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카센타’ 박용우 “절제의 매력이 있는 영화, 그 안에서 자유롭게 연기했죠”
▲ ‘카센타’ 박용우 (사진=트리플픽쳐스)
▲ ‘카센타’ 박용우 (사진=트리플픽쳐스)

[제니스뉴스=마수연 기자] 반가운 얼굴, 배우 박용우가 모처럼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영화 ‘순정’ 이후 3년 만에, 지극히 현실적이라 더욱 지질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남자로 변신했다.

박용우는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화 ‘쉬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드라마 ‘무인시대’, 영화 ‘혈의 누’ 등을 통해 독창적인 연기력으로 박용우만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특히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는 똑똑하고 젠틀하지만 연애 한 번 못 해본 소심한 성격의 대우로 분해 관객들의 웃음과 공감을 자아냈다.

이처럼 대중들을 즐겁게 하는 연기력의 소유자지만, 작품과 작품 사이의 휴식기가 긴 덕에 박용우의 팬들은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런 박용우가 짧은 휴식기 이후 또 하나의 선 굵은 캐릭터로 스크린을 찾아왔다. 그는 영화 ‘카센타’에서 그는 한적한 국도변에서 카센타를 운영하는, 한 성격 하는 사장 재구로 분해 가장 사실적인 인간의 욕망을 고스란히 담았다. 

오랜만에 관객들을 찾아온 박용우를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카센타’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이야기와 연기에 대한 박용우의 생각까지 하나하나 털어놓은 인터뷰 현장을 이 자리에서 공개한다.

▲ ‘카센타’ 박용우 (사진=트리플픽쳐스)
▲ ‘카센타’ 박용우 (사진=트리플픽쳐스)

Q. 3년이라는 공백기를 마치고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어요. 기분이 어떤가요? 
사람마다 각자의 사연이 있잖아요. 인생이 자기 마음대로 안 되기도 하고요. 저 역시 그런 부분에 해당하는 사람이에요. 그러면서 제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고 생각한 거 같아요.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는 제 몫이니까요. 팬들이 자주 보고 싶다고 말해주는 항상 감사하죠. 나중에 ‘제발 그만 나와라’라는 말만 없으면 좋겠어요. 하하.

Q. 영화는 어떻게 봤나요?
아무래도 저는 객관적으로 볼 수는 없죠. 전 제 작품에 후한 편이 아닌데, 정말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영화를 봤을 때 흥분해요. 또 감동적인 영화를 봤을 때도 같은 감정을 느끼는데, ‘카센타’는 둘 다 있는 거 같아요. 제게는 그렇게 보였어요.

Q. 어디서도 보지 못한 영화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기본적인 서사나 소재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너무나도 흔한 이야기예요. 요새 영화 시장에 원론적인 부분에서 서사와 주제는 완전히 새로운 게 없는 거 같아요. 그걸 어떻게 묘사하고, 어떤 감정으로 표현하고, 어떤 스타일로 구축할 것인지가 중요하죠. 그런 부분에서 이런 느낌의 한국영화를 개인적으로 본 적은 없어요. 제가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요. 하하.

Q. 극중 은유와 상징적인 표현들이 많이 나오는데, 연기하며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정말 감사한 것 중 하나가 감독님도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하시고, 저도 촬영 전까지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요. 현장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촬영 전에 다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아주 시시콜콜한 것까지 감독님과 수다를 떨고, 리딩하면서도 영화에 대해 얘기했거든요. 그래서 현장에서 당황하거나 의견이 맞지 않아서 트러블이 생기지는 않았어요.

Q. 재구의 과거에 대한 묘사가 많지 않은데,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나요?
시나리오에 묘사되지 않았는데 감독님과 상의 후에 ‘이 정도는 표현해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해 삽입한 게 아이스크림 사 오는 신이었어요. 그 장면에서 은미라는 아이와 어울리는 걸 순영이 지적하면서 재구의 가족 이야기를 하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건 아니지만, 그걸 통해 재구가 고아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원래 시나리오에는 은미를 통해 공감대를 얻고, 아이에 대한 열망이 있다는 표현을 한 장면도 있어요. 하지만 감독님이 재구와 순영의 관계에 더 집중하고 싶어서 삭제하신 거 같아요. 그런데도 재구의 전사가 어느 정도는 필요할 거 같아서 표현한 게 영화에 나온 거예요. 

사실 훨씬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버전이 있었어요. 당시 영화 제목은 ‘빵꾸’였는데 재구와 순영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고, 이렇게 변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줘요. 결과적으로는 지금 버전이 마음에 들어요. 그래서 새롭다고 느끼고요. ‘부산국제영화제’ 공개 때는 훨씬 더 절제된 상태였어요. 감독님이 무리수를 두거나 오버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닌 거 같아요. 지금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감독님의 색을 지키며 줄타기를 잘한 버전이라고 생각해요.

Q. 출연 확정 후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처음 제가 하윤재 감독님을 뵀을 때 분위기가 안 좋았어요. 하하. 감독님은 감독님 이야기만 하시고, 저는 제 이야기만 했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예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감독님을 직접 만나지 않고 회사를 통해 정중히 거절했을 거예요. 전체적인 시나리오의 뼈대는 마음에 들었는데, 디테일한 묘사가 비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에 감독님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오해가 풀렸고, 오히려 감독님이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사람이란 걸 느껴서 영화에 참여하게 됐죠. 이후에 제가 비어있다 생각한 부분을 찾아서 쓰고 싶은 대사, 표현하고 싶은 지문, 설정을 전부 썼어요. 그걸 감독님께 보여드리면서 제 의견을 말씀한 게 전부예요. 시나리오 작업까지 참여한 건 아니에요.

Q. 하윤재 감독님이 박용우 씨의 출연작 ‘인생추적자 이재구’에서 캐릭터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했어요.
그 말에 대한 진위를 아직 파악하지 못했어요. 하하. 사실이라면 정말 감사하죠. 완성된 영화를 보니까, 참여하지 않았으면 정말 아쉬웠을 거 같아요. 제가 연기해서 이런 모습이 된 게 아닐까요?

▲ ‘카센타’ 박용우 (사진=트리플픽쳐스)
▲ ‘카센타’ 박용우 (사진=트리플픽쳐스)

Q. 영화의 장르가 블랙코미디인데, 생각보다 웃음 포인트가 적어요.
감정은 표현하는 방법도, 받아들이는 것도 다양해요. 답을 내리기가 어렵고요. 그렇기에 예술이라는 단어가 형성된 거죠. 그래서 웃음도 여러 질감이 있고 표현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영화 장르를 코미디면 코미디지, 블랙코미디라 규정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분류를 나누는 건 영화의 진심을 알아주길 바라는 관계자들의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저 역시 이 영화를 보면서 한 번도 포복절도한 적이 없어요. 대신 피식거리면서 봤거든요. 조소도 있었고, 동정의 웃음도 있었죠. ‘이게 뭐야?’라는 생각을 하며 웃기도 했어요. 그것보다 훨씬 씁쓸하고 슬프기도 했어요. 제가 일본 배우 기타노 타케시의 작품에서 좋아하는 점이, 그가 작품에서 연기를 정말 엉성하게 하는데 그게 정말 묘하고 씁쓸해요. 바보 같은 행동을 하는데 괜히 슬퍼지고요. ‘카센타’도 그런 식의 웃음이 많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Q. 순영 역의 조은지 씨와의 호흡도 인상적이었어요.
은지 씨가 저를 자꾸 하늘 같은 선배라고 해요. 하하. 전 현장에서는 되도록 돌발적인 생각을 하려 해요. 현장성을 최대한 즐기고, 그것에 도움이 되는 게 무엇이 될지 생각하죠. 영화 후반 순영이 “내가 어떤 짓까지 했는지 알아?”라고 할 때 저도 모르게 “말하지 마”라는 애드리브가 나오더라고요. 많은 애드리브가 영화에 깔려 있어서, 그래서 자유롭게 연기했다고 말하는 거예요.

Q. 박용우 씨가 느끼는 ‘카센타’의 신선한 순간들은 어떤 건가요?
감독님의 특징 중 하나가 절제하는 걸 좋아한다는 점이에요. 바꿔 말하면 인위적이지 않은 것들을 좋아하시는 거죠. 저 역시 극적이고 장르적인 영화를 좋아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인위적인 장치들이 많이 있어야 하잖아요. 조금 과하거나 장치적인 연기를 해야 한다는 건데, 감독님이 그런 것들을 극도로 싫어하셨어요. 그런 것들에 맞춰서 연기하다 보니까 연기를 막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어요. 절제하니까 오히려 자연스러움과 자유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번 영화 할 때 어려움이 하나도 없었어요. 막 하면 되니까요. 하하. 과하게 하지만 않으면 뭐든 할 수 있고요.

Q. 배우들은 현실적인 연기가 더 힘들다고 하던데, 박용우 씨는 어땠나요?
저는 비현실과 현실 연기의 경계를 잘 모르겠어요. 내년에 영화 ‘유체이탈자’가 개봉하는데, ‘카센타’와는 느낌이 완전 달라요. 하지만 저는 그 작품에서도 정말 자유롭게 연기했거든요. 그게 제 복인지, 제 연기 패턴이 바뀐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바람이 있다면 연기자로서 제가 그런 식으로 더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과하지 않으면서 치고 빠지는 걸 잘하는 거죠.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하지만 그런 어려운 게 정말 재미있어요.

Q. ‘카센타’를 통해서 연기의 맛을 알게 됐다고 말했어요.
제가 드럼 치는 걸 좋아해서, 8년 정도 배우면서 연주하고 있어요. 지금도 계속 레슨을 받는데, 최근에서야 드럼 치는 걸 조금 알겠어요. 선생님들이 항상 재즈 연주할 때 정말 좋다고 하는데, 저는 재즈 연주를 듣는 게 재미없었거든요. 그런데 재즈를 연주하려고 하니까, 곡이 단순할 줄 알았는데 모든 것들을 습득한 후에야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 거였어요. 그런 것들을 즐기기 시작하면 재즈를 좋아하게 되는 거죠. 개인적으로 연기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재즈를 연주하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싶어요. 어떤 감독님, 작품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어떤 변주가 일어날지 모르지만, 그렇기에 재즈처럼 하는 거죠. 거기에 맞춰 연주하는 게 즐거울 거 같아요.

Q. 이번 영화를 통해 얻은 게 있다면요?
제 행동반경이 그렇게 넓은 편은 아니에요. 그만큼 비어있던 시간을 어떤 식으로든 보내야 하잖아요. 저는 제가 일하는 것에 많이 할애하는 편인 거 같아요. 드럼도 치고, 연기 외 여러 가지를 하지만 결국 연기와 연결되더라고요. 이번 영화를 통해 어떤 점을 배웠느냐고 하신다면, 즐거움을 얻은 거 같아요. 그게 제가 살아가는 방식이고요. 비워진 시간을 이런 것들로 채우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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