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지정생존자’ 지진희 ① "좋은 리더란? 배려와 수평적인 생각"
▲ [Z인터뷰] ‘지정생존자’ 지진희 ① "좋은 리더란? 배려와 수평적인 생각" (사진=문찬희 인턴기자, 디자인=강예슬 디자이너)
▲ [Z인터뷰] ‘지정생존자’ 지진희 ① "좋은 리더란? 배려와 수평적인 생각" (사진=문찬희 인턴기자, 디자인=강예슬 디자이너)

[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데뷔 초 저는 바닥이었어요. 인맥도 없었고, 그렇다고 아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었어요. 하지만 바닥이란 게 제 장점이었죠. 올라갈 일밖에 없었어요. 그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라 생각해요. 전 죽기 전 마지막 작품이 인생 작품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다는 희망이 절 행복하게 만들어요”

‘멜로킹’, 배우 지진희를 일컫는 수식어 중 하나다.  지진희는 그동안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 ‘애인있어요’ ‘미스티’ 등 여러 멜로 작품에서 강렬한 로맨스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런 그가 장르물에 도전했다.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것.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이하 ‘지정생존자’)는 갑작스러운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로 대통령을 잃은 대한민국에서 환경부 장관 박무진(지진희 분)이 60일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정되면서 테러의 배후를 찾아내고 가족과 나라를 지키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진희는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을 연기했다. 지진희는 하루아침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박무진의 감정과 성장을 깊이 있게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특히 그동안 멜로에서 두각을 드러낸 지진희였기에, 이번 작품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을 터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지정생존자’를 마친 지진희와 제니스뉴스가 만났다.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에서 풍기는 시크한 첫인상과 다르게 지진희는 다정다감하고 유쾌한 언변으로 인터뷰를 이끌어갔다.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보여준 지진희. ‘지정생존자’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데뷔 초 이야기까지 지진희가 시원하게 털어놓은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 '지정생존자' 지진희 (사진=문찬희 인턴기자)
▲ '지정생존자' 지진희 (사진=문찬희 인턴기자)

Q. 호평 속에 작품을 마무리했다.
호평을 들으면 기분은 좋지만, 아직 몸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하하. 박무진은 권력욕이 있는 인물도 아니고, 원하지 않은 상황에 마주쳤을 때 엄청난 스트레스와 멘탈 붕괴를 겪는다. 그래서 박무진을 이끌어줄 주변 사람들이 더 중요했다. 주변 인물들이 잘 받쳐줘야 박무진의 무능력함이 돋보일 수 있었고, 그럼으로써 박무진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더욱 잘 보일 거라 생각했다. 정말 고맙게도 주변 인물들이 연기를 잘 해줬다.

Q. 연기를 하면서 어떤 부분에 집중했는지.
제가 생각한 박무진은 리더십이 좋고 카리스마가 강한 사람이 아니다. 대신 데이터와 법을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모두가 ‘어디서 생 초보가 와서 말도 안 되는 정치를 하려고 하네?’라고 생각했었을 거다. 그러다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박무진의 모습을 보고 ‘어? 이게 뭐지?’라고 생각했을 거고, 하나둘씩 문제가 해결되는 걸 보면서 ‘이런 방식이 있었네?’라고 생각이 바뀌어 가는 게 이 드라마의 포인트였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의 변화에 집중하면서 연기했다.

Q. 박무진의 심리가 구두나 안경 등 소품에 묻어 나온 게 인상적이었다.
다 대본에 쓰여있었다. 주로 구두에 대한 내용이 많았는데, 작가님이 정말 세세하게 써주셨다. 초반에 양진만(김갑수 분) 대통령이 박무진에게 구두를 주면서 “이 구두가 편해질 때면 정치가 편해질 거다”라고 말하는데, 박무진은 권한대행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구두를 불편해했다. 아마 자리에 대한 불편함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소품에 심리를 담는다는 게 흥미로웠다.

Q. 박무진과 비슷한 부분을 꼽자면?
예전에 직장을 다녔을 때 우연히 ‘이재수의 난’이라는 영화 오디션에 던져진 적이 있다. 저는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 생각해 안 보고 싶었는데, 그럼에도 최종 5인 안에 들었었다. 하지만 전 "시간을 낭비하게 해 죄송하다"고 거절했다. 저는 그때 정말 준비가 안 됐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박무진과 참 비슷한 것 같다. 저는 항상 솔직하게 이야기했고, 한 걸음 한 걸음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걸어왔다. 그런 거에 있어서는 박무진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 '지정생존자' 지진희 (사진=문찬희 인턴기자)
▲ '지정생존자' 지진희 (사진=문찬희 인턴기자)

Q. 작품에 호평이 많다. 그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박무진과 주변 사람들의 조합인 것 같다. 그동안 정치 드라마가 많지는 않았지만, 기존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 비슷하다. ‘지정생존자’는 그 틀을 깼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각색됐다. 원작 미드(미국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이 바로 대통령이 되지만, 우리는 특성에 맞춰 60일 권한대행 체재로 바꿨다. 또 우리나라는 테러가 익숙하지 않다. 그렇지만 테러로 인해 중국과 일본, 미국까지 모두 얽히고 섥히면서 내용이 더욱 풍성해졌다. 그런 디테일이 시청자들에게 재미로 다가갔던 것 같다. 원작 미드는 전개가 굉장히 빠르고 계속 터진다. 시청자들을 정신 못 차리게 하는 휘몰아치는 전개가 있다. 디테일로 봤을 땐 우리 작품이 더욱 풍성했던 것 같다.

Q. 원작은 봤는지? 리메이크에 대한 불안은 없었나?
저는 미드를 너무 재미있게 봤다. 혹시 이걸 우리나라에서 한다면 꼭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처음 이 작품을 만났을 때 의심했던 부분은 테러와 폭발 장면이었다. 과연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그런데 그 걱정은 대본을 받는 순간 싹 사라졌다. 대본을 4회까지 보고 들어갔는데 ‘정말 잘 썼다.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때 이 작품을 더욱 포기할 수 없게 된 것 같다.

Q. 결말을 마음에 드는지 궁금하다.
결말에 대해 나름대로 상상도 하고 예상도 해봤다. 저는 아무래도 제 위주로 생각하다 보니 멋있게 끝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대통령이 되면 정말 멋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름 연습도 했다. 하하.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가서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입니다”가 아닌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대통령 박무진입니다”라고 하면 정말 소름이 돋을 것 같았다. 그런데 감독님은 다른 생각을 하고 계셨다. 결말은 이미 제 소관이 아니었다. 

이 결말도 나름대로 마음에 든다. 권한대행 임기가 끝나고 2년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산 보좌관들이 ‘결국엔 박무진이다’라는 생각으로 모여서 박무진을 찾아간다. 박무진 역시 강의를 하고 있지만 무미건조하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나타났을 땐 반가움과 희망, 긴장감이 있었던 것 같다. 이미 정치 맛을 본 사람이기에 다른 건 지루하게 느껴졌을 거다. “수락하시겠습니까?”라는 말을 듣고 미소 짓는 박무진은 아마 긍정도, 부정도 아니었던 것 같다. 제가 박무진이라면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 '지정생존자' 지진희 (사진=문찬희 인턴기자)
▲ '지정생존자' 지진희 (사진=문찬희 인턴기자)

Q. 원래 정치에 관심이 많은 편인지?
저는 제 할 일에만 관심이 많은 편이다. 하하.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잘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도 정치를 잘 하시는 분들이 해야 다른 사람들이 신경을 안 쓸 거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니까 다른 사람들이 신경을 쓰는 거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대사 중 하나가 “저는 제가 있는 위치에서 할 일을 할 뿐이다”라는 말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세상은 정말 평화로울 것 같다.

Q. 극중 훌륭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줬다. 지진희가 생각하는 좋은 리더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배려하고 말을 들어주는 리더가 좋다고 생각한다. 저희 현장에서 리더는 감독님이었다. 저희 감독님이 정말 최고다. 제가 예전에 ‘퍼햅스 러브’를 영화를 찍을 때 최말단 스태프가 감독님에게 의견을 말하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내로라하는 감독님들이 서로서로 십시 일반하면서 일하는 걸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 현장은 모두가 수평 구조였다. 그런데 당시 우리나라는 수직구조였다. 저는 그게 보기 싫었다. 안타깝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시대가 바뀌면서 현장 분위기도 바뀌었다. ‘지정생존자’ 현장은 시대에 맞춘 좋은 현장이었다. 좋은 리더가 되려면 수평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현장 분위기가 좋았을 것 같다.
저는 예전부터 ‘조금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가게 된다면 모두가 행복한 현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선후배 할 것 없이 모두가 빛나길 바랐다. 또 모두가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현장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너희가 하고 싶은 걸 해라”라고 말했더니, 오히려 애들이 더 당황했다. 아마 속으로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었을 거다. 하하. 저뿐만 아니라 허준호 선배도 마찬가지로 후배들이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장을 열어줬다. 그랬더니 친구들이 더 열심히 준비해왔다. 그런 즐거움이 있었기 때문에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전 이 후배들 중에 스타들이 많이 나올 거라 생각한다. 다 잘 하고 멋있는 사람들이다.

▶︎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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