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유려한 말솜씨와 뛰어난 검술을 지닌 콧대 높은 로맨티스트 ‘시라노’가 약 2년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뮤지컬 ‘시라노’가 지난달 10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재연의 막을 올렸다.
뮤지컬 '시라노'는 지난 2017년 뮤지컬배우 류정한이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프로듀서로 변신하며 내놓은 첫 작품으로 세간의 시선을 모았다. 초연 당시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우주연상, 2017 스테이지톡 오디언스 초이스 어워즈 '최고의 라이선스 뮤지컬'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 ‘시라노’가 약 2년 만에 대폭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시라노'는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등의 모티브가 된 프랑스의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1897)’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비롯해 드라마 ‘연애조작단; 시라노’ 등을 통해 대략적인 내용이 대중에게 알려져 있다.
작품은 뛰어난 검객이면서 아름다운 시를 쓰는 언어의 마술사이자 로맨티스트이지만 크고 볼품없는 코에 대한 콤플렉스로 사랑하는 여인 앞에 나서지 못하는 ‘시라노’와 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매력적이고 당찬 여인 ‘록산’, 빼어난 외모를 지녔지만 서툰 말솜씨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크리스티앙’ 세 남녀의 이야기다. 시라노가 록산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록산에게 편지로 마음을 전하면서 벌어지게 되는 일을 그리고 있다.

‘시라노’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마치 한 편의 시와 같은 고전 희곡의 대사를 그대로 살린 아름다운 언어들이다. 작품에서도 대사와 넘버에 녹아 들어 있는 아름다운 시는 팍팍한 현대의 삶을 사는 우리들의 메마른 감성을 촉촉하게 적신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프랭크 와일드혼의 귀에 감기는 넘버들은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시라노가 크리스티앙 대신 록산에게 노래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시와 음악, 그리고 시라노의 절절한 진심이 어우러져 관객을 눈물짓게 한다.
이처럼 로맨틱, 낭만, 사랑 등을 키워드로 하고 있는 작품이지만 ‘시라노’가 뛰어난 솜씨의 검객으로 등장하는 만큼, 실제 펜싱 검을 들고 선보이는 ‘가스콘 용병대’와 같은 장면에서는 넘치는 힘과 박력 또한 느낄 수 있다. 주·조연 배우들과 앙상블과의 절묘한 합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의 백미이기도 하다. 특히 작품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실력파 조연 배우 최호중, 육현욱은 극을 한껏 맛깔나게 만들어주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뿐만 아니라 무대 한가운데에서 회전하며 각도가 변하는 무대는 꽤 신선하다. 이는 전투신에서 상당히 효율적으로 사용되며, 160분이라는 다소 긴 공연 시간을 가진 극의 장면전환에도 효과적이다.

이번 재연에서 무엇보다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여성 캐릭터 록산이다. 그는 검술 연습을 하고, 능동적으로 사랑을 쟁취하며, 전쟁터에까지 발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초연에 비하면 상당히 큰 발전이지만 아직도 극의 테두리 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느낌을 주는 것이 아쉽다. 삼연, 사연을 거치면서 앞으로 더 매끄럽게 그려질 캐릭터를 기대해본다.
이번에도 뮤지컬배우 류정한은 프로듀서와 배우의 1인 2역을 택했다. 초연 당시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르게 됐다는 류정한은 프레스콜 당시 “‘시라노’ 역으로 무대에 오르는 건 이번이 마지막 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라노’ 역의 맏형 류정한과 ‘크리스티앙’ 역의 막내 김용한의 조합이 보여주는 의외의 티키타카는 상당히 매력적이어서, 이번 무대가 끝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한편 ‘시라노’ 역에 류정한, 최재웅, 이규형, 조형균, 크리스티앙 역에 송원근, 김용한, 록산 역에 박지연, 나하나가 출연하는 뮤지컬 ‘시라노’는 오는 10월 1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