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대한민국 패션업계의 최대 행사 ‘2020 S/S 서울패션위크’가 막을 내렸다. 4년간 서울패션위크를 이끌었던 정구호 총감독이 임기를 마치고 새로운 총감독이 부임했으며, 굵직한 후원사도 떠났다. 많은 게 바뀌었다. 그렇기에 업계는 서울패션위크의 변신을 기대했다. 2020 S/S 서울패션위크는 과연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켰을까?
2020 S/S 서울패션위크가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중구 광희동에 위치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에서 진행됐다. 이번 패션위크에서는 32개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와 1개의 기업 브랜드 쇼, 런던 디자이너 애슐리 윌리엄스의 해외 교류 패션쇼 등 총 34회의 서울 컬렉션이 열렸다.
또한 차세대 디자이너로 선정된 20개 브랜드의 제너레이션넥스트 패션쇼가 진행됐으며, 120개 브랜드가 참여하는 트레이드쇼 GN_S(제너레이션넥스트_서울)도 개최됐다.
이번 시즌은 국내 유명 패션지 편집장 출신의 전미경 총감독이 4년간 서울패션위크를 이끌었던 정구호 전 총감독의 배턴을 이어 받아 진행했다. 업계 최전방에서 트렌드를 가장 먼저 접하는 에디터 출신의 총감독이 패션위크를 어떻게 탈바꿈할지 많은 관심이 쏠렸다.
2020 S/S 서울패션위크는 해외 시장 확장과 패션위크의 디지털화, 시민참여형 페스티벌로의 확장 등을 관전 포인트로 내세웠다. 전미경 총감독은 아시아 12개국의 바이어 135여 명을 초청해 디자이너들의 수주상담 기회를 넓혔고, 글로벌 미디어 WWD와 컬래버레이션해 패션위크에서 일어난 다양한 신을 실시간으로 SNS에 포스팅해 전 세계 어디서든 서울패션위크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번 패션위크에서 눈여겨볼 만한 점은 시민 참여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시즌 시작 전부터 서울패션위크는 SNS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시민참여형 라이프스타일 페스티벌로의 도약을 강조했다. 서울패션위크가 내세운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은 브랜드와 협업을 통한 부스 체험, 그리고 패션쇼 티켓 판매다.
서울패션위크는 이번 시즌 처음으로 패션쇼 티켓을 판매했다. 그동안 허가된 프레스 및 VIP만 관람할 수 있었던 서울컬렉션 패션쇼 티켓 좌석 중 일부를 온라인과 현장에서 판매했다. 이에 많은 이들이 패션쇼를 보기 위해 DDP를 찾았다. 티켓 판매를 통해 패션쇼의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잡화 브랜드 닥터마틴과 SPC 그룹의 배스킨라빈스,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NHN 고도, 그리고 뷰티 브랜드 미샤가 이번 패션위크에서 체험형 부스를 선보였으며, 각각 다른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해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
프로그램을 체험한 시민 A씨는 “브랜드를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준비된 부스가 모두 다른 체험을 준비했다는 게 흥미로웠고, 제품 홍보뿐 아니라 다양한 경품을 제공해 재미있었다. 패션위크에 패션을 비롯해 아이스크림, 뷰티 브랜드, 쇼핑몰 체험 부스가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그동안 서울패션위크가 선보였던 기존의 시민 참여 부스와 차이가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좋지만, 이제는 새로워질 때라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 선보였던 부스와 특별한 차이가 없다”면서 “각 브랜드의 제품을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울패션위크에서 진행되는 만큼 패션과 관련된 프로그램, 한국의 정서, 한류와 어울리는 문화적인 요소가 있으면 좋을 거 같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서울패션위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의 참여도를 높였다. 정구호 전 총감독은 시민 참여 부스를 통해 서울패션위크가 업계 관계자뿐 아니라 학생, 일반인들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하나의 페스티벌로 발돋움하고자 했다. 이는 서울패션위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했다.
하지만 서울패션위크에서 체험 부스를 진행한지 수년이 지났다. 브랜드별 신제품을 체험하고 SNS에 공유한 뒤 사은품을 받는 식의 고정된 레퍼토리가 아닌 색다른 체험 부스도 생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던 시즌인 만큼 도전적인 시도를 기대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서울패션위크가 아니더라도 접할 수 있는 체험형 부스가 아닌, 서울패션위크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부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체험 부스의 다양성 부족뿐만 아니라 쇼의 지각 문제가 이번 서울패션위크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보통 패션쇼는 10분~15분 동안 진행된다.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펼쳐지는 런웨이를 보기 위해 수백 명의 사람들이 쇼장으로 모인다.
최대 15분을 예상하고 쇼장으로 향했지만, 이번 패션위크에서 진행된 쇼들은 대부분 약 30분 동안 자리에 앉아있어야만 했다. 예정된 쇼 시작 시간에서 5분, 15분이 지나도록 시작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는 정시에 시작한 쇼를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쇼 시작 시간이 다가올수록 쇼장은 통제되지 않은 채 북적였다.
패션쇼는 연예인이나 모델을 보여주기 위한 행사가 아닌, 디자이너의 작품을 보여주는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이다. 한 컬렉션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수개월 동안 피와 땀, 눈물을 흘린다. 이러한 결과물을 보여주는 게 서울패션위크다. 이런 행사에서 현장 정리와 지각 문제가 생긴다는 게 과연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입장 시간을 앞당기거나, 현장 정리에 대한 시스템 재정립이 필요해 보인다.
이미 다수의 브랜드가 서울패션위크를 떠나 각자의 쇼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비슷한 흐름의 패션위크가 계속된다면, 조만간 서울패션위크의 성격은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금은 더 나아질, 변화된 모습의 서울패션위크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