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동백꽃 필 무렵' 오정세, 니즈를 저격하고 맞이한 리즈
▲ 오정세 (사진=프레인TPC)
▲ 오정세 (사진=프레인TPC, 디자인=강예슬 디자이너)

[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잘할 자신은 없는데, 오래 할 자신은 있어요. 70~80살 때까지도 할 거 같아요. 작품을 하다 보면 그 안에서 의미를 찾기도, 상처받기도, 칭찬받기도 해요. 제 자취인 거 같고, 걸어가고 있는 중이에요"

최근 종영한 KBS2 '동백꽃 필 무렵'은 세상의 편견 속에 살아온 '동백'(공효진 분)과 그를 향한 직진 로맨스를 펼치는 '황용식'(강하늘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동백꽃 필 무렵'이 연령대를 불문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모두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엔 옹산의 차기 군수를 노리는 '노규태'를 연기한 오정세가 있었다. 

오정세의 18년 연기 인생이 빛을 발했다. 얄미우면서도 허술한 매력이 있는 노규태를 표현하기 위해 실밥, 속옷, 집 안의 책과 같은 사소한 디테일은 물론, 캐릭터를 연구하며 자신만의 OST를 설정하는 등 오정세는 극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을 쏟아냈다. 그 노력은 시청자에게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노규태로 온전히 닿았고, 마음을 울렸다. 

제니스뉴스와 오정세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프레인TPC 사옥에서 '동백꽃 필 무렵'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악동 같은 매력의 노규태와 달리 오정세는 차분하고, 덤덤하게 작품에 대한 애정, 그동안의 시간을 이야기했다. 요즘 대세, 앞으로의 활약이 기다려지는 그와의 시간을 이 자리에 전한다.

▲ 오정세 (사진=프레인TPC)
▲ 오정세 (사진=프레인TPC)

Q. 많은 사랑 속에 '동백꽃 필 무렵'을 잘 마쳤다. 
찍으면서도 즐거웠고, 잘 나온 행복한 작품을 만났다. 시청률보다도 작품이 사랑받을 거라는 확신은 있었다. 잘 구현만 하면 많은 분들이 좋아할 거 같았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분들과 만날 수 있을지는 몰랐다. 지금 그 여운을 잘 느끼고 있고, 아쉬움과 행복을 즐기고 있다. 

Q. 규태의 매력이 처음부터 드러나진 않는다. 그럼에도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4회~6회 정도를 보고 들어갔다. 작품 안에는 감동도 있고, 웃음도 있었다. '소장님'(전배수 분)이 이야기해 주셨는데 "동백꽃의 대본은 시나리오나 책이 아니라 문학작품 같다"고 했다. 제가 생각했을 때도 어렵지 않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대중 문학 작품 같아서 흔쾌이 오케이 했다. 그런데 노규태는 사실 요즘 사회 정서와 안 맞는 인물이다. 그래서 표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작가님은 "노규태는 좋은 사람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불편하지 않은 좋은 사람에 대해 고민했다. 

Q. 캐릭터가 살아날 수 있도록 디테일을 섬세하게 살려 호평을 얻었다.
1차 목표는 대본을 구현하는 거였다. 95% 구현해냈으면 좋겠고, 나머지는 5%는 자유롭게 행동하려고 했다. 그래서 주어진 대본 95%에서 불편하지 않은 규태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규태의 전사, 심성 등 시청자들에게 표현되지 않지만 있을 법한 걸 생각했다. 저는 규태를 2% 부족한, 외로운 인물로 설정했다. 외롭기 때문에 동백이에게, '향미'(손담비 분)에게 사랑에 빠진 게 아니라, 툭 걸리면 훅 하는 거다. 그건 사람, 물건, 동물에게 갈 수도 있는 거였다. 하지만 외롭기 때문에 규태의 행동이 정당화된다는 건 아니다. 규태의 행동은 혼나야 하는 게 많다. 그러면서도 '그가 왜 그랬을까?'를 생각했을 때의 이유는 외로움인 거다. 

Q. 시청자들의 반응은 확인하는 편인지?
다는 안 보고, 겉핥기는 하는 거 같다. 기억에 남는 건 헛웃음이 나지만 '국민 남동생'이다. 40대 중반에 될 수 있는지 웃으면서 봤다. '자영'(염혜란 분)이에게 고맙다. 그리고 제 댓글을 보면 좋다는 말과 함께 가벼운 욕이 있는 경우가 있었데, 저는 오히려 그게 편했던 거 같다. 하하.

Q. 규태는 밉상 캐릭터지만 현실에 있을 것 같은 매력 때문에 보다 친근하게 다가왔다. 캐릭터를 어떻게 바라봤는가? 
불편하지 않은 캐릭터로 바라보기 위해 빈틈, 허술함을 꾸준히 저에게 장착을 하려고 했다. 카메라를 통해 시청자에게 전달은 안 되지만, 단추, 실밥 등의 요소가 조금씩 쌓여 밉지만 밉지 않은 캐릭터가 되는 거 같다. 마지막에 동백이 "사장님 이름으로 땅콩 드릴게요"라고 했을 때 규태가 "전세금 돌려줄까? 없어?"라고 한다. 자칫 잘못하면 시청자분들이 처음의 갑질하는 규태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제가 이야기한 건 "고맙다"는 인사, 사과의 인사였다. 크게 못 느낄 수도 있지만, 연기할 때는 크다. 조그마한 것들이 쌓여 밉지 않은 밉상으로 그릴 수 있었다. 

▲ 오정세 (사진=프레인TPC)
▲ 오정세 (사진=프레인TPC)

Q. 작품 초반, 규태는 까불이로 의심받기도 했다. 
중반부터 흥식이라는 걸 눈치는 챘는데, 다른 배우들은 아빠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픽스가 안 됐었다. 쓰고 있는 중이어서 저희도 '흥식이일까? 다른 제3의 인물일까?'라면서 궁금해했다. 하지만 규태가 아니라는 확신은 있었다. 고라니를 친 사연을 듣고 스스로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하. 

Q.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향미는 제가 알지는 못하지만 내적으로 외적으로 많은 힘듦이 있던 거 같다. 향미가 쉬운 캐릭터는 아니다. 그 아픔이 컸던 작았던 잘 이겨내고 건강하게 잘 구현한 거 같다. 그래서 향미에게는 손뼉 쳐주고 싶다. 효진이도 '효진이가 아니면 누가 있을까?'라고 생각했지만 그 안에서 힘들었던 게 있었을 거다. 효진이를 알고 지낸 건 10년 정도인데 작품으로는 처음 만났다. 막방 끝나고 눈물바다인데 한 명씩 안아주면서 "좋은 작품 만나려고 오래 있었나 봐"라고 하는데, 뭔가 규태가 된 것 마냥 위로가 됐다. 고맙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묘한 기운을 느꼈다. 

Q. 염혜란과의 부부 케미스트리도 빼놓을 수 없다. 
좋은 작품으로, 두 마음이 열린 채로 만나서 현장에서 보석 같은 신들이 만들어진 거 같다. 그리고 혜란이가 칭찬해줘 감사했다. 혜란이는 여린 배우다. 강단 있을 거 같지만, 소녀 같다. 한 신을 연기하고 아쉬우면 "다시 갈게요"라고 해야 하는데, 아직도 그런 말을 잘 못하는 친구다. 제가 "다시 해"라고 하면 용기를 내기도 했다. 그 정도로 여린 감성이 있는 친구다. 

Q.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아본다면?
못 꼽겠다. 사소한 거부터 있어서 다인 거 같다. 코 잡는 건 자영이가 아이디어를 냈다. 머리, 볼, 코가 있었는데 "코가 괜찮을 거 같다"고 합의를 봤다. 그리고 코를 잡는데 깡이 생겼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애드리브가 욕심이면 부리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한 마디를 넣을 때도 자기 검열을 했다. 뭔가를 했을 때 감독님이 "과하거나 불편하면 빼겠다"고 했는데 써주신 걸 보면 걱정하는 지점은 없던 거 같다. 대본이 너무 좋다 보니까 나머지 5%도 힘들어하면서 고민했다. 

▲ 오정세 (사진=프레인TPC)
▲ 오정세 (사진=프레인TPC)

Q. '동백꽃 필 무렵'이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나?
이런 작품을 만나기 쉽지 않은 거 같다. 인생 작품 만난 거 같고, 감사하다. 계속 좋은 작품 할지는 모르겠지만 오롯이 지금은 즐겁게 누리려고 한다. 

Q. 올해 드라마 '진심이 닿다',  '동백꽃 필 무렵', '스토브리그',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 '극한직업' 등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며 열일했다. 원동력이 있다면?
잘할 자신은 없는데, 오래 할 자신은 있다. 70~80살 때까지도 할 거 같다. 작품을 하다 보면 그 안에서 의미를 찾기도, 상처받기도, 칭찬받기도 한다. 제 자취인 거 같고,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올해는 많이 했고, 작년에는 한 작품을 했다. '빨리 갈 때도 천천히 갈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Q. 연말 연기대상 수상 욕심은 없는가?
상 받는 게 감사하고 고마운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자리가 어색하다. 칭찬에 리액션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전 형식적인 뭔가가 불편한 사람 같다. 주면 안 받는 게 아니라 상이라는 게 저랑 안 맞는 거 같다. 다른 분들이 받으면 기쁘지 않을까? 하하. 

Q. 노규태를 생각하면 땅콩이 생각난다. 오정세에게 땅콩이란?
노규태 심성, 상황을 잘 설명하는 것이 땅콩이었다. 외로움이나, 칭찬받고 싶어 하고, 허세를 표현할 수 있는 소품이자 매개체였다. 평소 땅콩은 식탐이 없어서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술자리에도 나왔을 때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는 편이다. 

Q. 곧 있으면 2020년이다. 앞으로 오정세의 목표는?
작품의 크기는 만나지는 거 같다. 역할, 의지와 상관없이 길에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지금 주어진 환경 안에서 하고 있는데, 내년 목표는 지금처럼인 거 같다. 처음 시작했을 때도 그랬다. 작품이 많지 않았고, 한 마디 했을 무렵에도 행복했다. 오정세가 '지금처럼'을 이어가고 있는 거 같다. 내년에도 건강한 스트레스 받으면서 즐겁게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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