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아이다’ 정선아 ① “매 회차 마지막처럼 임하는 공연, 무대가 눈물바다예요”
▲ ‘아이다’ 정선아 (사진=문찬희 기자)
▲ ‘아이다’ 정선아 (사진=문찬희 기자)

[제니스뉴스=마수연 기자] 최근 연예계에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연기, 음악, 무대 등 다양한 도전을 하며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이 많다. 가수로 데뷔해 연기로 뛰어들거나, 연기를 하다가 무대로 활동 범위를 넓히는 등 활동 영역의 경계선이 무뎌진 모습이다.

그 사이에서 정선아는 뮤지컬이라는 길만 17년을 걸어왔다. 19세였던 2002년 뮤지컬 ‘렌트’로 데뷔한 후 다양한 작품을 거쳐 여성 뮤지컬 배우 중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다. 이처럼 ‘최고’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지금의 정선아를 만든 캐릭터는 단연 ‘아이다’의 암네리스라 할 수 있다.

‘아이다’는 정선아에게 많은 것들을 안겨준 작품이다. 이집트의 철없는 공주 암네리스를 연기하며 데뷔 10년 만에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이전까지의 이미지를 탈피해 사랑스럽고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이처럼 특별한 작품이기에, 정선아는 중국 유학을 떠난 지 약 9개월 만에 전 세계 마지막으로 올라오는 ‘아이다’ 공연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7년 만에 마지막으로 암네리스로 무대에 오르는 그는 매 순간 혼신의 힘을 쏟으며 무대에 임하고 있다.

제니스뉴스와 정선아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뮤지컬 ‘아이다’ 인터뷰로 만났다. ‘아이다’와 정선아가 함께한 10여 년의 시간, 지금까지의 뮤지컬 외길을 돌아보며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소회를 모두 담은 이야기를 이 자리에서 공개한다.

▲ ‘아이다’ 정선아 (사진=문찬희 기자)
▲ ‘아이다’ 정선아 (사진=문찬희 기자)

Q. 이번 공연이 전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오리지널 버전 ‘아이다’예요. 감회가 남다를 거 같아요.
분명 마지막인데 체감은 계속할 거 같아서, 마지막이 아닌 것처럼 느껴져요. 다음에도 저를 또 불러주실 거 같고요. 하하. 피날레라는 걸 알기 때문에, 매 공연 정말 마지막처럼 배우들과 공연하고 있어요. 그 덕에 무대가 눈물바다가 되고 있어요.

Q. ‘아이다’는 2000년 브로드웨이 초연부터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이에요. 2005년 국내 초연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제가 참여하지 않았던 초연을 봤잖아요. 지금도 저희가 연습할 때 객석에서 극을 보는데, 무대와 조명이 아직도 아름답고 세련된 거 같아요. 제가 출연해서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니에요. 최근에 나온 좋은 작품들은 정말 많죠. ‘킨키부츠’는 무대가 정말 세련됐고, ‘마틸다’도 좋았고요. 하하. 특히 제가 출연했던 ‘드림걸스’도 그때 당시에는 혁신이었잖아요.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 ‘아이다’는 무대의 아름다움에 배우가 배제되지 않고 함께 어우러지는 작품인 거 같아요. 객석에서 다른 분들이 연기하실 때 보면 지금도 정말 세련되고, 조명과 의상, 색채나 무대 전환도 좋아요. 다른 작품들을 많이 해봤지만, 배우들과 함께 어울려 갈 수 있는 이 무대가 정말 예쁘다고 생각해요.

Q. ‘아이다’의 가장 큰 장점을 고른다면요?
음악이 정말 큰 거 같아요. 제가 배우여서 그런지 음악은 빠질 수가 없더라고요.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때 ‘Every Story Is a Love Story’라는 넘버가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암‘네리스가 조용히 막을 여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넘버 중간에 락으로 바뀌잖아요. 그 부분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심지어 공연을 봤는데 무대가 바뀌는 것과 조명이 바뀌는 게 딱 맞아 떨어져서 ‘이게 아이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작품은 음악과 배우의 연기가 따로 가기도 하잖아요. 또 ‘아이다’는 제가 뭘 하지 않아도 대본이 정말 잘 표현돼 있어서요. 제가 이 역할에 뭔가를 더하지 않아도 암네리스의 성격이나 장면마다 느끼는 기분 등을 정말 잘 표현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게 해줘요. 저희 배우끼리도 이야기했는데, 아이다나 라다메스 역도 배우가 더 열심히 연구하고 깊이 파서 완성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배우의 잔재주로 뭔가 하지 않아도 음악, 무대, 의상이 저희를 잘 받쳐줘서요. 저희는 행복하게 공연만 하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생각하지 않고 즐기면서 공연할 수 있는 게 강점인 거 같아요.

Q. 2010년, 2012년에 이어 세 번째 암네리스 역할인데, 캐릭터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을 거 같아요.
달라진 게 정말 많아요. 같은 공연과 같은 역할이지만, 처음 2010년에 했을 때 느낀 ‘아이다’에 대한 마음, 암네리스에 대한 마음과 2012년에 했을 때, 그리고 지금 느끼는 마음이 다른 작품에 들어갔다고 할 정도로 달라요. 처음 암네리스를 연기할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정말 즐거웠어요. ‘My Strongest Suit(이하 ‘수트송’)’라는 넘버를 부른다는 게 좋았고, ‘아이다’ 정말 많은 사랑을 받기도 해서요. 두 번째 암네리스를 연기할 때는 ‘암네리스를 더 잘 표현해야겠다’, ‘수트송을 더 에너지 있게 해야겠다’, ‘관객들에게 사랑받아야겠다’라고 생각했죠. 

확실히 나이 먹는 것과 별개로, 연기할 때마다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이번에는 전에 못 느낀 것들을 2막을 더 잘 표현하고 싶더라고요. 암네리스가 상처받지만 극복하고 한 나라의 여왕이 되기까지 뒷부분을 많이 신경 쓰는 거 같아요. 이전에도 2막은 열심히 표현하려 노력했지만 지금 해보니까 그때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2막에서 ‘I Know the Truth’를 부르면서 그 부분을 더 중요하고 무겁게 생각하게 됐어요. 관객들이 ‘수트송’을 재미있게 즐겨주셨다면, 2막에서는 함께 울고 가슴 아파하고, 암네리스를 연기하는 정선아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제가 암네리스처럼 보여서 관객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또 전까지는 암네리스를 상처받게 한 아이다와 라다메스를 이해하지 못하고, 암네리스가 그렇게 하니까 텍스트를 따라서 열심히 연기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암네리스의 마음이 이해 가기도 해서, 모든 것을 승화하고 비워낸 채 새로운 여왕으로 떠오르는 준비를 단단히 했던 거 같아요. 재판장 신에서도 예전에는 선고하고 나간 후에야 조금 슬펐는데, 이번에는 그 말을 꺼내기까지가 눈물을 참으려 많이 노력하는 거 같아요. 눈물이 자꾸 앞을 가려요. 두 사람을 더 생각하게 되는 거 같아요. 전에는 ‘암네리스가 정말 불쌍하다’, ‘왜 암네리스가 한 나라의 공주인데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라며 정말 가슴 아프다고 생각했죠. 이제는 제가 사랑하는 저의 사람을 그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나오는 거 같아요. 그래서 관객분들도 더 슬프게 봐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 ‘아이다’ 정선아 (사진=문찬희 기자)
▲ ‘아이다’ 정선아 (사진=문찬희 기자)

Q. ‘아이다’는 주인공 아이다만큼 암네리스도 사랑받는 작품이에요. 그만큼 준비할 것도 많을 거 같아요.
아이다와 라다메스는 사랑하는 걸 관객들이 다 알 수 있잖아요. 반면 암네리스는 의상을 많이 갈아입지, 장면이 많지 않거든요. 하지만 출연할 때마다 임팩트가 강해서 암네리스가 많이 나오는 줄 아세요. 하하. 암네리스를 연기할 때는 라다메스를 사랑하고 갈망하는 끈을 놓으면 안 되는 거 같아요. 무대 위에 나오지 않아도 계속해서 그 끈을 잡고 있어야 2막에서 암네리스가가 배신당하고 슬플 때 관객분들이 더 이입하고 이해하시고, 함께 슬퍼해 주시는 거 같아요.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사랑이 정말 예쁘게 표현되고, 그게 극의 중점이잖아요. 그 사이에서 암네리스는 다른 걸 다 떠나서 라다메스만 바라봐요. 사랑하면 바보가 되잖아요. 그래서 라다메스를 바라보는 그 모습이 정말 안타깝기도 하고요. 그런 모습 때문에 2막에서 많은 분이 암네리스의 손을 들어주시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하하. 특히 커튼콜에서 그런 걸 많이 느껴요. 암네리스에게 정말 고생했다고, 응원한다고 박수를 보내주시는 것 같달까요.

Q. 이번 ‘아이다’는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펼쳐지는 공연이에요. 이전과는 다르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요?
우선, 많은 배우가 교체됐어요. 새롭게 오신 분들과 기존에 함께했던 배우들이 있죠. 키스 배튼 협력 연출이 배우들을 보며 “공연할 때마다 ‘아이다’는 점점 더 좋아진다. 한국 초연 이후 배우들이 이렇게 크게 발전하고 뛰어난 역량을 보여줄지 생각도 못 했다”라고 하더라고요. 도, 키스 연출이 “이번 시즌이 그 어느 때보다 배우들이 출중하다”고 해줬어요. 하하. 배우들의 에너지가 이번에는 조금 더 특별한 거 같아요. 저희 앙상블들이 워낙 ‘갓상블’이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한 번 보시면, 이전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거예요. ‘아이다’는 안 보신 분은 있어도 한 번만 보신 분은 없을 거예요.

Q. 처음 ‘아이다’ 초연 오디션을 봤을 때는 암네리스가 아닌 아이다로 지원했다고 들었어요.
그때 저는 태닝도 엄청 진하게 하고, 센 역할을 많이 할 때였어요. 화려하고 거친, 보이쉬한 역을 자주 맡았기 때문에 아이다로 오디션을 봤죠. 당시 키스 연출이 “너는 아이다가 아니라 암네리스로 다음 시즌에 오디션을 보러 오라”고 했어요. 그때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죠. 그랬는데 초연 공연을 보니까, 확실히 제 눈에 암네리스가 많이 들어오는 거예요.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도 있지만 암네리스가 정말 불쌍하게 느껴졌죠. 1막에서 관객들을 즐겁게 웃기고 행복하게 해주다가, 2막에서 상처받은 여인을 표현하는 게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그래서 암네리스에 도전해야겠단 생각을 하고 ‘수트송’을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재연 오디션에 갔어요. 당시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암네리스처럼 하고 가서 봤거든요. 정말 준비를 많이 해서 결국 암네리스 역에 붙었어요. 하하. 당시 120회 원 캐스트로 공연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나 싶어요. 아마 모든 배우가 원 캐스트여서 가능했던 거 같아요. 더 책임감이 생겼고, 배우로서 아프지 않고 체력 관리를 잘해야겠다 생각했죠. 매회 좋은 컨디션으로 공연을 보여드려야겠단 생각에 정말 잘 먹고, 운동도 많이 하고 공연했던 기억이 나요. 

Q. 지난해 중국 유학을 떠났다가 약 9개월 만에 ‘아이다’로 돌아왔어요. 유학을 마치고 ‘아이다’로 돌아온 이유가 있나요?
사실 유학으로 8, 9개월이라는 시간은 정말 짧았어요. 이왕 간 김에 1, 2년 정도 더 있고 싶었는데, ‘아이다’가 마지막이라는 거예요. ‘아이다’는 제게 정말 고마운 작품이고, 배우나 인간 정선아가 정말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작품이에요. 관객분들에게 사랑받아서 소중하기도 하죠. 이 작품을 통해 ‘내가 코미디도 할 수 있구나’, ‘내 연기로 관객분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전까지는 거친 캐릭터를 많이 했다면 ‘아이다’를 통해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하게 됐고, 그런 걸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또 ‘아이다’ 이후에 정말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났어요. ‘위키드’나 ‘킨키부츠’에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죠. 그런 것들이 정말 고마워서, ‘아이다’는 놓칠 수가 없었어요.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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