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이승기 ① “군대가 체질... ‘배가본드’로 액션 배우 이미지 얻었죠”
▲ '배가본드' 이승기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디자인=오지은 기자)
▲ '배가본드' 이승기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디자인=오지은 기자)

[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많은 분들이 '이승기는 액션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배가본드’는 ‘이승기도 액션을 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준 작품이에요. 어디 내놔도 좋은 드라마라는 평가를 듣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고, 액션 장르에서만큼은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었어요”

이승기의 이름 앞에는 가수, 배우, 예능인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차근차근 자신만의 프로필을 만들어온 이승기는 어느덧 데뷔 15년 차가 됐고, 음악부터 연기, 예능까지 뭐 하나 놓치지 않고 성장했다. 때문에 이승기를 한 단어로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의 프로필은 이미 여러 작품들로 가득했지만, 이승기의 열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바로 SBS 드라마 ‘배가본드’를 통해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것.

‘배가본드’는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에 연루된 한 남자가 은폐된 진실 속에서 찾아낸 거대한 국가 비리를 파헤치는 드라마로, 가족, 소속, 이름을 잃은 ‘방랑자(Vagabond)’들의 위험천만한 모험을 다룬 드라마다. 극중 이승기는 비행기 추락 사고로 인해 조카를 잃은 뒤 그 속에 숨겨진 거대한 음모와 맞닥뜨리며 사건을 파헤치는 차달건 역을 맡아 열연했다.

힘든 액션부터 1년 여간의 긴 촬영 기간, 그리고 250억 투자라는 무게를 안고 ‘배가본드’에 도전한 이승기는 연예계 대표 ‘올라운드 플레이어’답게 성공적으로 작품을 마쳤다. 드라마 종영에 앞서 이승기와 제니스뉴스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국민 남동생’에서 ‘국민 허당’으로, 그리고 이제는 180도 다른 카리스마를 장착한 이승기와 나눈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 '배가본드' 이승기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 '배가본드' 이승기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Q. 지난해 촬영을 마치고, 드디어 방송이 끝났다. 오랜 여정이었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부담감도 있었고, 기대를 안고 시작했다. 정말 다행히도 좋은 평과 분위기 속에서 종영을 맞이할 수 있어 기쁘다.

Q. 주변에서 반응은 어떤지?
“드라마가 재미있다”는 피드백을 많이 들었다. 좋은 이야기가 대부분이었고, 또 “차달건이 이승기가 그동안 해 왔던 모습과 달라 좋았다”라던가, “‘배가본드’로 팬이 됐다”는 분들도 많았다.

Q. 지금까지 보여줬던 연기와는 조금 다른 결을 지니고 있다. ‘배가본드’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유인식 감독님과 작가님, 촬영 감독님의 영향이 컸다. 제대 전 말년 휴가 때 가볍게 저녁 먹으면서 뵌 적이 있는데, 당시 제가 밀리터리 잡지 홍보모델로 화보를 촬영한 적이 있었다. 그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너가 꼭 해줬으면 하는 작품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배가본드’를 하게 됐다. 제가 ‘배가본드’를 통해 액션배우의 이미지, 와일드한 이미지를 얻게 됐는데, 그걸 계산하고 이번 작품을 한 건 아니다. 제가 꼭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었고, 또 밀리터리를 굉장히 좋아했다.

Q. 출연을 결정하는 것에 있어 군대의 영향도 컸을까?
제가 한창 군대에 빠져있을 때였고, 또 감독님이 “용병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저를 유혹했다. 그때 저녁을 먹으면서 제가 군대에서 겪은 일, 배우게 된 것들을 다 이야기했는데, 감독님이 “너 같은 애가 너무 필요하다”고 하셨다. 엔딩에 용병으로 나오긴 하지만, 비중이 큰 건 아니었다. 여전히 액션 연기에 대한 목마르다.

Q. 차달건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할 때 어떤 점에 신경 썼는지 궁금하다.
초반부터 감정이 하이텐션으로 시작된다. 테러의 배후에 누가 있고, 거대한 음모가 있다는 설정이기 때문에 하이톤일 수밖에 없다. 영화면 2시간 안에 모든 게 끝나지만, 16부 드라마에서는 계속 하이텐션으로 가면 안 되기 때문에 결을 설정하는 게 어려웠다. 또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조카가 죽었고, 목숨 걸고 배후를 찾아다니는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고, 때문에 극단적인 감정 표현이 많았다.

Q. 높은 텐션이 계속되면서, 불편함을 느낀 시청자도 있었다. 연기에 대한 호불호도 많이 갈렸다.
하이텐션을 계속 보다 보면 시청자분들도 피로를 느낄 거라고 생각했다. 저도 차달건이 불편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게 차달건이라는 인물이 놓인 상황이다. 그 분노의 깊이를 갖고 가는 게 진정성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이 모습을 지키기 위해서는 텐션이 높아야 하지만, 나중에 보면서는 ‘좀 빼도 됐겠다’라고 생각한 부분도 있다. 어떤 상황이든 불편한 사람은 필요하고, ‘배가본드’에서는 차달건이 그런 사람이었던 거다.

Q. 불편한 인물이 필요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저는 ‘누군가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를 낼 때 변화가 온다’고 생각한다. 보통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소리를 들을 때 불편함을 느낀다. 차달건이 그런 사람이었다.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다. 저도 연기를 하면서 ‘과연 내가 차달건이라도 이렇게 끈질기도록 소리를 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무작정 달리기만 하면 지치기 마련인데, 차달건은 골이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래도 이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현실에도 이런 목소리를 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 '배가본드' 이승기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 '배가본드' 이승기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Q. ‘배가본드’가 초반에는 250억 투자금으로 화제를 모았다. 큰 금액이 투자된 만큼 부담은 없었나?
물론 책임감도 있지만, 금액적인 부분은 제 영역을 넘어가는 문제 같다. 다만 큰 판에서 하는 만큼 ‘그에 걸맞은 퀄리티는 뽑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작품과 차별점이 없으면, 그거야말로 정말 창피한 일이다. 어디 내놔도 ‘정말 좋은 드라마’라는 평을 들을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싶었다. 액션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져간 드라마는 지금까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그걸 염두에 뒀고, 액션 장르에서만큼은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든 것 같다.

Q. 현실감 넘치는 액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촬영하면서 정말 죽는 줄 알았다. 계속 뛰고 몸을 움직이다 보니까 뭉치고 피로가 누적됐다. 웬만하면 직접 촬영하려고 했는데, 결과물이 좋고 긴장감 넘치게 잘 나와서 기쁘다. 액션신의 7~80% 정도는 제가 촬영했다. 카 체이싱부터 달리기 등 많은 걸 해봤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특히 기능적인 건 얼굴이 보여야 긴장감 있게 나와서 최대한 제가 하려고 했다. 안 하고 싶은데 감독님이 밀어 넣기도 했다. 하하.

Q. 액션에 대한 욕심은 원래 있던 건가? 아니면 군대 이후 생긴 건지?
저도 궁금하다. 예전부터 칼쓰고 총 쓰는 거 좋아해서, 액션 스쿨을 다닌 적이 있다. 그러다가 군대에 갔고, 그곳에서 무술 레벨을 획득하게 됐다. 이스라엘 무술 중에 크라브마가라고 칼로 하는 무술이 있다. 칼쓰는 게 멋있어 보여서 군대에서 열심히 연마하고 나왔다. 하하. 그 노력들이 이 작품을 통해 빛을 본 것 같다.

Q. 액션을 직접 할 때 두려움은 없었나?
액션은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다칠 것 같아서 정말 무섭다. 다치는 상상을 많이 한다. 맨바닥에 넘어지라고 하시는데, 안 봐도 아플 게 뻔하니까 두려웠다. 하하.

▲ '배가본드' 이승기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 '배가본드' 이승기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Q. 수지 씨와는 ‘구가의 서’ 이후 6년 만의 재회다. 오랜만에 호흡했는데, 어땠는지 궁금하다.
액션 특성상 서로의 신체를 이용하거나 부딪히는 장면이 많다. 때문에 안 친하면 연기할 때 조심스러운데, 수지 씨는 호흡한 적이 있어서 편하고 잘 받아준다. 서로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하나하나 만들어나갔다.

Q.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이렇게 좋은 현장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약간 동호회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하하. 모두의 공감대가 비슷했고, 대화가 정말 많았다. 김우기(장혁진 분)가 죽었을 때도, 사실 죽은 줄 알았는데 다른 배우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까, 스포일러를 듣기도 했다. 하하.

Q. 첫 방송부터 꾸준히 10%대의 시청률을 유지했다. ‘배가본드’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감히 이야기하자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층이 원하는 니즈의 형태와 부합하는 것 같다. 반전을 거듭하고, 선과 악이 명확하지 않으면서 무조건적인 선이 아닌 것 같은, 복합적인 서사가 마치 ‘미국 드라마를 보면서 느끼는 재미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미국 드라마를 보면 정치와 룰에 대해 모르면서도, 긴장이 된다. 또 선과 악이 분명하지 않고, 심지어 주인공은 악역과 가까울 때가 있다. 요즘 사람들은 그런 부분에 열광하는 것 같다. 뻔하지 않는 게 ‘배가본드’의 매력이다. 소비하고 싶은 재미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Q. 시즌2 계획이 궁금하다.
아직은 모르겠다. 저희끼리는 시즌2에 대해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긴 했다.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에 확답하긴 어렵다. 만약 하더라도 시즌1 배우들이 다 같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선 지켜봐야 한다.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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