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해치’ 정문성 ① "3단 변신 밀풍군, 제겐 아픈 손가락"
▲ '해치' 정문성 (사진=오치화 기자)
▲ '해치' 정문성 (사진=오치화 기자)

[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때로는 악인의 눈빛을, 때로는 지질함이 가득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드라마 ‘해치’에서 보여준 그의 생생한 연기는 시청자들을 소름 돋게 만들었고, 극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했다. 바로 ‘해치’의 신 스틸러 배우 정문성의 이야기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해치’에서 정문성은 소현세자의 후손 ‘밀풍군 이탄’으로 열연했다. 이탄은 정당한 ‘자신의 것을 빼앗겼다’는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로 자라났다. 특히 왕권을 두고 ‘이금’(정일우 분)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극에 긴장감을 더했다.

정문성은 지난 2007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한 후 ‘트루웨스트’ ‘여신님이 보고 계셔’ ‘헤드윅’ 등 무대를 통해 관객들과 만났다. 이어 2012년 SBS 드라마 ‘유령’을 시작으로 ‘수상한 가정부’ ‘비밀의 문’ ‘육룡이 나르샤’ ‘김과장’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시청자에게 얼굴을 비췄다.

지난해에는 드라마 ‘멈추고 싶은 순간 : 어바웃 타임’과 ‘훈남정음’ ‘라이프’ ‘빅포레스트’ ‘사의 찬미’에 출연하며 ‘열일’ 행보를 펼쳤다. 특히 정문성은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불쌍한 형부터 ‘훈남정음’의 귀여운 모태솔로, ‘라이프’의 못된 회장까지 다양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정문성’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알렸다.

앞으로 또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기대가 모이는 가운데, 정문성과 제니스뉴스가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제는 조금 쉬어야죠”라고 말하면서도 “올해는 꼭 무대에 설 거예요. 앞으로 1년에 1작품 이상은 할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죠”라며 연기를 향한 남다른 열정을 뽐낸 정문성. 그와 나눈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 '해치' 정문성 (사진=오치화 기자)
▲ '해치' 정문성 (사진=오치화 기자)

Q. ‘해치’를 마쳤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길게 촬영한 작품이라 몸도 지쳤고, 내 편이 없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외로웠다. 힘들었지만 시원하기보다는 ‘조금 더 열심히 할걸’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밀풍군은 현대극에서도 보기 드문 캐릭터였다. 그래서 체득하고 배운 게 정말 많았다. 제가 했던 모든 역할이 소중하지만 밀풍군은 더 특별하다. 나이가 들어도 계속 기억이 날 것 같다. 

Q. 어떻게 ‘해치’와 만나게 됐는지?
밀풍군 역할이 오랫동안 캐스팅이 안 됐다. 감독님하고 제가 ‘훈남정음’이라는 드라마로 처음 만났는데,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감독님이 문득 제 생각이 났다고 하셨다. 밀풍군은 악역이지만 무섭고 잔인하고, 반감을 일으키는 인물이 아니라 악역이지만 귀엽고 연민, 동정심이 느껴지는 캐릭터여야 했다. 제가 ‘훈남정음’에서 많이 까부는 역할로 나왔는데, 감독님이 그걸 기억하시고 저에게 연락을 주셨다.

Q. ‘밀풍군 이탄’이라는 캐릭터를 처음 마주했을 때 느낌은 어땠는지?
처음에는 이유가 있는 악역이라 좋았다. ‘이금’(정일우 분)과 대립하지만 얘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래서 매력 있는 악역이 될 거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명분을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보면 인간의 어떤 아픔이나, 모자르고 부족한 면, 결핍된 면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불쌍한 인물이다. 저에게는 아픈 손가락으로 기억될 것 같다.

Q. 역할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처음에 작가님이 “총 3단계 변신을 한다”고 힌트를 주셨다. 처음에는 성숙하지 못한 아기다. 밀풍군은 아픈 배경 속에서 자란 아이에 멈춰 있다. 미완의 인간에게 권력이 주어졌을 때 어떻게 사용할지 모르는 인간의 단계가 첫 번째다. 다음이 미쳐 있는 단계다. 밀풍군은 다 죽여서 백성이 한 명도 안 남아도 괜찮을 정도의 광기까지 가버렸다. 감사하게도 광기 어린 인물에서 끝난 게 아니라, 인간의 아픔도 드러낼 수 있었다.

저는 준비할 때 밀풍군이 어린 아이에서 멈춰있는 것에 착안해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표현하려고 했다. 특히 죽는 장면에서는 감독님께서 “네가 아예 처음으로 돌아가서 아이가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제안했고, 그래서 죽는 장면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진행됐다. 결국 밀풍군을 연기하면서 반드시 잃지 않으려고 한 것은 어린아이의 마음이었다.

▲ '해치' 정문성 (사진=오치화 기자)
▲ '해치' 정문성 (사진=오치화 기자)

Q. 극 초반에 유독 돋보였다. 정말 다양한 면모를 보여줬는데.
1회에 제가 보여줘야 하는 면이 많았다. 대사를 외우고 연기하는 것 외에도 말을 타야 했고, 춤도 춰야 하고, 반야심경도 외워야 했다. 그 모든 게 1회에 다 나오다 보니까 할 게 너무 많았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거는 잘 할 필요는 없었다.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저게 뭐 하는 건가’ 싶게 혼자 신난 느낌을 줬어야 했다. 

제가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말을 타봤는데, 엉덩이가 너무 아팠다. 4일째 돼서 너무 아프다고 그랬더니, “정확하게 타는 거다”고 했다. 선생님은 근육이 아픈 줄 알았는데, 사실 피부가 다친 거였다. 집에 갔는데 피가 났고, 몇일 동안 말을 못 탔다. 그게 제일 걱정됐다. 다쳐서 말 타고 달리는 걸 배우지 못했는데, 마지막 전쟁신에서 나도 모르고 달려버렸다. 알고 보니 한상진 형이 뒤에서 말 엉덩이를 치고 간 거였다. 그걸 며칠 전에 알게 됐다. 하하. 

Q. 부상은 다 나았는지?
원래 말을 타려면 승마복을 입거나 보호장비를 다 갖춰야 한다. 그런데 저는 그냥 청바지만 입고 타버렸다. 하하. 그래서 일주일 정도 피부 재생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다.

Q. 촬영 현장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많이 했다고.
제가 정신을 조정한 적은 없다. 하하. 어쨌든 사람이 연기할 때는 상대의 눈을 봐야 하고, 제 눈이 비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정 연기할 때 너무 힘들다. 드라마 특성상 상대방을 찍을 때는 제가 카메라에 안 잡히는데, 그렇다고 빈 눈으로 감정 없이 모른 척을 할 수 없다. 저는 그저 찍을 때나 아닐 때다 똑같이 감정을 담아 연기를 하는 것뿐이다. 눈을 피하지 않고, 대사가 없더라도 눈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그 부분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Q. 상대 연기를 맞춰주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반대로 생각하면 에너지를 줄여서 연기를 하다가 갑자기 내야 하면, 사실 100만큼 안 나올 때가 많다. 계속 리듬을 유지해야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항상 같은 에너지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 '해치' 정문성 (사진=오치화 기자)
▲ '해치' 정문성 (사진=오치화 기자)

Q. 정일우 씨와 가장 많이 붙었는데, 실제 호흡은 어땠는지? 
원래 세상에서 제일 미워야 하는 역할인데, 일우가 평소에 저를 너무 좋아해 줬다. 그래서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가 없었다. 하하. 저를 싫어해야 하는 눈빛을 보내야 하는데, 그 속에는 항상 연민이 묻어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밀풍군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고, 더 좋은 연기가 나왔다. 본능이었는지, 제 연기에 대한 날것의 리액션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Q. 정일우 씨가 인터뷰에서 “정문성에게는 ‘초딩’ 같은 귀여움이 있다”고 표현했는데.
저는 어떤 일을 하든 즐거웠으면 좋겠다. 새카만 캐릭터를 한다고 해서 평소에도 새카만 건 싫다. 되도록 하얗게끔 노력해야 캐릭터에 몰입했을 때 즐겁게 할 수 있는 거다. 

일우는 주인공이라서 더 힘들 거다. 분량도 많고, 대사도 정말 많다. 쉴 때라도 옆에 가서 농담이라도 던지고, “밥 잘 먹고 다녀라”는 소리를 들으면 힘이 날 거라 생각했다. 그런 행동을 초딩처럼 본 것 같다. 일우가 인강성이 정말 좋으니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고 항상 장난치고 싶다. 저한테 초딩이라고 하지만, 그 순간에는 일우가 초딩의 동생처럼 행동한다. 자기도 결국 초딩인 거다. 하하.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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