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현장] ‘블루레인’, 자본주의 끝에 선 현대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종합) 
▲ [Z현장] ‘블루레인’, 자본주의 끝에 선 현대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종합) (사진=씨워너원)
▲ [Z현장] ‘블루레인’, 자본주의 끝에 선 현대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종합) (사진=씨워너원)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무대 위에서 다시 태어났다. 원작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뮤지컬 ‘블루레인’을 통해서다. 

뮤지컬 ‘블루레인’의 프레스콜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최수영 프로듀서, 추정화 연출, 허수현 음악감독, 김병진 안무가를 비롯해 배우 이창희, 이주광, 임병근, 박유덕, 김주호, 박송권, 김려원, 최미소, 한지연, 한유란, 임강성, 조환지가 참석했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명작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친부살인이라는 최악의 패륜을 소재로 인간 세계의 죄와 그에 대한 벌을 통해 인간의 구원에 대해 통찰력 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작품은 모든 것은 한 개인의 죄로 귀결될 수 없고, 아버지의 죽음에 연루된 모든 이가 죄인이라고 말하며, 인간 세계의 내부적 모순과 갈등을 집중 조명했다. 

뮤지컬 ‘블루레인’은 이러한 대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작품의 작ㆍ연출을 맡은 추정화 연출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1990년대 후반, 자본주의의 중심에 있는 미국의 한 가정에 대입시켰다. 지난해 DIMF에서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한 후 1년 간의 개발과정을 거쳐 올 여름 본격적인 공연의 막을 올렸다. 

추정화 연출은 이날 작품의 타이틀이 ‘블루레인’이 된 배경에 대해 “원래 제목은 ‘브라더스’였는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원작으로 한 다른 뮤지컬이 ‘브라더스 카라마조프’라는 제목으로 공연되어서 그 제목을 쓸 수 없게 됐다. 고민하다가 ‘블루레인’을 끄집어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서 추정화 연출은 “사실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하고 싶었는데 뮤지컬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손을 대기 시작했다. 글을 다 써놨을 때 다른 작품이 올라와서 못하는거 아닌가 했는데 DIMF를 통해서 선보이게 됐다”라며, “고전적인 러시아의 이야기보다는 현대로 가지고 오고 싶었다. 내가 어렸을땐 싸이코패스, 소시오패스란 단어가 없었다. 하지만 요즘엔 그런 사건, 범죄 기사들을 실시간으로 접한다. 그런걸 보면서 어떻게 하면 인간이 이렇게까지 악해질 수 있는지 작품에 담아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원작을 차용해 현대적인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블루레인'은 무대 디자인 또한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각형의 라이트박스로 둘러쌓여진 무대에 등장하는 소품은 의자와 어항 정도가 전부였다. 배우들은 의자를 활용해 다양한 움직임을 선보였고, 때로는 라이트박스 위에서 공연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추정화 연출은 “처음 만들때 가진게 하나도 없이 만들어야만 했다. 그런데 이야기는 방대했다. 대저택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세트 꾸릴 돈 없이 어떻게 할지 막막했다. 스태프들을 설득해서 ‘이런걸 해보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추정화 연출은 “프로듀서님이 처음부터 설치미술을 하고 싶다. 아무도 보지 못했던 무대를 구현하게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나온게 이런거다. 대신 어항 하나만 만들어달라고 했다”라며, “이 무대도 결국 어항이다. ‘인간이 어항을 보듯이 신도 우리를 어항 속 물고기처럼 내려다보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어항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라고 무대 또한 거대한 어항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대작을 원작으로 한 작품에 출연하게 된 배우들은 저마다의 소감과 계기를 밝혔다. 

▲ [Z현장] ‘블루레인’, 자본주의 끝에 선 현대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종합) (사진=씨워너원)
▲ [Z현장] ‘블루레인’, 자본주의 끝에 선 현대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종합) (사진=씨워너원)

특히 작품에서 친모가 남긴 신탁자금을 받기 위해 아버지를 찾아왔다가 살해사건의 용의자로 붙잡히는 테오 역을 맡은 이주광은 “굉장히 무겁게 시작한다. 감정의 소용돌이, 눈앞에서 파도가 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로만 이루어지는 공연이다. 작품에 임할때도 다른 공연이랑 다르게 전장에 나가는것처럼 마음을 가다듬게 된다”라며, “연출님은 내가 기타를 잘 치는줄 알고 제안해주셨는데 나는 잘 친다고 한 적이 없다. 오해로 시작이 되어서 지금은 공연에 올라갈 수 있을만큼 친다. 흡인력이 있고, 캐릭터마다 분명한 에너지가 있어서 흔쾌히 다른거 생각안하고 결정할 수 있었다”라고 말해 시선을 끌었다. 

배우 임병근과 박유덕은 이번 작품에 나란히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공부에만 매달려 뉴욕 최고의 변호사가 된 루크 역을 맡았다. 임병근은 이날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 “추정화 연출님 작품을 몇 개 했었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연출님 작품 중에 안 힘든 작품이 없다. 굉장히 어렵지만 그만큼 매력이 있어서 작품을 선택한 것 같다”라고, 같은 역의 박유덕은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스럽다. 공연할때 인간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임하고 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감정들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테오와 루크의 친부이자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온 존 루키페르 역을 맡은 박송권은 “이 작품으로 내가 몰랐던 내 자신의 어떤걸 끄집어낸 느낌도 있었다. 공연하다가 눈이 뒤집어지는 내 모습도 본다. 이런 작품 할 수 있게 저를 선택해주셔서 감사하다. 작품하면서 계속 배워나가고 있고, 연습때, 작품 올린후, 끝나고도 계속 배울 것 같다”라고, 김주호는 “작품의 깊이와 철학을 따진다면 며칠을 얘기해도 모자란다. 많은 에너지와 힘이 필요한 작품이다”라고 전했다. 

추정화 연출은 이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원작으로 한 타 작품과의 차이점에 대해 “(배경이) 왜 러시아가 아니고 미국이냐고 하면 자본주의 한복판에 있게 하고 싶었다. 유타라는 약간 동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선과 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돈과 법이 절대적 신앙보다 위에 있을 수 있었던 시절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닮기 싫어하지만 사람을 주무르고 휘두를 수 있는 무기, 돈과 법을 가지고 두 부자가 범죄를 통해 만났을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다른 지점에 놓이게 된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라고 작품을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뮤지컬 ‘블루레인’은 오는 9월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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