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신영숙, 명불허전 ‘레베카’의 터줏대감 ‘댄버스 부인’
▲ 뮤지컬 배우 신영숙 (사진=문찬희 기자)
▲ 뮤지컬 배우 신영숙 (사진=문찬희 기자)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올해로 다섯 번째 시즌을 맞아 오는 16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레베카’는 말이 필요 없는 명불허전의 작품이다. 스토리부터 음악, 무대까지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데 없이 잘 어우러져 폭넓은 관객에게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그 ‘레베카’를 탄탄히 지탱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음산하고 스산한 맨덜리 저택의 집사, 댄버스 부인이라는 캐릭터다. 댄버스 부인은 지금까지 옥주현, 김선영, 차지연, 리사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맡아왔다. 배우 신영숙은 초연부터 이번 다섯 번째 시즌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댄버스 부인으로 '레베카' 무대에 섰다. 댄버스 부인, 하면 신영숙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이하기도 한 신영숙은 인터뷰 내내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감사함과 함께 팬들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최근 가장 기뻤던 일로 팬들이 바라왔던 ‘엘리자벳’ 출연과 팬들과 함께 했던 단독 콘서트 ‘감사’를 꼽은 신영숙, 그와 나눈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다섯 번째 시즌 ‘레베카’에도 ‘댄버스 부인’ 역으로 무대에 서게 됐네요.
사실 한 작품 한 작품 열심히 하긴 하는데 ‘레베카’가 다섯 번이나 공연을 한다는 건 공연 자체도 좋고, 사랑을 많이 받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댄버스 부인이라는 역할로 다섯 번이나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건 관객 분들이 많이 좋아해주시고, 그 역할을 어느 정도 잘 해냈다고 인정해주셨기 때문이죠. 저 또한 ‘이렇게 매력적인 역할을 언제 맡아볼 수 있을까’ 싶어요. 무대에 설 때마다 항상 관객 분들에게 너무 큰 사랑을 받으니까 저 또한 이 역할이 너무 감사하고,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다섯 번이나 무대에 설 수 있는 건 너무 꿈같고 영광스러운 일이에요.

Q. 처음에 ‘레베카’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건가요?
맨 처음엔 오디션을 봤어요. 오리지널 영상을 찾아봤는데, 댄버스 부인이 부르는 ‘레베카’를 듣고 중독성 있고 파워풀한 멜로디가 강력하게 다가왔어요. 제 음색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댄버스 역을 할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꿈꿨고, 굉장히 열심히 준비해서 오디션을 봤던 기억이 있어요. 다행히도 잘 됐어요.

사실 제가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황금별’을 부르던 당시 작곡가가 ‘레베카’ 작곡가와 같은 실베스터 르베이에요. 제가 굉장히 서늘하고 센 음색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댄버스 부인과 잘 어울릴 거 같다고 그때 힌트를 주셨어요. 로버트 요한슨 연출도 제 유니크한 음색과 댄버스가 너무 잘 어울린다고 했었어요. 처음에 그렇게 통과해서 다섯 번째 시즌까지 하게 됐네요.

Q. 지금까지 댄버스 부인을 다섯 번 해오면서 어떤 점에서 변화가 있었나요?
하면 할수록 공부하고 깊어진 건 내면 연기인 것 같아요.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고, 내 안에 쌓인 경험들이 캐릭터에 더 녹아 드는 것 같아요. 처음엔 노래를 파워풀하게 전달하고, 사이코 같은 역할이니까 그렇게 표현해야겠다는 외적인 것에 초점을 맞췄어요. 하지만 매번 거쳐가면서 이 사람이 왜 그렇게 표현을 했는지, 어떤 이유에서 그런 눈빛이 나오는지 댄버스의 마음의 깊이를 더 알게 됐어요. 이 사람의 감정을 더 디테일하게 파고들게 되는 부분들이 더 깊이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외적인 부분과 내적인 부분들이 맞닿아서 시너지가 일어나는 거죠. 관객이 댄버스 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빨려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더 맞추게 되네요.

예전엔 슬픔이 더 강했는데 이번에 해보니까 분노가 굉장히 많이 느껴져요. 그래서 더 무서워 질지도 모르겠어요. 계속 분석하고 연기하다 보니까 슬픔 보다는 분노 쪽으로 가더라고요. 오늘도 오전에 연습실에서 런스루를 하고 왔는데, 연기하는데 몸이 부들부들 떨리더라고요.

▲ 뮤지컬 배우 신영숙 (사진=문찬희 기자)
▲ 뮤지컬 배우 신영숙 (사진=문찬희 기자)

Q. 댄버스 부인은 공연 시작하고 20분 후에 등장하는데도 압도하는 힘이 대단해요. 캐릭터를 어떻게 그리고 있나요?
살면서 모나고 각진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잖아요. 그럴 때 그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몸이 경직되는 것 같고 불편해요. 댄버스 부인은 그런 에너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에요. 등장하기만 해도 느껴지는 분위기와 불편한 에너지가 있어요. 잘못된 신념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어서 그것으로 인해 병적으로 집착하게 된 자기 자신을 믿고 옳다고 밀어 부쳐요. 그 과정에서 나오는 분위기, 모남, 각짐, 불편함, 스산함.. 어떤 말이나 동작을 해서가 아니라 걸음걸이만으로도 그게 나올 수 있도록 몰입해요. 관객이 댄버스 부인이 등장하면 추워서 에어컨을 더 튼 것처럼 느껴진다고 하는데 그렇게 등장만으로도 서늘하게 만들려고 노력해요.

Q. 이번 시즌 댄버스 부인 역은 배우 옥주현, 장은아, 알리가 함께 하는데요. 각각의 차별점이 있을까요?
옥주현 씨랑은 이번이 세 번째 같이 하는 것 같아요. ‘엘리자벳’도 같이 해서 워낙 또 친해요. 서로의 장점들을 인정하고 응원해주는 사이에요. 명실상부 최고의 뮤지컬배우고, 옥주현 씨의 댄버스 부인 또한 큰 사랑을 받고 있어요. 장은아 배우는 굉장히 카리스마가 있고, 요즘 급부상 중인 배우에요. 파워풀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요. 새로 들어온 알리 배우는 아기 낳고 한 달 만에 연습에 나와요. 너무 대단해요. 열정을 가지고 하고 있는데 크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잘 나와요. 네 명의 댄버스가 각자 색깔이 다 다른 것 같아요.

저는 다섯 번째 하는 연륜에서 나오는 에너지들이 쌓여서 무게감과 존재감이 좀 무거운 댄버스 부인인 것 같아요. 저는 댄버스 부인을 연기하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마음 아픈 뉴스들을 굉장히 자세히 봐요. 그분들의 고통에 이입해서 그 마음을 연기할 때 많이 담아요. 댄버스 부인의 레베카에 대한 사랑과 상실감을 진실되게 표현하기 위해서요.

Q. 댄버스 부인도 그렇고, 지금까지 결핍이 있는 인물들을 많이 연기해왔어요. 어떻게 표현하고 극복하나요?
요즘엔 공연 직전에 몰입하는 게 가장 좋아요. 일찍부터 몰입하면 지쳐서 무대에서 에너지를 발휘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초연 때는 공연장 가기 전에 ‘레베카’를 항상 틀어놨었어요. 이 여자는 예민한 여자니까, 하면서 샤워도 막 찬물로 하고요. 하하. 그런 오버했던 경험이 계속 쌓여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시도조차 안 해봤다면 내공이 쌓이지 않았을 지도 몰라요. 필요하다면 다 해본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엔 거기서 빨리 벗어나려고 해요. 어두운 역할을 하면 확실히 몸이 아프거든요. 건강한 정신으로 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다행히 힘든 건 잊고 좋은 걸 기억하려고 하는 성격이에요. 이게 계속해서 작품을 하게 하는 힘이었던 것 같아요. 앙상블부터 시작해서 힘들게 올라온 케이스인데 긍정적인 마인드가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어요.

Q. ‘레베카’는 여성이 타이틀 롤인 대표적인 작품이에요. ‘레베카’는 배우 신영숙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처음에는 도전이었죠. 무수히 많은 작품을 했지만 ‘레베카’는 관객 분들, 주변 지인 분들도 여러 번 봐도 너무 재미있다고 하는 작품이에요. 작품성으로도 굉장히 인정 받았죠. 그 안에서 관객이 숨소리도 내지 않고 몰입하게 만드는 댄버스 부인은 너무나 멋진 역할이에요. 저에게 ‘레베카’는 자부심이에요.

▲ 뮤지컬 배우 신영숙 (사진=문찬희 기자)
▲ 뮤지컬 배우 신영숙 (사진=문찬희 기자)

Q. 개인적으로는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어요. 20년 동안 작품을 꾸준히 해오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20대 때는 오디션 떨어져서 울고 집에 갔던 기억도 있어요. 나중엔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익숙해지더라고요. 사실 뮤지컬 전문 배우이다 보니까 대중적 스타에 비해서는 인지도가 부족해요. 지금도 어떻게 해야 부족한 부분을 메꿀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어요. 오디션에서 1등을 했는데 인지도 때문에 선택이 안돼서 출연을 못했던 경우도 몇 번 있었어요.

선택되지 못한 것에서 오는 좌절감, 몸이 너무 지칠 때 기운 나게 하는 건 늘 관객 분들이에요. 언젠가부터 선물은 안 받고 편지만 받고 있는데요. 편지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읽어요. 관객 분들이 제 공연을 보고 힘을 받아서 간다고 하면 너무 감사해요. 그런 감동 때문에 더 힘을 내게 돼요. 배우는 관객이 있고, 나를 봐 줄 사람이 있어야 존재하는 직업이에요. 제가 공연 무대에 서서 받는 모든 것들도 전부 관객 분들 덕분이고, 힘이 나는 것도 관객 분들 덕분이에요.

Q. 데뷔 20주년을 맞은 올해, 가장 기쁘고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면요?
올해 예전부터 꿈꿔왔던 ‘엘리자벳’ 역을 했는데 그게 굉장히 큰 기쁨으로 남았어요. ‘엘리자벳’이 아직 한국에서 공연되기 전에 팬 카페에서 팬들이 책을 제본해서 번역본을 선물해줬어요. ‘엘리자벳’ 초상화에 제 얼굴을 합성해서요. 이 역할이 너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했죠. ‘엘리자벳’을 하게 됐다고 팬들에게 얘기하고, 응원해줬던 팬들이랑 첫 공연 끝나고 다같이 눈물바다가 됐었어요. 너무 기쁘고 감동적이었어요. 무대를 팬들이랑 같이 만든 것 같고, 같이 꿈을 이룬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때의 감격과 기쁨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그리고 올해 20주년을 맞아서 ‘감사’라는 콘서트를 했어요. 20년 가까이 무명 때부터 응원해준 팬들과 콘서트를 했던 것도 너무 행복한 마음으로 남아 있어요.

Q. 또다른 꿈이 있나요?
코믹한 역할이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어요. 무대에서도 행복하거든요. 20년 동안 활동하다 보니까 작품에도 다 사람처럼 인연이 되는 시기가 있더라고요. 할 뻔 했다가도 작품이 엎어지는 경우도 있고요. 예전에 ‘스위니토드’의 ‘러빗 부인’ 역을 할 뻔 한 적이 있어요. ‘스위니토드’는 블랙 코미디이기도 해서 그 역할을 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즐거운 걸 너무 좋아하다 보니까 ‘맘마미아!’의 ‘도나’ 역도 꿈꿔 왔었어요. 예전에 오리지널 음악감독이 오셨을 때 오디션을 봤었는데, 그때 그 분이 저한테 ‘당신은 앞으로 도나를 하게 될 겁니다’라고 하는 거에요. 그래서 그런 꿈을 갖게 됐는데 결국 도나를 하게 됐잖아요. 40대가 돼서 16살 소녀 역할도 하게 되고. 꿈꿔왔던 작품들을 하나하나 늦게나마 이뤄가고 있는 게, 어쩌면 늦게 이뤄서 더 소중해요. 앞으로의 10년, 더 꿈꾸고 도전하고 더 건강하게 배우생활을 해야겠어요.

그리고 저한테 그렇게 한 마디씩 희망을 줬던 어른들처럼, 팬 분들, 관객 분들, 후배 배우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는 굳건한 어른이 되고 싶고,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행복하게 해나가면 앞날이 계속 전성기가 아닐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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