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퍼펙트맨’ 조진웅 “부산 사람이 살려야 하는 이야기, 한바탕 신나게 놀았죠”
▲ 영화 ‘퍼펙트맨’ 조진웅 (사진=쇼박스)
▲ 영화 ‘퍼펙트맨’ 조진웅 (사진=쇼박스)

[제니스뉴스=마수연 기자] 최근 충무로에서 가장 열일하는 배우를 고르자면 조진웅의 이름이 가장 먼저 언급될 것이다. 지난해 영화 ‘독전’, ‘공작’, ‘완벽한 타인’에 이어 올해도 ‘광대들: 풍문조작단’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이처럼 수많은 작품으로 스크린을 찾는 조진웅이지만, 그는 매번 다른 연기로 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그런 조진웅이 이번에는 가장 잘 알고, 가장 잘하는 연기로 스크린을 찾았다. 영화 ‘퍼펙트맨’에서 그는 폼생폼사 건달 영기로 변신했다. 무게감 있고 진중한 이미지를 한 겹 벗은 대신, 자연스럽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퍼펙트맨’ 속 영기는 관객들이 아는 조진웅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그의 고향인 부산을 배경으로 경상도 사투리를 쏟아내고, 쉽게 소화하기 어려운 화려한 패턴의 의상을 입은 채 다소 껄렁한 모습을 능청스레 소화한다. 이와 같은 색다른 조진웅의 모습이 영화가 주는 즐거움을 더한다.

신선하고 유쾌한 캐릭터와 만난 조진웅을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퍼펙트맨’ 속 배우들 간의 호흡과 유쾌했던 촬영 현장을 담은 인터뷰를 이 자리에서 공개한다.

▲ 영화 ‘퍼펙트맨’ 조진웅 (사진=쇼박스)
▲ 영화 ‘퍼펙트맨’ 조진웅 (사진=쇼박스)

Q. 조진웅 씨부터 설경구, 허준호, 진선규 씨까지 배우들의 연기 합이 좋은 영화예요.
영화의 스토리 구성이 아주 단순해요.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는 철학이 있는 게 아니라, 이럴 때는 배우들이 소위 말하는 ‘감기는’ 연기를 해야 해요. 연기한다고 생각하면서 배우들과 마주하면 이상할 거 같더라고요.

Q. ‘퍼펙트맨’은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요?
사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전 부산 사람이라 ‘저만 웃으면 어떡하지?’라는 우려가 있었어요. 부산의 정서나 사투리가 많이 담겨 있어서 다른 지역 사람들이 보면 모를 거 같았거든요. 그래서 주변 친구들에게 시나리오의 한두 장면을 보여주고, 저만 웃긴지 봐달라고 했어요. 부산의 정서를 담으면서도 모두가 웃을 수 있도록 많이 바꿨죠. 

이 영화가 가지는 힘은 어떠한 상황이 인물을 이끄는 게 아니라, 인물이 특정한 상황을 이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진부한 이야기를 촘촘하게 채워서 만들었죠. 어딘가에 영기처럼 사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당위성이 있어서, 충분히 이 영화가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촬영할 때도 그 부분에 주안점을 뒀죠. 그게 살아나지 않으면 숨 쉬는 영화가 되지 못할 것 같았어요.

Q. 용수 감독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조진웅 씨와 통할 거 같다는 말을 했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땠나요?
처음에는 감독님을 못 뵙고 책만 받았어요. 어떤 분인지 아무런 정보 없이 시나리오만 받았는데, ‘이건 부산 사람이 살려야 하는구나’, ‘부산에 살아본 사람이 느낌을 살려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니 시나리오의 내용이 더 다가오고 재밌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감독님을 한 번 만나볼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만났는데, 조금 날라리 같더라고요. 하하. 다른 감독님들은 처음 만나면 공부 잘하는 형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 용수 감독님은 달랐어요.

Q. 영화 합류 이후에도 촬영까지 오래 기다렸다고 들었어요.
감독님께 장수 역할은 누가 하는지 물어봤는데,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셨어요. 그 이후로 꽤 오래 촬영에 들어가지 못했죠. 1년 정도 캐스팅에 난항을 겪었어요. 저는 캐스팅이 돼서 기다리는 입장이지만, 제작 파트에 있는 사람처럼 감독님과 함께 고민했어요. 장수를 영기와 동갑으로 놓기도 하고, 더 어리게 생각하고 캐스팅을 떠올리기도 했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선배 연기자가 해주시는 게 맞는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설경구 선배님께 책 한 번 드려보는 건 어떨까. 일단 드리고 안 되면 그대로 접자"라고 제안했어요. 그랬는데 선배님께서 감독님을 만나보고 싶다고 연락을 하셨어요. 일주일 만에 캐스팅이 결정 나서 영화를 촬영하게 됐어요. 이 영화는 경구 형이 안아주신 거예요. 하하. 형이 안 오셨으면 못 들어갔을 거예요.

Q. 설경구 씨의 오랜 팬이라고 밝혔는데, 직접 만나본 설경구 씨는 어땠나요?
그냥 좋았어요. 원래 누군가를 너무 좋아하면 들이대게 되잖아요. 저도 그랬는데, 형님이 조금 당황하시더라고요. 하하. 하지만 ‘언제 또 설경구 형과 작업 해보겠어’라는 마음으로 다가갔어요. 경구 형이 오셔서 무게감 있게 중심을 잡아주셔서, 전 영화에서 더 잘 놀 수 있었어요. 편했던 거 같아요.

Q. 영기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신나게 연기한 것 같아요.
그런 유쾌한 부분을 어떻게 살리는지가 가장 중요했어요. 그 중심에서 경구 형님이 버텨주셔서, 저는 힘 빼고 편안하게 놀았죠. 감독님도 그런 부분은 멍석을 깔아주셨어요. 만약 감독님께서 과하다고 제지했으면 오히려 위축됐을 거예요. 매번 진중한 것만 하다가 웃고 흥을 내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이번에는 제대로 한 번 놀자는 분위기가 됐고, 서로에 대한 신뢰도 있어서 가능했어요.

▲ 영화 ‘퍼펙트맨’ 조진웅 (사진=쇼박스)
▲ 영화 ‘퍼펙트맨’ 조진웅 (사진=쇼박스)

Q. 그동안 소화한 작품과 다른 캐릭터인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오히려 영기를 표현하는 것에 자신감이 있었던 거 같아요. 보통 연기를 할 때 ‘자신 있다’, ‘다 죽여보자’는 마음으로 접근하지는 않아요. 이번 캐릭터는 정말 ‘감겼다’는 표현이 맞는 거 같아요. 제가 자신감을 가지지 않으면 연기하면서 민망할 거 같았죠. 그렇게 된다면 제작할 이유가 없는 영화고요. 그래서 오히려 ‘더 흥 나게 놀아버려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Q. 각각의 캐릭터가 유독 중요한 영화인데, 그만큼 준비를 많이 했을 거 같아요.
전 영기를 연기하면서 텐션을 높여서 유지하는 게 가장 큰 관건이었어요. 그게 유지되지 않으면 어느 순간 격이 생기고, 영화 시스템에 맞춰지게 돼요. 이번 연기는 그러면 안 됐고요. 그런 것들을 지키는 건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어요. 한 장면이 끝나면 이 연기를 털고 잊어버리기도 해야 하는데, 영기라는 캐릭터는 변하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기분을 유지하는 게 굉장히 중요했어요.

Q. 다른 영화에 비해 ‘퍼펙트맨’에서 얻는 연기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 보여요.
아쉬움은 언제나, 모든 작품에 다 있는 거 같아요. 하지만 이번 작품은 그나마 후회가 적다고 생각하고요. 즐겁게 놀면서 작업했어요. 만약 영화가 잘 안 되더라도 후회가 없어요. ‘안 보면 그 사람들이 손해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경구 형, 저, 허준호 선배, 진선규가 나오는데 ‘이 뻔한 내용으로 뭘 만든 거야?’라는 생각이 들잖아요.

Q. 영화 ‘사냥’ 이후로 진선규 씨와 다시 만났어요.
‘사냥’에서는 저와 선규가 만나는 장면이 없었어요. 그때 선규의 연기를 보는데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기를 정말 잘해요.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 영기라는 캐릭터를 완성한 건 선규의 리액션이 큰 도움을 줬죠. 영기는 어디로 갈지도 모르고, 애드리브도 많았어요. 동선이 확실치 않아서 촬영 감독님과 리허설도 안 했어요. 대신 주변 캐릭터들이 도와주는 거예요.

선규는 제가 여기서 뭘 할 지도 모르는데, 그 애드리브에 맞춰서 전부 리액션을 해줬어요. 그게 정말 놀랍더라고요. 사전에 어느 정도는 이야기를 하고 들어가지만, 그게 전부가 아닌 캐릭터가 영기예요. 선규가 워낙 잘 받아주는 친구라 연기하면서 속 시원하고 편했던 거 같아요. 어떤 배우들은 상대가 정해진 부분을 지키지 않으면 어색해하기도 해요. 선규는 굉장히 유연했죠. 그래서 연기하면서 정말 재밌었어요.

Q. 이번 영화에서 김사랑 씨와 미묘한 러브라인 같은 연기를 보였는데, 로맨스에 대한 욕심은 없나요?
로맨스는 잘 모르겠어요. 전 멜로라는 장르를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하하. 멜로는 다른 장르에 비해 정말 깊은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선뜻 건드리기가 힘들더라고요. 가슴 속에 있는 감정을 전부 다 긁어내는 거 같아요. 황정민 형의 ‘너는 내 운명’ 같은 영화는 모든 감정을 다 쏟아내잖아요. 그런 작품을 보면서 ‘왜 저렇게까지 하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감정을 잘못 건드리면 헤어 나오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좋은 작품이 있다면 하겠지만, 아무래도 준비를 많이 해야겠죠. 전 항상 멜로를 재미있게만 봤지, 크게 생각은 안 해봤어요. 조금 겁도 나고요.

Q. 배우 생활 15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하고 싶나요?
저는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해봤어요. 하하. 전 항상 비정규 계약직 같아요. 늘 다음 작품을 찾고 있는 거죠. 동시에 참여한 작품을 열심히 하고요. 다음 행보를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시나리오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퍼펙트맨’을 하고 나서는 제대로 된 코미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고, 연극할 때도 희극을 좋아했거든요. 이번 영화는 희극적인 요소가 나와서 작업할 때 정말 즐거웠어요. 그래서 제대로 된 코미디 영화, ‘광복절 특사’ 같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Q. 관객들이 극장에서 ‘퍼펙트맨’을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뻔한 설정, 뻔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예요. 그럼에도 굳이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이 배우들이 왜 이 영화를 선택했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지?’라는 거 같아요. 궁금하지 않으면 영화관에 오지 않겠지만, 영화관에서 보는 건 분명 다를 거예요. 우리 영화는 배우들이 주는 분명한 매력이 있어요. 직접 티켓을 구매해서 봐도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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