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은의 드레스룸] 빅토리아 시크릿의 쇼 중단, 밀레니얼의 美에 대하여
▲ 2018년 빅토리아 시크릿 쇼에 오른 모델 벨라 하디드 (사진=빅토리아 시크릿 공식 SNS)
▲ 2018년 빅토리아 시크릿 쇼에 오른 모델 벨라 하디드 (사진=빅토리아 시크릿 공식 SNS)

[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매년 연말이면 지상 최대의 패션쇼를 개최했던 빅토리아 시크릿이 올해부터 패션쇼를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2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패션쇼를 열었던 빅토리아 시크릿이 쇼를 멈춘 이유는 뭘까? 바로 빅토리아 시크릿이 고집해온 ‘미(美)’의 기준 때문이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매년 화려한 날개를 단 모델들을 내세운 판타스틱한 패션쇼를 진행했다. 쇼는 제작비만 수천 달러가 들어가고, 전 세계에 생중계되며 패션업계의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지상 최대의 패션쇼와 섹시한 매력을 강조한 제품들로 빅토리아 시크릿은 미국 속옷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 명실상부 란제리 업계의 정상에 올랐다. 

‘엔젤’이라고 불리는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델들은 화려한 란제리를 입고 런웨이를 누볐다. 이들은 군살 하나 없는 완벽한 몸매와 비율로 전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빅토리아 시크릿의 매출은 떨어졌고, 패션쇼를 보는 TV 시청자가 급감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쇼를 보는 시청자는 지난 2011년 기준 1000만 명, 2013년 970만 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330만 가구로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엔젤들을 통해 전 세계인들에게 여성의 몸매에 대한 고정적인 인식을 심었다. 날씬하고 키가 크며, 8등신의 비현실적인 몸매를 가진 모델들을 내세워 마치 이들이 아름다움의 기준인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이 추구한 미의 기준은 현시대의 흐름을 이끌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들을 이해시키지 못했고, 이는 매출 하락과 시청률 급감이라는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더불어 지난해 11월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기업 L브랜드의 마케팅 담당자 에드 라젝이 한 인터뷰에서 “빅토리아 시크릿 쇼는 판타지이기 때문에 트랜스젠더 모델과 플러스 사이즈 모델은 패션쇼에 서면 안 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해당 발언이 알려지면서 빅토리아 시크릿의 미의 기준에 대한 파문이 확산되자 에드 자젝은 “부주의했다”고 사과했으나, 논란은 여전히 계속됐다.

▲ 빅토리아 시크릿 2018년 쇼 (사진=빅토리아 시크릿 공식 SNS)
▲ 빅토리아 시크릿 2018년 쇼 (사진=빅토리아 시크릿 공식 SNS)

최근 패션업계는 늘씬하고 비율이 좋은 모델보다 패셔너블하고 개성 강한 모델들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트렌드를 이끄는 밀레니얼의 영향이다. 밀레니얼은 1982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신세대를 뜻하는 말로, 이들은 정해진 아름다움보다 개개인의 개성에 주목하며, 8등신에 날씬한 모델보단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실적인 몸매의 모델에게 친밀감을 갖고 공감한다.

더불어 밀레니얼 소비자들은 성적인 매력만 강조하는 란제리가 아닌 편하고 내 몸에 꼭 맞는 실용적인 제품을 찾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이는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내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움직임에서 비롯됐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이러한 트렌드 속에서 볼륨 넘치지만 잘록한 허리와 늘씬한 다리를 가진 모델들을 고집해왔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천편일률적인 미는 현시대의 트렌드와 어긋났고, 여기에 매출 부진과 인종차별까지 더해져 불매운동이 불거지는 등 수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아직 빅토리아 시크릿은 2019년 패션쇼가 취소됐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매출 부진과 방송국들의 지원 부족 등을 종합해보면 최소한의 변화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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