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어하루’ 정건주 ① “오글거리는 대사 뻔뻔히 소화할 때, ‘A3 다 됐다’ 생각했죠”
▲ ‘어쩌다 발견한 하루’ 정건주 (사진=문찬희 기자, 디자인=강예슬 디자이너)
▲ ‘어쩌다 발견한 하루’ 정건주 (사진=문찬희 기자, 디자인=강예슬 디자이너)

[제니스뉴스=마수연 기자] “대단한 대사는 아니었는데, 하루가 백경과의 스테이지를 본 단오에게 “바꿔볼까?”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모습이 도화로서는 내심 부러웠죠. 도화에게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의 고통을 감싸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그 대사가 무척 부러웠어요”

많은 신인 배우들이 활약한 MBC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이하 ‘어하루’)’가 지난 11월 21일 종영했다. 작품은 인기 웹툰 ‘어쩌다 발견한 7월’을 원작으로 한 판타지 학원 로맨스 드라마로, 만화 ‘비밀’ 속에 사는 캐릭터들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극중 순정만화 ‘비밀’의 서브남이자 스리고 A3 서열 2위 이도화로 분한 정건주 역시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각인시켰다. 순정만화 서브남의 정석을 고스란히 담은 다정한 모습부터 조금은 코믹하고 푼수 같은 매력까지 소화하며 정건주 만의 이도화를 완성했다. 

제니스뉴스와 정건주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제니스뉴스 스튜디오에서 ‘어하루’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드라마 속 이도화만큼 다정하고, 그보다 더욱 진중한 모습으로 질문에 답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오래 촬영을 해서 그런지 드라마가 끝났다는 게 실감이 안 났는데, 종방연에 가서야 실감 나더라고요. 이 사람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는 걸 느껴서 아쉬움이 정말 컸어요. 지상파 데뷔작이라서 불안했는데 막상 끝나니까 뿌듯하기도 했고요”

▲ ‘어쩌다 발견한 하루’ 정건주 (사진=문찬희 기자)
▲ ‘어쩌다 발견한 하루’ 정건주 (사진=문찬희 기자)

'어하루'는 정건주의 첫 지상파 주연 데뷔작이다. 그간 웹드라마 ‘이런 꽃 같은 엔딩’, ‘WHY : 당신이 연인에게 차인 진짜 이유’, ‘최고의 엔딩’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2018년 KBS ‘드라마 스페셜 – 참치와 돌고래’ 이외에는 지상파 작품 경험이 없었다. 그런 그가 단번에 큰 작품의 주연으로 캐스팅됐기에 기대와 동시에 우려도 컸다.

“저는 처음부터 이도화 역으로 들어갔는데, 이번 작품이 제게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만큼 불안하기도 했죠. 정말 빠르게 찾아온 기회인데, 제게 득이 될 수 있을지 생각했거든요. 그러다가 고민하는 대신 대본 한 번 더 보자는 심정으로 노력했어요”

이도화는 순정만화 ‘비밀’의 주인공 중 가장 먼저 자아를 찾는 인물이다. 동시에 만화 속 세상인 스테이지와 만화 바깥인 섀도의 캐릭터 구분이 가장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스테이지와 섀도의 차이를 어떤 식으로 둘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하며 이도화를 완성해갔다. 

“이도화는 A3 멤버 중 가장 스테이지와 섀도의 구분이 없다고 설명이 나와 있었어요.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재미 요소를 드리기 위해서 스테이지의 오글거리는 부분을 더욱 부각하려고 노력했죠. 동시에 스테이지와 섀도의 차이가 분명히 나타나도록 노력했고요. 도화의 내레이션 부분은 시청자들을 대변해서 말할 수 있도록, 공감 유도를 많이 하려고 했어요”

또 하나, 정건주가 이도화를 구상하며 초점을 맞춘 부분은 관계성이었다. ‘비밀’ 속 A3 멤버인 오남주(김영대 분), 백경(이재욱 분)과의 친구 관계부터 여주다(이나은 분)와의 러브라인, 만화 밖에서 스테이지를 바꾸려는 하루(로운 분), 은단오(김혜윤 분)와 콘티 조작단으로도 활약해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진미채(이태리 분)와의 브로맨스, 형 이주화(윤종훈 분)와 보이는 단란한 가족의 모습까지, 여러 캐릭터와의 관계에 차별성을 뒀다.

“관계성은 가장 많이 포커스를 둔 부분이에요. 하루와 백경이 붙는 신에서는 두 사람이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잖아요. 그럴 때 ‘도화의 매력을 어떻게 하면 잘 보여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다가, 분위기를 환기를 시키는 존재가 되자고 생각해서 재미있는 묘사를 많이 넣었고요. 진미채와의 브로맨스에는 형 동생 하는 매력을 많이 살리려고 했어요. 남주, 주다와의 관계에는 묵직한 감정 신이 있어서 진중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또, 단오와의 남사친, 여사친 케미스트리도 있고요. 각 관계 사이의 밸런스들을 많이 챙기려 했어요”

‘어하루’는 만화 속 세상이라는 설정, 만화와 설정값 바깥을 오간다는 독특한 이야기로 방영 초반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세계관의 이해와 캐릭터 구축을 위해 정건주는 여러 드라마를 참고삼아 작품을 공부했다. 그 중 ‘어하루’와 비슷하게 만화 속 세상을 다루고 있는 드라마 ‘더블유’, 하이틴 로맨스의 클리셰처럼 여겨지는 ‘꽃보다 남자’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다른 드라마들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중에서 ‘꽃보다 남자’나 ‘더블유’를 많이 봤죠. ‘꽃보다 남자’ F4 첫 등장도 A3처럼 삼각형 워킹을 하거든요. 그 등장을 인상 깊게 봐서 많이 참고했어요. A3 삼각형 워킹 때도 각자 개성이 달라요. 오남주는 무뚝뚝하게 걸어가고, 백경은 핸드폰만 하는 식으로 걸어가죠. 그래서 도화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어떤 모습일지 생각하다가 손 키스를 날렸어요”

드라마를 통해 정건주가 주목받은 이유로는 이도화가 보여주는 서브남의 애틋한 짝사랑도 한몫했다. 서브남 포지션에 매인 이도화가 여주다를 향한 애정을 표현하며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많은 시청자가 그의 사랑을 함께 응원했다. 그러나 이도화는 결국 클리셰를 이기지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이와 이뤄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시청자만큼 이도화와 여주다의 사랑을 바랐던 정건주도 대본을 받고 충격이 컸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도화의 러브라인이 어떻게 될지는 저도 전혀 몰랐어요. 촬영 중후반이 돼서 대본을 받고 알게 됐죠. 그때는 충격이 조금 컸어요. 아쉬움도 많았고요. 하지만 주다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 갔어요. 남주에게도 도화만큼의 진심이 있었고, 주다는 만화 속에서 계속 버텨왔잖아요. 그런 순간에는 누구나 해피엔딩을 바라게 되니까요. 만약 이도화가 아닌 저였다면요? 도화의 상황이 특수해서 공감하기는 힘들지만, 저였다면 주다를 놓아주지 않았을 거예요”

▲ ‘어쩌다 발견한 하루’ 정건주 (사진=문찬희 기자)
▲ ‘어쩌다 발견한 하루’ 정건주 (사진=문찬희 기자)

‘어하루’는 배우들 간의 친밀한 케미스트리로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최연장자인 이태리가 27세, 최연소자인 이나은이 21세로 주연 배우들의 나이차가 크지 않았고, 또래 배우들이 모인 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촬영이 이어졌다. 이와 같은 모습이 담긴 촬영 비하인드 영상 및 메이킹 영상은 공개될 때마다 폭발적인 반응으로 드라마의 인기를 증명하기도 했다. 정건주 역시 “현장 분위기가 메이킹 영상 속 모습 그대로였다”라며 배우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인정했다.

“메이킹 영상에도 나왔지만, 현장이 그 모습 그대로였어요. 분위기도 정말 좋았고요. 배우들끼리 나이 차가 조금은 있지만, 다들 또래 친구들처럼 지냈거든요. 그런 케미스트리가 연기에 고스란히 담긴 거 같아요. 감사하게도 시청자들이 그런 모습을 사랑해주셨다고 생각하고요. 마지막까지 서로 의지하면서 촬영을 마무리했어요. 한 번은 현장에서 단오와 제가 붙는 신을 준비 중이었는데, 스태프분들이 “도화와 단오 러브라인을 응원하는 팬들도 있다”고 말해주셨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서로 ‘엥?’ 하는 표정으로 쳐다봤어요. 하하. 현실에서도 저희는 남사친, 여사친이거든요.

현장 에피소드요? 너무 많아서 오히려 생각이 안 나는데. 하하. 극중 남주 생일파티에서 촛불을 부는 장면이 있는데, 그 촛불을 불어서 껐는데도 계속 살아나는 거예요. 테이크로 열 번 이상은 갈 정도로 애를 먹었어요. 제 바스트 샷을 촬영하고 있는데, 자꾸 촛불이 올라오는 거 같아서 눈치를 보면서 연기를 했거든요. 그래서 계속 다시 촬영했던 기억이 나요. 정말 재미있는 게 많은데 기억이 잘 안 나요”

이처럼 편하고 돈독한 분위기는 김상협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의 노력도 큰 역할을 했다. 신예 배우들에게 충분히 현장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이 제시하는 의견을 촬영에도 반영하며 다 같이 드라마를 만들어 나갔기 때문이다. 다수의 배우들이 종영 소감으로 스태프들을 향한 감사를 전한 것처럼, 정건주 역시 또 한 번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촬영 현장이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였어요. 이건 김상협 감독님의 오픈 마인드 성향이 큰 영향을 미친 거 같아요. 콘티 조작단 촬영은 애드리브가 정말 많았거든요. 저희끼리 ‘어떻게 하면 이 신을 잘 살릴 수 있을까’라고 고민도 많이 했어요. 그때 감독님이 ‘하고 싶은 대로 놀아봐’라고 하셔서요. 저희끼리 콘티 조작단의 매력을 연구하면서 리허설하기도 했어요. 다른 스태프분들도 자유롭게 풀어주시는 분위기였죠”

드라마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는 실제 순정만화에나 나올 법한, 오글거리고 재미있는 대사였다. 특히 A3는 “정식으로 선언한다”는 고정 명대사를 한 번씩 외치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낯 간지러운 고백을 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했다. 촬영 초반 이와 같은 대사에 면역이 없던 정건주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뻔뻔하게 대사를 소화하며 A3의 이도화로 완벽히 변신했다.

“초반에는 오글거리는 대사를 하는 게 사실 쉽지 않았어요. 오케이 사인이 나도 오글거린다고 했죠. 특히 도화가 스테이지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 정말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촬영 중후반에는 익숙해져서, 아무렇지 않게 잘했던 거 같아요. 바이올린은 특히 많이 준비했어요. 촬영 막바지까지 선생님께 일대일로 과외를 받았죠. ‘어하루’를 하기 전까지는 이런 대사에 면역력이 없었는데, 도화라는 역할을 6개월 가까이하다 보니까, 아무렇지 않게 되더라고요. 촬영 후반에는 전 아무렇지 않게 대사를 하는데, 스태프분들이 오히려 힘들어했어요. 하하. 그때 ‘A3 다 됐구나’라고 느꼈죠”

그렇다면 정건주가 직접 뽑는 ‘어하루’의 명장면과 명대사는 무엇일까. 그는 9, 10화에서 나온 이도화의 고백 장면을 선택했다. 스스로 대사를 하면서도 이도화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또한 하루가 단오에게 “(스테이지를) 바꿔볼까?”라고 말하는 모습이 부러웠다며, 탐났던 장면으로 고르기도 했다.

“극중 남주 생일파티에서 주다를 데리고 나와서, 도화가 생각한 장소로 데려와 고백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소도 정말 예쁘고, 대사도 예뻤거든요. “내가 정한 거야. 널 좋아하는 거”라는 말을 뱉으면서도 제가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하하. 

또 대단한 대사는 아니었는데, 하루가 백경과의 스테이지를 본 단오에게 “바꿔볼까?”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모습이 도화로서는 내심 부러웠죠. 도화에게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의 고통을 감싸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그 대사가 무척 부러웠어요”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어하루’는 32회 후반 또 다른 작품에서 대학생이 된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그러나 다음을 기약하는 엔딩에 이도화의 미래는 나오지 않았다. 시청자들만큼 이도화의 엔딩이 아쉬웠다는 정건주는 그의 미래를 해피엔딩으로 결론지었다.

“마지막 장면에 도화의 미래가 나오지 않아서 많이 아쉬웠죠. 그래서 종방연 때 작가님을 따로 찾아가기도 했어요. 하하. 작가님은 열린 결말을 생각하신 거 같아요. 저는 도화가 다른 만화에서, 메인 러브라인으로 주다와 함께 이야기를 꾸려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때는 당연히 해피엔딩이죠”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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