '사바하'의 배우 박정민 (사진=CJ엔터테인먼트)

나한이 홀로 쉬는 공간, 온갖 벽면을 채우고 있는 탱화가 인상적이었다.
사실 탱화라는 것이 가까이서 볼 일이 없다. 보통 멀리 전시돼 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 가까이서 봤는데 정말 섬뜩했다. 사천왕 같은 경우는 다 무섭게 생겼으니 이해한다. 하지만 제가 놀란 건 부처님이었다. 부처님은 표정이 없다. 희미하게 인자한 미소를 띠고 계신데, 그게 어쩔 땐 정말 무섭게 다가온다. 사람을 짓누르는 기분이 든다. 그러다 다르게 보면 또 편안해진다. 역시 미지의 존재다.

그 방에 있을 때 나한을 마음속에서 짓누르는 존재들이 항상 엄습해 온다. 정말 무서웠다.
그 촬영을 2회차쯤 진행한 것 같다. 제게도 비주얼 쇼크였고, 그 잔상이 길게 남았다. 당장 무섭지 않더라도, 제가 혼자 있을 때 괴로울 거 같고, 불 끄고 누워있으면, 의도치 않게 훅 들어올 때가 있었다. 그럴 땐 ‘아 망했다’라며 불을 켜고 잤다.

결국 영화는 선과 악이 끊임없이 변화한다. 박정민 내에서도 그런 지점이 있을까? 악이라고 표현하기 애매하다면, 욕심이나 욕망 같은 게 있을까?
저 역시 항상 바뀌는 거 같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뀐다. 욕망이라면 이 일을 오래 열심히 재미있게 하고 싶다. ‘아 빨리 그만두고 싶다’할 때도 있다가, 가끔 ‘돈을 벌어볼까?’라는 욕심도 생긴다. 그러다 ‘돈이 무슨 소용이야’라며 다시 돌아온다. 아마 모두가 그럴 거라 생각한다. 다만 제가 꿈꿨던 선배님들처럼 되고 싶다. 그리고 그분들이 하고 있는 것들을 잘 지켜가고 싶은 바람은 있다. 욕망이 아닌 제 작은 바람이다.

돈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사실 박정민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돈을 좇는 배우는 아닌 것 같다. 일부러 경계하는 지점일까?
일부러 배제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그런 시나리오가 안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정말 잘 모르겠다. 전 그때그때 재미있는 걸 한다. 그러다 보면 저예산으로 한 영화가 꽤 많고, 상업영화도 빅버젯 영화보다 중 예산 작품이 더 많다. 선배들 중에는 “보다 야망을 가지고 판이 잘 짜진 상업영화를 해봐”라는 조언도 해주시긴 한다. "이름값을 올려봐"라는 조언도 있었다.

배우의 이름값이라는 건 사실 예산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다. 
맞다. 배우가 자신의 이름값이라는 게 분명 영화에 도움이 된다.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가끔 제가 나온 영화에 미안할 때도 많다. ‘돈 구하시는 분들이 더 힘드셨겠다’라는 미안함이다. 그런데 사실 이름값이라는 게 가지고 싶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디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까, 전 제가 잘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하고 있는 셈이다.

▲ 영화 '사바하'의 배우 박정민 (사진=CJ엔터테인먼트)
▲ 영화 '사바하'의 배우 박정민 (사진=CJ엔터테인먼트)

장르적인 욕망은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쪽에?
일단 그런 장르를 해본 적이 없는 건 맞다. 러브라인이야 있었지만, 그 라인이 메인인 작품은 없었다. 그저 ‘거부하지 않겠다’ 정도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실 전 멜로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내가 할 수 있겠어? 난 그걸 못 견딜 거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전 ‘무뢰한’을 보면서 ‘아 이것도 멜로지? 이런 멜로도 재미있긴 하겠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 ‘파이란’ 같은 멜로도 하고 싶다.

글을 쓰니까, 직접 마음에 드는 멜로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제가 쓴 시나리오엔 정말 슬픈 멜로가 있다. 굉장히 오랜 시간 꼽혀있던, 오랜 시간 쓴 시나리오다. 장르는 공상과학최루성멜로? 그런데 돈이 많이 들어갈 거 같다. 그래서 찍진 못할 것 같다. 하하.

만약 본인의 시나리오로 영화가 된다면, 이재인 씨는 캐스팅 물망에 오를까? ‘사바하’가 캐낸 최고의 보석 같다. 오랜만에 정말 건강한 신예를 만났다.
캬~! 재인이는 정말 이대로만 자라줬으면 좋겠다. 대학 갈 때까지 연애도 하면 안 된다. 너무 연기를 잘하고,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다. 항상 아낀다. 너무 좋은 배우다. 에너지 자체가 건강하다. 묘한 분위기도 있고, 이런 ‘단단한 에너지를 풍기는 어린 배우를 본 적 있나?’라고 생각해보면 기억에 없다. 사실 제가 뭐라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 자체가 ‘재수 없다’ 생각돼서 말을 아끼는 편인데, 재인이는 정말 충동적으로 칭찬이 나온다.

‘사바하’를 통해 배우 박정민에게 변화가 생긴게 있을까?
변화가 있다. 평소 절에 가는 걸 좋아라 했는데, 이 영화 덕분에 보다 자주 절을 가게 됐다. 그렇다고 제가 불자는 아니다. 하지만 절에 가면 절도 하곤 한다. 지방 촬영을 가면, 꼭 그 지방에 있는 절들을 가본다. 그게 이번 영화 때문에 생긴 새로운 버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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