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리뷰] ‘마리 앙투아네트’, 마리 그 자체의 김소현에 아쉬움 남긴 황민현
▲ '마리앙투아네트' (사진=EMK컴퍼니)
▲ '마리앙투아네트' 김소현 (사진=EMK컴퍼니)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의 주인공 프랑스의 왕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앙투 아네트 그 자체로 분한 김소현, 그는 인물의 변화와 성장을 차분히 그려내며 관객들을 울고 웃게 만든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의 왕비였으나 18세기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드라마틱한 삶, 사회 부조리에 관심을 가지고 혁명을 선도하는 허구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의 삶을 대조적으로 그려내는 작품이다.

작품은 14세에 약혼하고, 19세에 왕비가 된 후, 37세에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져버린 화려하지만 비극적인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적국의 공주라는 이유로 받았던 오해에서 비롯된 왕비의 외로움, 왕자를 살리고자 하는 모성애, 오를레앙 공작의 계약으로 맞이하게 된 안타까운 결말 등을 섬세하게 그려내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한다.

김소현은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소녀 마리 앙투아네트가 점차 슬픔으로 치닫는 과정을 풍부한 표정 변화로 표현해낸다. 초연 이후 5년 만에 다시 ‘마리 앙투아네트’로 무대에 오른 김소현은 아름다운 목소리, 때로는 애절하고 처연한 목소리로 인물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오롯이 전달한다.

▲ '마리 앙투아네트' 황민현 (사진=문찬희 인턴기자)
▲ '마리 앙투아네트' 황민현 (사진=문찬희 인턴기자)

원작과 달리 뮤지컬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랑에도 초점을 맞추는데, 여기서 김소현은 페르젠 백작을 연기하는 황민현과 호흡한다. 이번 작품에서 첫 뮤지컬에 도전한 황민현은 페르젠의 기품 있는 이미지와 잘 어울려 개막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아왔다. 다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탓에 다소 어색한 연기, 때때로 버겁게 느껴지는 보컬로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뮤지컬은 허구의 인물인 마그리드 아르노를 통해 마리 앙투아네트와 대비되는 삶을 보여준다. 빈곤한 삶을 살아온 그는 프랑스 시민들과 함께 정의와 평등을 외치는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그려낸다.

씨야 출신 김연지 역시 첫 뮤지컬 도전이다. 그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씩씩한 몸짓으로 마그리드 아르노의 당당한 면모를 드러낸다. 프랑스 빈민들과 앙상블을 이뤄 들려주는 넘버들은 좌중을 압도하기 충분하지만, 대사 연기에는 어색함이 있어 보다 연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곳곳에 등장하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아들 루이 샤를르, 딸 마리 테레즈를 연기하는 아역배우들을 보고 있자면 절로 엄마미소가 지어진다. 이들은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하며 성인배우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준다.

▲ '마리앙투아네트' 공연 모습 (사진=EMK컴퍼니)
▲ '마리앙투아네트' 공연 모습 (사진=EMK컴퍼니)

EMK 제작 뮤지컬의 강점 중 하나는 화려한 무대다. 당대 유럽의 가장 세련되고 호사스러운 궁전이었던 베르사유 궁전, 비참한 빈민가였던 파리 마레지구를 무대 위에 재현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360도로 회전하는 홀 무대를 앞뒤로 활용한 연출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제9회 더뮤지컬어워즈’ 의상상을 수여한 바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의상도 관전 포인트다. 18세기 로코코 시대 유행을 선두한 파리 귀부인들의 패션 스타일을 재현한 화려한 드레스, 다채로운 가발로 눈을 즐겁게 만든다.

호불호가 갈릴 법한 불편한 장면들도 있다. 랑발 공주를 살해한 후 시민들이 자유를 외치는 신, 이들은 랑발 공주의 머리를 형상화한 마네킹을 들고 힘차게 노래를 부르는데 다소 잔인한 요소로 관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수 있겠다. 또 마리 앙투아네트를 ‘창녀’라고 칭하며 손가락질하는 장면 역시 누군가에게는 불쾌감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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