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화장품이 여성들의 전유물이라는 시대는 끝났다. 여심을 넘어 남심을 사로잡아야 할 때가 찾아왔다.
맨즈 뷰티 시장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관심이 뜨겁다. 패션, 뷰티 등 자신의 외모에 투자하는 남성들을 '그루밍족'이라 부르고 있으며, 최근에는 관심 있는 신제품을 빠르게 접하려는 남성들이 늘어나 '얼리 어답터'와 합성어인 '그루답터'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모바일 리서치 오픈서베이의 '남성 그루밍 트렌드 리포트 2019'에 따르면 20~39세 남성 500명 조사 결과, '뷰티 제품을 통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비중은 약 70%인 것으로 밝혀졌다. 남성 1인당 평균 8개의 뷰티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전년 대비 향수, 선크림, 립밤 등의 제품을 사용하는 이들이 증가했다. 이를 통해 남성들의 화장품, 관리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난 남자니까"는 빛바랜 말이 됐다. 지난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1조 2000억 원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해외 뷰티 브랜드 샤넬 또한 지난해 9월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보이 드 샤넬' 론칭과 함께 남성 고객만을 위한 뷰티 부티크를 오픈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글로벌한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이동욱을 단순 홍보대사가 아닌 캠페인 모델로 기용해 화제를 모았다. 이는 세계로 뻗어 나가는 한국의 유행 선도 및 K-뷰티 시장의 영향력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맨즈 뷰티 시장에 대한 인식은 변화하고 있다. 성장 동력이었던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이유를 넘어 남성들에게도 비주얼은 자신의 개성, 센스를 표출하는 한 부분으로 바뀌고 있다.

관심의 증가로 제품군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 헬스&뷰티 스토어의 남성 제품군은 지난 2016년 기준 630개(올리브영), 121종(랄라블라)이었으나, 2018년에는 740개(올리브영), 222종(랄라블라)으로 늘어났다. 제품군은 피부 톤을 위한 베이스 제품과 함께 아이브로, 컬러 립밤 등 디테일한 메이크업을 위한 아이템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올리브영에 따르면, 한 해 동안 남성용 컬러 립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배, 베이스 제품은 약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남성 전용 색조 제품의 수요 및 관심이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성 소비자의 진화한 인식에 맞춰 뷰티 업계도 분주하다. 이전 남성 제품 라인은 매장의 구석에 위치했으며, 단순 스킨, 로션 등 기초 제품 진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남성 제품 코너는 매장의 한 파트를 차지한 것에서 나아가 프로모션, 팝업 스토어, 브랜드 론칭으로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분야 개척을 가능성을 실감한 국내 브랜드도 맨즈 뷰티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은 '브로앤팁스'를, 이니스프리는 기존의 남성용 에센스를 6년 만에 리뉴얼 출시했다. 또한 애경산업은 '스니키'를, 헤지스는 패션 브랜드라는 인식을 깨고 '헤지스 맨 스킨케어 룰429'를 론칭했다.
꾸미는 남성의 시대를 맞이했다. 뷰티 시장은 그루밍족에서 그루답터로, 이제는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젠더리스 트렌드로 넘어가는 경계선 위에 서 있다. 맨즈 뷰티 시장의 팽창과 더욱 자유로운 시선 속 자신만의 매력을 펼칠 남성들의 모습을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