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터뷰] '카루소' 장광효 디자이너 ② "해외 브랜드만 북적북적, 울적했던 패션위크"
[특집 인터뷰] '카루소' 장광효 디자이너 ② "해외 브랜드만 북적북적, 울적했던 패션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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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카루소)
▲ 카루소 장광효 디자이너 ② "해외 브랜드만 북적북적, 울적했던 패션위크" (사진=카루소)

[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업계마다 '레전드'라고 불리는 전설 같은 거장들이 존재한다. 패션 업계에도 '대한민국 1호 남성복 디자이너'라 불리는 살아 있는 전설이 숨 쉬고 있다. 바로 브랜드 카루소를 이끄는 패션 디자이너 장광효다.  

장광효 디자이너가 이끄는 브랜드 카루소는 올해로 32주년을 맞았다. 지난 1987년 처음 카루소의 문을 연 장광효 디자이너는 이듬해인 1988년 서울올림픽 기념 국내 최초 남성복 컬렉션을 선보이며 여성복 위주의 한국 패션 업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어 조용필, 서태지, 소방차 등 당대 내로라하는 스타들의 무대 의상을 제작했고, '장광효 디자이너의 옷을 안 입어본 남성 스타는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며 한국 남성복의 트렌드를 선두 했다.

3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장광효 디자이너의 컬렉션은 새롭다. 장광효 디자이너가 지나온 시간은 나태가 아닌 다음 시즌을 위한 원동력으로 녹아들었다. 탄탄히 다져온 경험은 트렌드의 흐름을 온몸으로 체감하게 만들었고, 완성도 높은 쇼를 위한 밑거름이 됐다. 이에 최근 열린 '2019 F/W 서울패션위크'에서도 '요리하는 남성'이라는 요즘 트렌드에 주목한 카루소만의 우아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쇼를 선보여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제니스뉴스와 장광효 디자이너가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카루소 쇼룸에서 인터뷰로 만났다. 장광효 디자이너에겐 패션에 대한 뜨거운 에너지와 1세대로서의 책임감이 가득했다. 부드러우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을 발휘하기도, 한국 패션업계에 대한 뚜렷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던 장광효 디자이너와 함께한 시간을 이 자리에 전한다. 

▶ 1편에서 이어

▲ '2019 F/W 서울패션위크' 카루소 (사진=서울디자인재단)
▲ '2019 F/W 서울패션위크' 카루소 (사진=서울디자인재단)

Q. 어떻게 패션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됐나요?
원래 미대에 가려고 공부를 했었어요. 그런데 1차로 지원한 회화과에 떨어졌어요. 그래서 2차로 대학을 가야 했는데, 한 번 떨어진 회화과는 가기 싫더라고요. 하하. 그래서 패션 디자이너의 길을 선택하게 됐어요. 그런데 지금도 '그때 패션을 만나고 미대 떨어지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아마 미대에 갔으면, 이 열정과 흥분을 못 느꼈을 거예요. 적성을 찾아가는 것도 인생의 길인데 맞는 적성을 찾아 평생을 보낸 거죠. 정말 러키한 인생이에요. 

Q. '대한민국 1호 남성복 디자이너'로서, 선배로서 바라보는 한국 패션, 서울패션위크에 대한 생각은 남다를 것 같아요.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요?  
패션쇼는 컬렉션을 자랑하는 것도 있겠지만, 패션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메신저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선배로서도 그런 책임감을 많이 느껴요. 그리고 최근 패션위크에도 신인과 원로 중간대에 위치한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많이 비었다는 걸 체감하고 있어요. 선후배끼리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게 잘 안된 것 같아요. 진행하는 감독도, 선배인 나도, 그만둔 디자이너들도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해요.

또한 패션위크는 지금 시기면 날개를 달고 날아야 하는데, 갈수록 위축되는 것 같아요. 경기라는 것도 무시 못 하죠. 이럴 때일수록 누가 잘하고 못했고를 따지기보다는 힘을 합쳐야 어려움을 딛고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패션위크의 감독이 새로 바뀐다고 하는데, 사심 없이 능력 발휘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Q. 젊은 세대들의 해외 브랜드 선호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요. 이에 대한 생각은?
안타까워요. 이번 쇼를 할 때도 해외 브랜드 론칭 파티에 많은 셀럽들이 몰리더라고요. 패션위크에는 톱배우들이 거의 없었죠. 그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울적했어요. 요즘 아이돌이나 셀럽들도 국산 옷도 입겠지만, 구찌나 발렌시아가 같은 명품 브랜드를 입잖아요. 물론 옷 자체도 좋겠지만, 우리 것도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디자이너들도 더욱 잘 만들고, 스타들도 애용했으면 좋겠어요.

Q. 최근 패션 업계에서도 제 4차 산업혁명에 집중하고 있어요. 카루소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찬성해요. 저는 제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려고 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무조건 받아들이자는 건 아니에요. 기본적으로 옷을 잘하고 나서 수용하는 게 더욱 중요한 것 같아요. 성숙하지 않은 의상에 새로운 걸 집어넣는다고 좋은 옷이 나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 (사진=이혜린 기자)
▲ 카루소 쇼룸 (사진=이혜린 기자)

Q. 최근 유행하는 스타일도 서스럼 없이 소화하는 것 같아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울프 커트 스타일도 멋스러워요. 
이 머리를 한 지 2년 정도 됐어요. 하하. 7~8년 정도 된 단골 헤어숍이 있는데, 앉아서 자고 있으면 알아서 잘라주세요. 그런데 어느 날 울프 커트로 스타일링한 거예요. 맥가이버 스타일 같았어요. 자르고 나서 아내가 "어린애 같아"라고 했는데, "나 디자이너잖아"라고 말하며 웃었어요. 제가 60대라고 하지만 꼭 나이대에 맞춰 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제 주변에도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많고요. 하하.

Q.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열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져요. 비결이 있다면?
먼저 건강해야 해요. 그리고 돈도 투자를 잘 해놓고, 잘 써야 하고요. 마지막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선두가 돼서 잘 해야 해요. 그래야 열정적인 에너지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장광효 디자이너만의 건강 비결은?
보통 디자이너들이 창작한답시고 담배 피우고, 잠을 잘 안 자는데, 저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요. 잘 먹고, 스트레스 안 받고, 일할 때 다른 거 안 하고 일에만 집중해요. 일은 주로 낮에 하고요. 저희 출퇴근 시간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예요. 그래서 특별히 가야 하는 자리가 아니라면, 약속도 잘 잡지 않는 편이에요. 그런 걸 다하면 막상 자기 일은 하지 못해요. 뭐든지 단순해야 해요. 그래서 그런지 아직까지 병원 하나 안 다녀요. 하하. 

Q. 현재까지 지키고 있는 자신만의 신념이 있을까요?
'가정을 잘 지키고, 건강하게, 일은 재미있게'.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에요. 예전에 정말 멋있게 생겼는데, 슬럼프에 빠져 자살 직전까지 갔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논어심득'이라는 책을 선물했어요. '부모님께 잘해라' 같은 기초 중에 기초를 담은 책이에요. 그런데 그 속에 답이 있어요. 제 4차 산업 혁명 같은 게 기본 원리가 아니에요. 사는 게 마냥 어렵지만은 않아요. 답을 아주 먼 곳에서 찾으려고 하니까 정작 답을 못 찾고 힘들어하는 게 아닐까요?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거창하게 컬렉션을 선보여 세계 시장을 잡는다는 목표는 아니에요. 하하. 제가 했던 옷,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의 옷을 한 공간에 전시 보관할 수 있는 박물관이나 전시회를 만들고 싶어요. 그게 올해, 내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조만간 이룰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마지막엔 사회에 기증하고, 하직하고 싶어요.

Q. 장광효 디자이너의 은퇴, 상상이 안 가요.
몸이 허약해지고, 쇼를 더 이상 하지 못한다면 은퇴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아내가 대학교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데, 2년 정도 있으면 정년이에요. 그래서 함께 여행도 다니려고 생각 중이에요. 일에 열심히 해서 아내와 함께 하지 못한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요. 일을 줄이고 가정을 위해 힘써야죠.

그리고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수치적인 거잖아요. 80세 넘으면 집에 조신하게 있으려고 해요. 하하. 70대까지 여행 다니다가 안식년을 가지고 또다시 집에서 컬렉션을 할지도 모르지만요. 하하. 건강하게 능력 될 때까지 컬렉션을 하고 싶어요. 재산도 잘 정리해서 뮤지엄도 하고 싶고요. 그게 지금 제 목표고,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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