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동백꽃’ 이정은 ① "여성 캐릭터 전성시대? 시대가 변하고 있다"
▲ ‘동백꽃 필 무렵’ 이정은 ‘대세 아우라 풍기는 명품 배우’ (사진=문찬희 기자)
▲ '동백꽃 필 무렵' 이정은 (사진=문찬희 기자)

[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올해 최고의 발견은 누가 뭐라해도 이정은이다. 올해 초 ‘제72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으로 큰 주목을 받은 이정은은 이어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으로 전성기라는 꽃을 활짝 피웠다.

올해로 데뷔 29년 차가 된 이정은이지만, 사실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 2015년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당시 이정은은 보살 서빙고로 김슬기와 찰떡 케미스트리를 보여줬고, 이어 영화 ‘검사외전’에서 신혜선에게 강동원과 잘 해보라며 등 떠밀던 사람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나아가 2018년에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함안댁으로, 올 초에는 ‘눈이 부시게’ 김혜자-한지민의 엄마이자 며느리로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 ‘기생충’과 ‘동백꽃 필 무렵’을 만났다.

이정은은 ‘기생충’에서는 박사장(이선균 분)네 가정부 문광을, 최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미스터리한 사연을 갖고 있는 동백(공효진 분)의 엄마 정숙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저기...  전에 일하던 사람인데 문 좀 열어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중요한 걸 놓고 와서요”라는 한 마디로 소름 돋게 만들었던 ‘기생충’의 문광, “7년 3개월이 아니라, 지난 34년 내내 엄마는 너를 하루도 빠짐 없이 사랑했어”라며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빼놓은 ‘동백꽃 필 무렵’의 정숙까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호평을 받았다.

기나긴 무명과 단역, 조연을 거쳐 작품을 이끄는 축의 역할로 발돋움한 이정은. 누구보다 찬란한 2019년을 보낸 그와 제니스뉴스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동백꽃 필 무렵’ 이정은 ‘마음 따뜻해지는 햇살 미소’ (사진=문찬희 기자)
▲ '동백꽃 필 무렵' 이정은 (사진=문찬희 기자)

Q. ‘동백꽃 필 무렵’이 올해 지상파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저는 최고 시청률인지 몰랐다. 하하. 아마 tvN이나 JTBC에서 좋은 작품을 많이 하는 추세라 지상파에서 이만큼 관심받은 작품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다 채널에서 서로 좋은 작품을 내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주변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좋은 작품에 많이 출연했다는 점을 좋게 봐주신다. 또 많은 분들이 전보다 책임감을 많이 부여해준다. 그래서 어깨가 무겁기도 한데, 예전에 한 감독님에 “넌 책임감을 느끼면 연기가 별로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서 최대한 버리고 연기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휴식기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2달 정도 쉰다. 그래도 중간에 시상식은 꼭 갈 거다. 요즘 효진 씨 대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려온다. 우리 동료들이 가서 부담감을 더 줘야 할 것 같다. 하하.

Q. 연기대상에서 수상 욕심을 낼법한 성과다.
시상식은 한 해를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축제 같은 시상식이었으면 좋겠다. ‘동백꽃 필 무렵’만 거론되는 시상식이 아닌 모두가 행복한 시상식이 될 수 있길 바란다.

Q. 어떻게 ‘동백꽃 필 무렵’을 만나게 됐는지 궁금하다.
제가 ‘아는 와이프’ 때 치매 역할을 해서 겹칠까 봐 처음에는 고사했었다. 그러다가 촬영 감독님이 작가님의 러브레터를 들고 직접 찾아왔다. “단순히 치매 이야기가 아닌, 그 속에 부모와 자식 간의 큰 이야기가 있다”고 말씀하셨고, 특히 감독님이 그 이야기를 하면서 감정 이입이 됐는지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순수한 마음과 정성, 작가님의 러브레터, 그리고 ‘동백꽃 필 무렵’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그때쯤 제가 목포에 갈 일이 있었는데, 작품을 생각하던 중 우연히 뒤를 보니 동백꽃이 활짝 펴 있었다. 그걸 보고 ‘이건 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저의 어떤 모습을 보고 제안을 주셨는지 모르겠지만, 마다할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그때 다시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큰일 날뻔 했다. 하하.

Q. 선배로서 현장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겠다.
작업은 다 같이 모여서 하는 거다 보니까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효진 씨만 봐도 연기력뿐만 아니라 한 단체를 이끄는 힘이 있다. 그게 주연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이끌기보다는 서포팅 하는 것에 책임이 있다.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 사이의 윤활유 같은 역할이다.

Q. 한자리에서 모이기 힘든 배우들이 캐스팅돼 첫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됐었다.
저희 캐스팅 디렉터가 하는 말이 “자기의 패를 다 깠다”더라. 본인이 알고 있는 모든 걸 촬영 감독님께 넘겼다고 들었다. 저희도 처음 모였을 때 “너도 이 작품 하는 거야?”라고 말할 정도로 서로 놀랐다. 모두 스케줄이 바쁜 사람들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동백꽃 필 무렵’을 할 때 스케줄이 났다고 했다. 특히 대본을 보고 너무 좋아서 안 할 수가 없다고 한 입 모아 이야기했다.

Q. 현장에서 차영훈 감독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배우 각각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열려있는 분이다. 또 스태프들과의 의사소통에서도 권위가 없고, 화도 잘 안 내는 편이다. 저는 신호음을 명쾌하게 내는 분들을 좋아하는데, 그런 감독님 중 한 분이다. 시기가 잘 맞으면 감독님과 또 한 번 함께 하고 싶다.

▲ ‘동백꽃 필 무렵’ 이정은 ‘대세 아우라 풍기는 명품 배우’ (사진=문찬희 기자)
▲ '동백꽃 필 무렵' 이정은 (사진=문찬희 기자)

Q. ‘동백꽃 필 무렵’은 주연부터 조연까지 여성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최근 여성 중심의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는 추세인데,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영화 ‘미성년’을 찍을 때도 느꼈는데, 지금은 예전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여성 캐릭터들이 점점 각광받고 있는 시대다. 상상하지 못한 부분을 여성 캐릭터가 해냈을 때의 쾌감이 있다. 그걸 저뿐만 아니라 관객분들도 느낀다.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주디’라는 영화가 있는데, 아역배우가 성인이 되면서 겪는 여러 사건들, 아동학대나 성추행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예전에는 알코홀릭 같은 강한 이미지들은 남자 배우들이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여자 배우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예전에 김혜수 씨 주연의 ‘차이나타운’이라는 영화가 개봉하면서 주목받은 이유도 그렇다. 이런 흐름 안에서 저나 염혜란 씨, 라미란 씨 같은 여자 조연들이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Q. ‘동백꽃 필 무렵’의 조연들 역시 활약이 대단했다.
모든 배우들에게 감사하고 있다. 작은 역할까지 너무 잘 해줬다. 특히 남자 배우들에게 고맙다. 오정세 씨부터 준기 아빠(김동현 분) 등, 모두 매력 넘치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아니었으면, 이 작품이 살아날 수 없었을 거다.

Q. 필구(김강훈 분) 역시 큰 화제를 모았다. 정숙과 필구의 호흡이 정말 좋았다.
김강훈 배우와는 ‘미스터 션샤인’ 때 한 번 봤었다. 정말 아역 배우라는 게 믿기지 않는 배우다. 효진 씨, 하늘 씨도 마찬가지지만, 필구와 함께 있을 때 세 사람의 매력이 엄청나다. 세 사람의 호흡은 연기라는 생각이 거의 안 들었다. 세 분과 함께 연기한 사람으로서 정말 고맙고 대단하다. 제가 필구를 위해서라면 친구들을 찾아가서 협박할 수 있을 정도로 믿음직한 할머니였다는 게 기분이 좋다.

Q. 시청자들에게 많은 울림을 준 작품이다. 이정은이 생각하는 ‘동백꽃 필 무렵’의 메시지는 뭔가?
늘 동백은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있고,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었다. 본인은 언제 성장할 건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동백이 성장해서 나아가는 모습이 이 드라마의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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