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해ZU] 디지털 디톡스 ② 2주 차, '띵동' SNS 로그아웃에 실패했습니다

[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세계적으로 디지털 중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고, 핸드폰이 없으면 불안감이 생길 정도로 강한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처방으로 등장한 게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다. 

디지털 디톡스의 첫 단계, 이어폰 없이 살기를 힘들게 마치고 두 번째 도전을 시작했다. 바로 SNS 끊기. 필자는 모든 일상을 SNS에 공유하고, 인친(인스타그램 친구), 트친(트위터 친구)과 소통하는 걸 즐기기에 이번 도전은 시작도 전에 실패를 예감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어플을 쳐다보며 ‘누를까? 말까?’를 고민했다. SNS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쓴 일주일간의 이야기를 이 자리에 공개한다.

▼ 8일-10일 차, 좋아하는 게 있어 참 다행이다

▲ 출퇴근길을 함께한 최애 웹소설 '재혼황후' (사진=오지은 기자)
▲ 출퇴근길을 함께한 최애 웹소설 '재혼황후' (사진=오지은 기자)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한 뒤 8일 차 자정, 개인 SNS에서 모두 로그아웃을 했다. 인스타그램부터 페이스북, 트위터까지 일상을 항상 함께 한 SNS에서 로그아웃을 하고 나니 심장이 떨리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실패의 기운이 느껴졌다.

SNS를 끊은 첫날, 생각했던 것보다 더 할 게 없었다. 그동안 출퇴근길에 핸드폰으로 뭘 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게 웹소설이었다.

평소 책 읽는 걸 즐기는 필자는 웹소설로 출퇴근의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가장 좋아하는 웹소설을 읽으며 주인공들의 쫄깃한 삼각 로맨스에 푹 빠졌고, 다행히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 11일 차,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움직였다

▲ SNS를 마음껏 즐긴 후 좌절하고 있는 기자의 모습 (사진=오지은 기자)
▲ SNS를 마음껏 즐긴 후 좌절하고 있는 기자의 모습 (사진=오지은 기자)

11일 차, 웹툰과 웹소설까지 모두 섭렵했다. 할 게 없었고 출퇴근과 쉬는 시간은 더 이상 개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아니었다. 할 게 없어지자 손가락이 본능적으로 SNS 어플을 모아둔 폴더 쪽으로 향했다.

영롱한 자태를 뽐내는 SNS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인스타그램을 눌러버렸다. ‘레퍼런스 수집이니까 이건 괜찮아’라는 마음으로. 회사 공식 계정에 글을 하나 올리고 난 뒤 계정 관리를 살짝 눌러봤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로그아웃했던 개인 계정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알고 보니 인스타그램은 로그아웃을 해도 바로 로그인할 수 있게 기록이 남는 기능이 있었다. 이건 분명 인스타그램이 필자 같은 디지털 중독자들을 위해 쳐 놓은 덫임이 분명하다. 디지털 디톡스 시작 11일 차, 개인 SNS의 프로필 사진을 본 순간 나도 보르게 손가락이 움직였고, 넋을 놓고 타임라인 투어를 해버렸다.

한숨이 푹 쉬어졌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SNS도 눈에서 멀어져야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 터다. 로그아웃을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건, 디지털 디톡스 실패라는 불꽃에 기름을 들이 부운 격이다. 한 마디로 망했다.

▼ 12일-13일 차, 이어폰 없는 기차 여행은 처음이라

▲ 열심히 그려 본 엄마 (사진=오지은 기자)
▲ 열심히 그려 본 엄마 (사진=오지은 기자)

디지털 디톡스 12일 차, 주말을 맞아 홀로 전주 여행을 떠나게 됐다. 이전날의 실패를 회복하기 위해 다시 마음을 잡고 전주행 기차에 올랐다.

필자에게 가장 중요한 여행 아이템은 바로 이어폰이다. 기차의 소음을 막아줄 뿐 아니라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들으면서 여행을 하면 더욱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 하지만 이번 여행에 이어폰은 없기 때문에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그래서 선택한 게 그림이다. 평소 그림 그리는 걸 즐기고, 특히 최근에 태블릿 PC를 장만했기 때문에 이어폰이 없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어떤 그림을 그릴지 고민하던 차에 엄마와 떠난 부산 여행 사진이 눈에 띄었다. 시간도 보내고 엄마에게 선물도 할 겸 열심히 그려봤다. 그림에 집중하다 보니 전주까지 가는 3시간이 후다닥 지나갔다.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이어폰과 SNS 없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 14-16일 차, 소리 없이 드라마를 봤다

▲ 출퇴근 때 힘이 되어준 '아스달 연대기'와 '질투의 화신' (사진=tvN, SM C&C)
▲ 출퇴근 때 힘이 되어준 '아스달 연대기'와 '질투의 화신' (사진=tvN, SM C&C)

드라마를 보는 데 소리가 안 들리는 상상을 해본 적 있을까? 필자는 드라마 덕후다. 최근 유행하는 작품부터 과거 작품까지 시간이 될 때마다 드라마를 찾아본다.

전주 여행 후 월요일, 지친 몸을 이끌고 출근길에 올랐다. 더 이상 할 게 없었고, 그래서 선택한 게 이미 여러 번 본 드라마를 소리 없이 보는 거였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하다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선택한 드라마는 ‘아스달 연대기’와 ‘질투의 화신’. 이미 한차례 정주행한 ‘아스달 연대기’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재방송 때문에 여러 번 봤던 초반부는 곧바로 이해가 됐지만, 뒤쪽으로 갈수록 기억에서 잊힌 장면이 대부분이었고 금방 지겨워졌다.

그래서 최애 드라마 중 하나인 ‘질투의 화신’을 틀었다. ‘질투의 화신’은 비교적 쉬웠다. 이미 세 번은 돌려 봤기 때문에 장면만 봐도 어떤 내용의 대화를 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비록 소리는 없지만 드라마와 함께인 출퇴근길은 생각보다 즐거웠다. 누구든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도전해봤으면 좋겠다.

이렇게 디지털 디톡스 2주 차 체험을 마쳤다. 1주 차에 비해 더 힘든 일주일이었으며, SNS와 현대인의 삶은 더욱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걸 제대로 깨달았다. 이어폰에 SNS까지 없는 삶은 생각보다 더 고통스러웠고, 나 자신과의 싸움은 더욱 큰 스트레스를 만들어냈다.

이제 마지막 3주 차 체험만 남았다. 바로 하루 핸드폰 사용량 2시간 이하로 줄이기다. 2주 차 체험는 실패했지만, 과연 마지막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해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