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윤희에게’ 김희애 ② “연기하는 것, 이 세상에 제가 살아있다는 의미 같아요”
▲ ‘윤희에게’ 김희애  (사진=리틀빅픽쳐스)
▲ ‘윤희에게’ 김희애 (사진=리틀빅픽쳐스)

[제니스뉴스=마수연 기자] “특별한 목표는 없어요. 다만 배우 생활을 오래 하고 싶어요. 머리 희끗희끗하신 분들이 현장에서 일하는 게 멋져 보이더라고요. 저도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야 후배들도 희망을 품고 연기할 수 있으니까요”

제니스뉴스와 김희애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윤희에게’ 인터뷰로 만났다. ‘윤희에게’는 우연히 한 통의 편지를 받은 윤희(김희애 분)가 잊고 지냈던 첫사랑의 비밀스러운 기억을 찾아 설원이 펼쳐진 여행지로 떠나는 감성 멜로다. 

지난 1983년 영화 ‘스무해 첫째날’로 데뷔한 김희애는 어느새 연기 인생 36년 차를 맞이한 베테랑 배우가 됐다. 아름답고 처연한 모습으로 애틋한 멜로를 소화한 것은 물론이고, 스릴러와 액션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활약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그가 출연한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 ‘아내의 자격’ 등의 클립 영상이 SNS에서 높은 호응을 얻으며 김희애의 전작들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김희애는 자신의 출연작을 다시 보는 게 어렵다며 혀를 내둘렀다.

▲ ‘윤희에게’ 김희애  (사진=리틀빅픽쳐스)
▲ ‘윤희에게’ 김희애 (사진=리틀빅픽쳐스)

▶ 1편에 이어

“전 제가 했던 작품들 절대 다시 보고 싶지 않아요. 우연히 TV 돌리다가 작품들이 나오면 깜짝 놀라요. 하하. 드라마 ‘밀회’도 가끔 방영을 해주던데, ‘밀회’는 이상하게 안 돌리게 되더라고요. 음악 때문일까요? 제가 음악은 잘 모르는데, 청각에 상당히 예민한 편이거든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밀회’는 TV에서 만나면 계속 보게 돼요.

제 출연작 중 베스트요? ‘아내의 자격’이나 ‘완전한 사랑’ 아닐까요. 특히 ‘아내의 자격’은 지나고 나서 정말 대단한 작품을 찍었다고 느낀 드라마였어요. 물론 다른 작품들도 다 좋았지만, 안 본 시청자들이 많은 작품 중에서는 ‘아내의 자격’이 가장 아쉽더라고요. 요새는 종편이나 케이블TV 드라마 시청률이 높은데 그 당시에는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조금 더 많은 분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곧 들어가는 ‘부부의 세계’도 정말 재미있을 거예요. 스태프분들도 열심히 촬영하고, 모든 환경이 정말 좋아요. 촬영팀의 열정이 현장에서 느껴지는데, 그 가운데에서 일하는 게 정말 즐거워요”

어느덧 김희애는 그 나잇대 여성 배우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그는 여성 캐릭터의 서사가 주체적으로 그려지는 작품을 선택해 많은 여성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김희애는 이와 같은 책임감이나 서사를 의식하는 대신, 자신이 후배 배우들이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품고 연기에 임하고 있다.

“저는 작품만 보고 출연을 선택하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제 캐릭터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편이라, 그런 이미지가 두드러지는 거 같아요. 운이 정말 좋죠. 내로라하는 서양 여성 배우들도 힘든데, 저희는 어떻겠어요. 하하. 오래 작업을 하다 보니까 이런 변화도 느껴요. 점점 나아질 거라는 생각도 들죠. 세대를 대표하는 배우라는 책임감은 없지만, 저도 하나의 작은 디딤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과거 남학생들의 ‘책받침 스타’였던 김희애는 이제 남학생보다 훨씬 더 많은 여성 팬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인기는 그대로지만 그 대상이 바뀐 것이다. 그에게는 과거와 달리 더욱 직접적으로 변한 팬들과의 소통이 마냥 신기하다고 느껴졌다. 

“20대 때는 이렇게 팬들과 직접적인 소통이 없었죠. 손편지를 받는 정도? 어릴 때는 쌀로 두세 포대씩 편지를 받기도 했어요. 그때가 한창 리즈 시절이었나 봐요. 하하. 지금은 팬분들이 SNS나 커뮤니티 활동을 재미있게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제가 젊은 세대에게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거 같아요”

지난해부터 김희애는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8년 영화 ‘사라진 밤’, ‘허스토리’로 관객들을 찾아온 것에 이어 올해 ‘윤희에게’가 개봉했으며,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캐스팅되며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김희애의 연기 생활 원동력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어느 것이 먼저인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계속해서 일하고 있어서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게 그 이유였다. 건강관리 역시 계속해서 뷰티 모델을 하는 덕분이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어느 게 먼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을 계속할 수 있고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감사하고 있어요. 이래서 일을 계속하는 건지, 일하고 있어서 건강을 유지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하하. 분명한 건 멈추지 않고 있는 게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잠깐 쉬는 건 괜찮지만, 아예 손을 놔버리면 금방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거 같거든요. 배우 생활뿐만 아니라 운동 능력이나 기억력 같은 것들이요. 일한다는 건 제가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의미처럼 느껴져요. 큰 위로 받을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하고요.

제가 화장품 광고도 계속하고 있으니까, 뭐라도 해야 하고요. 하하. 무언가 계속한다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멈추지 않고 버텨내는 거죠. 저는 일 때문인지, 뷰티 때문인지, 관리를 계속하고 있으니까 유지되는 거 같아요. 어떨 때는 너무 정신이 말짱해서 와인을 마시고 잠들기도 해요. 하하. 정신의 근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윤희에게’ 김희애  (사진=리틀빅픽쳐스)
▲ ‘윤희에게’ 김희애 (사진=리틀빅픽쳐스)

이날 만난 김희애는 지난해 영화 ‘허스토리’ 인터뷰로 만났을 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 차분하고 조용히 영화 이야기를 하던 것과 달리, 큰 소리로 웃거나 가벼운 농담도 건네며 한결 편안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이는 연기하는 캐릭터와 작품의 장르가 일상 바깥에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허스토리’ 때 제가 그런 모습이었나요? 잘 기억이 안 나요. 하하. 어떤 배우가 “희애 씨도 작품 끝나면 그런 걸 타요?”라고 물어보더라고요. 안 타는 게 더 이상한 거 같아요. 일주일만 여행 다녀와도 한동안 여운이 있는데, 6개월 가까이 작품에 빠져 있으면 더 그러지 않을까요? 저는 그런 걸 분명히 많이 타는 편이에요”

부지런히 달려온 시간이 쌓여 어느새 36년이 됐다. 그동안 많은 것을 이루고, 많은 평가를 받은 김희애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배우 생활을 오래 하고 싶다”며 조용하지만 강한 의지를 보였다. 머리가 하얗게 센 모습으로도 현장을 누비는 이들을 보며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게 그 이유였다. 

“특별한 목표는 없어요. 요새 기억력이 자꾸 없어져서요. 하하. 그래도 배우 생활을 오래 하고 싶어요. 머리가 자꾸 나빠지지 않고, 대사도 잘 외우면서요.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않고 연기하려면 건강해야 하니까요. 건강하게 오래 일을 잡고 있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주변 스태프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게 정말 귀한 일인 거 같아요. 누군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 제 일 같고, 남 일 같지 않아요. 그래서 항상 제 주변 사람들에게 오래 일하라고 말하는 편이죠. 저는 머리 희끗희끗하신 분들이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이 멋져 보여요. 저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 되고 싶고요. 그래야 후배들도 희망을 품고 연기할 수 있으니까요. 나문희 선생님 같은 분들이 계속 잘하고 계시니까, 저만 잘하면 될 거 같아요. 하하”

인터뷰 말미 김희애에게 ‘윤희에게’ 관전 포인트를 물었다. “너무 많아서 하나를 정하기 어렵다”며 고민한 이후 신중하게 내놓는 답에서 영화를 향한 진한 애정이 묻어났다. 그래서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담담한 위로가 스크린 너머로 더욱 크게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영화에 너무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서 한 가지를 정하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이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랑이 있는데, 이런 사랑도 존재하고 위로받을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요. 영화 속 윤희와 쥰 같은 사랑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에게도 대리만족으로 위로나 힐링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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