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은의 드레스룸] 美의 기준은 무엇인가, ‘다양성’ 입은 패션업계
▲ 일반인들을 모델로 발탁한 한 국내 패션 브랜드. 성별, 나이, 국적, 체형 등 각각 다른 조건을 가졌다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 모델 콘테스트를 통해 선정된 한 패션 브랜드의 일반인 모델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일까. 최근 패션업계에 ‘다양성’이라는 바람이 불고 있다. 획일화된 미(美)의 기준에서 벗어나 인종과 나이, 성별, 종교, 그리고 체형까지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제품과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화보부터 TV CF, 런웨이 등 패션이 있는 곳에는 항상 44 사이즈의 늘씬한 몸매를 가진 젊은 모델들이 있었다. 길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비현실적인 몸매로 어떤 옷이든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마네킹 역시 8~9등신의 군살 하나 없는 완벽한 몸매를 뽐냈다. 마네킹과 모델은 8등신에 44 사이즈인 게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의 눈은 ‘날씬한 아름다움’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요즘 패션업계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44, 55, 66 등 획일화됐던 사이즈에서 벗어나 88 이상의 빅사이즈 의류를 판매하는 브랜드와 쇼핑몰이 늘고 있고, 매거진과 TV 등의 플랫폼에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스포츠 의류 브랜드 나이키는 최근 한 매장에 플러스 사이즈 마네킹을 선보였다. 스포츠 브라와 레깅스를 입은 이 마네킹은 기존 마네킹보다 훨씬 작고 통통한 몸매를 당당하게 뽐냈다.

이에 대해 나이키는 “스포츠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반영하기 위해 매장에서는 최초로 플러스 사이즈 마네킹을 선보이기로 했다”며 “전 세계 매장들에 플러스 사이즈 마네킹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 패션 모델로 활동 중인 방송인 홍윤화 (사진=로미스토리)
▲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활동 중인 방송인 홍윤화 (사진=로미스토리)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국내 의류 브랜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중 지난 3월 방송인 홍윤화는 한 국내 캐주얼 여성의류 쇼핑몰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발탁됐다.

당시 브랜드 측은 “홍윤화와 함께 선보인 플러스 사이즈 아이템들은 공개와 동시에 일부 품절됐다”며 “SNS에 공개한 화보 역시 '좋아요' 수가 2만 건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하며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패션업계의 변화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서울패션위크를 비롯해 전 세계 패션쇼에 60대 이상의 시니어 모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런웨이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의 전속모델로 발탁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서울패션위크 런웨이에 오른 김칠두-최순화 (사진=서울디자인재단)
▲ 서울패션위크 런웨이에 오른 김칠두-최순화 (사진=서울디자인재단)

올해 나이 65세인 김칠두는 20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로 데뷔한 신인 모델이다. 김칠두는 181cm의 큰 키와 희고 긴 장발, 덥수룩한 수염으로 남다른 카리스마를 뽐내며 활동하고 있다. 그는 데뷔 쇼부터 오프닝에 서며 큰 주목을 받았고, 최근에는 패션 브랜드 밀레, 오비맥주의 카스 등 다수의 브랜드에서 모델로 활약 중이다.

이와 함께 올해 77세의 시니어 모델 최순화의 활약 또한 눈에 띈다. 김칠두와 함께 시니어 모델 최초로 서울패션위크 런웨이에 선 최순화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은발과 여유로운 미소로 여러 패션 브랜드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업계의 이러한 변화에 곱지 않은 시선을 드러낸 이들도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나이키의 플러스 사이즈 마네킹은 여성들에게 위험한 거짓말을 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나이키의 플러스 사이즈 마케팅을 비판했다. 텔레그래프는 “엄청나고 거대한 몸집에 지방 덩어리를 달고 있는, 아무리 봐도 그저 비만인 여성”이라며 “러닝은커녕 멋진 옷을 소화할 준비조차 안된 당뇨병 전증 환자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다르게 태어났고, 각각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아름다운 또한 다르다. 따라서 아름다움을 하나로 정의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예쁘고 젊고 날씬한 것만이 미(美)인 시대는 갔다. 각각의 다름을 인정하고 사랑하며, 개개인이 가진 아름다움에 집중해야 할 때다. 아름다움에는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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