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가장 보통의 연애’ 공효진 ① “여성 스태프 많았던 현장, 김래원 힘들었을 것”
▲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공효진 (사진=NEW)
▲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공효진 (사진=NEW)

[제니스뉴스=마수연 기자] 수시로 얼굴이 빨개지며 많은 이들에게 외면 받는 러시아어 교사, 귀신을 보는 소심한 고시원 총무, 돈도 빽도 없는 기상캐스터와 경찰 최고의 엘리트 조직 소속 경위까지. 모두 배우 공효진이 거쳐 온 얼굴이다. 이처럼 공효진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수많은 여성을 연기했다. 드라마에서 그가 연기한 여성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안겼고, 영화에서 공효진이 연기한 여성은 관객들에게 시원시원한 통쾌함을 선사했다. 이는 공효진이 꾸준히 여성 팬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공효진이 이번에는 공감과 통쾌함을 모두 안겨줄 수 있는 캐릭터로 변신했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를 통해 그는 전 남자친구와 속 시원한 이별을 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할 줄 아는 여성 선영으로 분했다. 선영의 촌철살인 대사는 관객들에게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사랑 앞에 망설이는 선영의 모습은 관객들의 연애사를 떠올리며 공감하게 만든다.

또 한 번의 로맨스로 스크린을 찾은 공효진을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가장 보통의 연애’ 속 로맨스 이야기부터 공효진의 연애관까지 모두 털어놓은 유쾌한 인터뷰 현장을 이 자리에서 공개한다.

▲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공효진 (사진=NEW)
▲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공효진 (사진=NEW)

Q. 시나리오의 어떤 부분을 보고 출연하게 됐나요?
각 장면의 배치나 구성이 아주 적절했다고 생각했어요. 영화가 시작하는 부분도 재미있었고요. ‘썸 타는 남녀가 술 마시는 이야기’라고 하면 다들 궁금해 하잖아요. 처음 영화 제의를 하면서 제게 ‘두 사람이 술 마시는 이야기야’라고 말하셨어요. 겨울에는 특히 포차 같은 곳에서 작은 잔에 마시는 술이 생각나잖아요. 그런 것들이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봤고요.

보통 로맨스 영화는 정말 뻔하게 흘러가거나, 관객들을 편하게 해주기 위한 배려가 많이 보여요. 하지만 전 배려 없는 엔딩을 좋아하거든요. 칼 같이 엔딩을 잘라버리는 걸 좋아하는데, 그래야 많은 생각을 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관객들은 ‘그래서 두 사람이 어떻게 됐어?’ 같은 식으로 정확하게 알고 싶어 하시죠. 저는 이 영화가 그런 점과 달리 깔끔한 엔딩을 맞이해서 좋았어요.

Q. 기존의 로맨스 영화와는 결이 다른 영화예요. 중점을 두고 연기한 부분이 있다면요?
그동안은 제가 온기 넘치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화가 많거나, 정이 많아서 헤펐거나, 항상 마음의 온기는 넘쳤죠. 하지만 선영은 끝까지 냉기만 남은 사람을 생각했어요. 영화 속 캐릭터 같은 모습이 아니라,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여자로 끌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촬영하면서는 ‘너무 과한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우리 영화는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내 주변의 이야기라고 말하는 스타일인 거 같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물론 보시는 분에 따라 ‘저런 애가 어디 있어. 난 안 그럴 거 같은데?’라고 생각하며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고요.

Q. 극중 선영의 대사가 촌철살인이고, 단어 선택도 노골적이에요.
그래서 속 시원했어요. 그런 선영의 행동은 상상 속에서나 할 수 있는 모습 같잖아요. 그런 것에서 오는 재미가 있었어요. 판타지적인 희열이 있었죠.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속 시원하게 볼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처음 관객들과 영화를 함께 볼 때, 남성 관객들이 재훈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즐거워했어요. 그 다음에 선영의 전 남자친구가 나오는 장면부터는 웃지 않더라고요. ‘많이 놀라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를 수도 있을 거 같았죠.

Q. 수위가 높은 단어에 김래원 씨는 힘들었다고 말했어요.
그런 단어를 초등학생 이후로는 잘 쓰지 않잖아요. 유치해서요. 오히려 그런 단어들은 남자들이 더 힘들어해요. 래원 씨는 아무래도 선영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서 그런 거 같아요. 전 대본을 보면서 ‘정말 유치하고 초등학생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선영은 그런 말을 ‘너 이래도 정신 안 차려?’라고 생각해서 던지는 거 같아요. 그래서 남성 관객들이 래원 씨처럼 느끼는 거 같고요. 더 센 단어도 있었는데 바꿨어요. 제가 재훈의 누나라면 저런 사람 만나지 말라고 할 거 같았거든요. 하하. 촬영할 때는 재밌었어요. 래원 씨가 너무 당황하기도 했거든요.

▲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공효진 (사진=NEW)
▲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공효진 (사진=NEW)

Q. 김래원 씨와 MBC 드라마 ‘눈사람’ 이후 16년 만에 재회했어요.
이번 영화로 서로가 누구인지 알아가기 시작했다면 연기하기 편했을 텐데, 래원 씨와는 너무 코흘리개일 때 만나서 연기했던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때보다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어요. 그 덕에 더욱 진지하게 연기했던 거 같아요. 래원 씨가 워낙 잘하는 배우라서, 저 역시 허점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요.

이 영화는 선영과 재훈이 1대 1로 계속 주고받아요. 청군과 백군 같은 느낌인데, 그게 끝까지 유지돼야 했어요. 그래서 조금 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연기했어요. 조금은 불편했는데, 오히려 불편해서 좋았어요. 더 긴장하게 됐고요. 그래서 영화에서 두 사람의 텐션이나 케미스트리가 느껴진 거 같아요. 어떤 분들은 조금 더 알콩달콩해야 하지 않냐고 하셨는데, 저흰 원래 그런 게 없었어요. 하하.

Q. 김래원 씨는 이번 영화에서 공효진 씨를 보조했다고 얘기했어요.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재훈의 모습이 이 영화의 기본 플롯이라고 생각했어요. 재훈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처를 가졌고, 표면적으로 선영보다 더 아파하니까 이입하기 쉬울 거라 생각했죠. 글로만 봤을 때는 리드하는 사람이 재훈이라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니까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래원 씨가 그런 말을 한 거 같아요. 래원 씨가 영화 ‘롱 리브 더 킹’을 찍고 바로 합류를 했는데, 그 형님의 기운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감독님, 대표님, PD님, 상대 배우까지 다 여자인 현장에 온 거예요. 하하. 아마 자리를 잡기 어려웠을 거예요. 래원 씨는 여자 두 명이 엘리베이터에 있으면 못 탈 것 같은 남자 스타일이에요.

Q. 친한 친구에게 김래원 씨를 소개시킬 수 있을 거 같나요?
래원 씨는 정말 진지한 사람이에요. 누굴 사랑하면 업고 다닐 거 같은 스타일이에요. 그만큼 사랑이 절실한 거 같아요. 하하. 계속 남자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다가, 우리 영화에서 오랜만에 멜로를 하니까 몽실몽실한 기분이 있던 거 같아요. 그랬는데 선영이 너무 안 받아주니까, 더 외로워 보이기도 했죠. ‘내가 조금 더 래원 씨를 편안하게 도와줬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재훈 같은 남자, 어떻게 생각하세요?
귀엽죠. 재훈은 지질한 것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못 감추는 사람 같아요. 요즘에는 그런 남자가 별로 없죠. 서로를 포장하느냐고 바쁘잖아요. 저는 재훈 같은 남자를 질색하는 편은 아니에요. 오히려 좀 빈틈 있는 사람이 좋아요.

Q. 영화에서 계속해서 술 취한 연기를 선보였어요. 이만큼 만취 연기를 해본 적 없을 거 같아요.
래원 씨는 영화 내내 만취였던 장면이 많아서 수위를 두고 많이 고민했던 거 가튼데, 저는 술 한 방울 마시지 않고 취한 척을 하는 연기였어요. 사실 취중 연기는 얼굴을 불그스름하게 만들면 취한 것처럼 보여요. 하하. 특히 코가 빨갛게 변하면 취해 보이고, 머리가 흐트러져 있으면 그런 모습처럼 보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외부적인 것들을 많이 이용했죠. 전 술을 마시면 전체적으로 빨개져서, 영화 속 선영은 귀여운 수준이었어요. 전 술 취하면 얼굴만 빨개지고 평소와 똑같아요. 정말 피곤해서 눕고 싶고요. 연기할 때마다 정말 힘들다고 생각하면서 했어요.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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