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청일전자 미쓰리’ 이혜리, 덕선 깨고 만난 선심… 또 하나의 인생작
▲ 이혜리 (사진=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 이혜리 (사진=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디자인=엄윤지 디자이너)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10년 차가 되면서 배우 인생 2막에 접어든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계기로 또 다른 시작이 될 것 같아요”

배우 이혜리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덕선에 이어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이번에는 tvN ‘청일전자 미쓰리’를 통해 말단 경리에서 하루아침에 사장이 돼 대표의 무게감을 견디며 성장하는 선심 역을 맡아 한층 성숙해진 연기를 선보였다.

‘청일전자 미쓰리’는 위기의 중소기업 직원들이 삶을 버텨내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로, 직장인들의 애환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혜리를 비롯해 김상경, 엄현경, 김응수, 김홍파, 백지원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열연으로 몰입을 높였다.

이 가운데 이혜리는 보다 실감 나는 캐릭터 표현으로 눈길을 끌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선심을 표현하기 위해 단 3벌의 옷만을 착용하고,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로 연기에 임했다. 이혜리는 직장에서 하대 받는 막내의 고충부터 점차 자존감을 회복해가는 선심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 공감을 자아냈다.

제니스뉴스와 이혜리가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나 ‘청일전자 미쓰리’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이혜리 (사진=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 이혜리 (사진=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Q. 드라마를 잘 마친 소감은요?
재밌게 봐주신 분들, 같이 공감하고 울며 웃으며 봐주신 시청자분들께 감사해요. 6개월 정도 촬영을 했고, 준비 기간까지 합치면 8~9개월을 함께한 작품이에요. 예쁘고 착했던 선심이로 산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내일이면 또다시 뭘 찍으러 세트장에 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에요.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아요. 어떤 작품을 끝냈을 때, 사실 만족한다는 느낌은 든 적이 없는데요. ‘만족’이 고마운 감정이긴 하지만, 늘 뭔가 아쉽고,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도 그랬고요. 그래도 이번 작품은 선심으로서, 혜리로서 위로를 많이 받은 작품이에요.

Q. 주연으로서 가졌던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제목에 ‘미쓰리’가 들어가서, 처음에는 제가 혼자 뭔가를 해야 하나 싶어서 부담이 됐어요. 시나리오를 받고, 선배들을 만나고 나니까 그 생각이 바보 같은 거였더라고요. 워낙 베테랑 선배들이 계셔서, 제가 잘 융화돼서 선심으로서 역할을 잘 해내면 될 것 같았어요. 시작할 때 괜히 부담일 가졌던 것 같아요. 감독님과도 계속 대화를 하면서 걱정을 덜어냈어요.

Q. 감독님은 어떤 조언을 해줬나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일주일에 2~3번씩 만나서 리딩을 했어요. 그러면서 선심이 어떤 인물일지, 극은 전반적으로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대화를 나눴죠. 감독님이 겉보기에는 와일드한데 되게 섬세한 스타일이거든요. 세세한 것들을 많이 잡아주셨어요. 선심이 안경을 써보면 어떨지 제안도 주셨고요. 캐릭터를 풍성하게 표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주셨어요.

Q. 선심 캐릭터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요?
선심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평범함이었어요. 작품의 이야기 자체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거라 생각했거든요. 제일 염두해둔 점은 우리 옆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그리려고 했어요. 시청자분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잘 표현하려고 했죠. 선심은 누구에게 편견을 가지지 않고, 이해심이 깊은 인물이었어요. 능력이 대단하진 않지만 자기 몫은 다 하고 싶어하는 인물이었고요. 뿔뿔이 흩어진 직원들을 하나로 모르는 캐릭터였고, 그런 점에서 마음의 그릇이 넓은 친구라 생각했어요.

Q. 선심은 회를 거듭하면서 계속 성장했어요. 변화하는 선심을 표현하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은요?
1회랑 마지막 회를 비교해보면 선심이 많이 성숙해졌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표정, 톤도 많이 달라졌고요. 물론 느리게 가는 이야기라서 급격한 변화를 느끼긴 어렵겠지만, 여러 사건들을 겪으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포인트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나는 월급만 받으면 돼’라는 마인드였던 인물이었지만, 조금씩 책임감을 가지고 직원들을 아우를 수 있는 대표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Q. 제작발표회 당시 김상경 씨가 “혜리의 인생작이 될 거다”라고 했었어요. 공감하나요?
김상경 선배와 붙는 신이 가장 많았어요. 현장에서 다양한 말씀을 해줬고, 특히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연기가 좋다”, “캐릭터와 잘 맞다”라고 해주셨죠. 덕분에 제가 춤추면서 즐겁게 촬영을 했어요. 고래가 된 기분이었죠(웃음). 시청자분들 중 중소기업 회사에 다니는 분들께서 SNS 메시지로 좋았던 부분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주셨어요. 그분들에게 인생작이 됐다면, 저에게도 인생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Q. 연예인으로 활동하면 ‘청일전자 미쓰리’ 속 인물들과 같은 직장인들의 삶을 접할 기회가 없을 텐데요.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배우고, 느낀 점은요?
이렇게 현실과 맞닿은 오피스물은 처음이었어요. 생각보다 역경이 많더라고요. 편하게 지나가는 날이 없었어요. 협력 업체에서 부품을 안 보내주거나, 끊거나, 할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거나 그런 현실적인 이야기를 접했어요. 실제로 일하는 분들이 굉장히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선심이가 너무 바쁘게 지냈잖아요. ‘도대체 언제 쉴까’란느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주변 친구들에게 “너희는 언제 쉬어? 휴가는 언제야?”라고 물어봤어요. 연차라는 게 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또 연차를 쓰는 것도 고충이 있더라고요. 크리스마스에 붙여서 쓰면 눈치가 보인다고 하고요. 휴식이 중요한데 자유롭게 쉬지 못하는 게 직장인의 애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심을 연기하지 않았으면 잘 알아보지 않았을 것 같아요.

Q. 사회 초년생인 선심을 보면서 본인의 데뷔 초가 생각났을 것도 같아요.
내년이면 벌써 데뷔 10년이 되는데요. 누군가 나한테 화를 내거나, 내가 듣지 않아도 되는 말을 듣게 되면 화가 나고 억울하잖아요. 데뷔 초에는 사실 제가 화가 나는지도 모르고 살았어요. 선심과 비슷했어요. ‘화가 나는데 어쩌지?’가 아니라 ‘그냥 그런 말을 들어야 하나 봐’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제가 솔직한 성격인데도, 사회 초년생이라면 어떤 직업이라도 비슷하겠구나 싶었어요.

Q. 선심을 두고, ‘응답하라 1988’ 속 덕선이 취직한 버전이라는 반응도 있었어요.
‘응답하라 1988’은 제가 너무 사랑하는 작품이고, 아직도 많은 분들이 덕선을 사랑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반응도 해주신 것 같고요. 마음속에 예쁜 캐릭터로 자리 잡고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이에요. 덕선에게도 제가 있고, 선심에게도 제가 있어요. 모든 캐릭터에 제가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아예 센 캐릭터나 악역을 하게 된다면 다를 수 있겠죠? 사실 드라마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덕선처럼 안 보일까’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그런 걱정을 하면 드라마를 하는 게 두려울 것 같아서, 오히려 선심을 어떻게 예쁘게 만들지를 고민했어요.

▲ 이혜리 (사진=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 이혜리 (사진=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Q. 캐릭터 변신에 대한 욕심은 없나요?
장르물을 해본 적이 아직 없어요. 지금 제 나이, 제 얼굴로 잘 표현할 수 있는 걸 하고 있는데요.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는데, 타이밍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실 장르물을 되게 좋아하고, 그런 대본을 받았을 때 너무 재밌고 좋은데, 막상 하게 되는 작품은 더 사람 냄새가 나는 따뜻한 이야기더라고요. 그게 아직은 더 끌리는 것 같아요. 지금 현재 하고 싶은 거, 더 재밌는 걸 하려고 해요.

Q. 타이밍이 언제가 될까요?
저는 현재가 중요한 사람이거든요. 그렇게 살고 보니, 분명 10년 전보다 제가 성장한 게 느껴져요. 10년 전엔 제가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기준이나 타이밍을 정해두는 편이 아니에요.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물론 평소에 계획은 중요하게 생각해요. 여행 계획도 세우는 걸 좋아하고요. 다만 지금까지 생활하면서 모든 게 뜻대로 되진 않더라고요. 계획에 흠집이 생기면 더 큰 위기로 다가오고, 상처를 받기도 해요. 그래서 오히려 미래를 생각하고 계획하는 것보다 지금을 충실히 살면, 더 나은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열심히 하려고요.

Q. 내년이면 데뷔 10주년이에요. 걸스데이 멤버들과 계획하고 있는 게 있나요?
의미 있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인터뷰를 하면서 데뷔 10주년이라는 걸 알아서 ‘벌써 10년이네’라고 생각했어요. 열심히 살았구나 싶어요. 멤버들과 뭔가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는데, 지금 처한 상황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서요. 저희들끼리 할 수 있는 쪽으로 얘기는 해볼 건데, 안 되면 저 혼자라도 해야죠.

Q. 배우 이혜리의 꿈은요?
저는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라 생각하거든요. 그 에너지를 작품 안에 다 녹이는 게 꿈이에요. 그리고 그때그때 제 얼굴을 많이 담고 싶더라고요. 예전에는 작품을 하는 게 두려울 때가 있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까 저의 19살, 20살 때 모습이 너무 예쁜 거예요. 저는 제 모습을 기억하고, 시청자분들께는 좋은 메시지를 메시지를 드리고 싶어요. 그 나이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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