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아내를 죽였다’ 이시언, 코믹 벗은 얼간이 대장의 180도 캐릭터 변신
▲ ‘아내를 죽였다’ 이시언 (사진=월터미티컴퍼니)
▲ ‘아내를 죽였다’ 이시언 (사진=월터미티컴퍼니)

[제니스뉴스=마수연 기자] 배우 이시언이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스크린 주연을 차지했다. 특히 그가 강세를 보이던 코믹한 캐릭터가 아닌, 스릴러 장르의 사건 용의자로 변신해 더욱 눈길을 끈다.

처음 이시언이 스릴러 장르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우려를 드러냈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이하 ‘나혼산’)’에서 보여주는 우습고 허당미 넘치는 ‘얼간이 대장’이 대중들에게 각인된 그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드라마의 긴장을 이완하는 재치있는 캐릭터를 다수 선보였다.

그러나 이시언은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모습으로 100여 분의 시간을 이끈다. 그는 영화 ‘아내를 죽였다’에서 필름이 끊긴 채 일어난 날 아내 살인 용의자로 몰린 정호로 분해 사실감 가득한 연기로 관객들과 함께 호흡한다. 웃음기를 빼는 대신 섬세한 연기로 스크린을 채우며 ‘이시언도 이런 연기를 할 수 있구나’를 몸소 증명한 것이다.

180도 달라진 이미지로 첫 주연 영화를 장식한 이시언을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아내를 죽였다’를 통해 스릴러 장르에 도전한 소감, 예능 이미지로 굳혀진 것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은 인터뷰를 이 자리에서 공개한다.

▲ ‘아내를 죽였다’ 이시언 (사진=월터미티컴퍼니)
▲ ‘아내를 죽였다’ 이시언 (사진=월터미티컴퍼니)

Q.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재미있다고 생각도 했고, 안 보여줬던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주연이 아니었더라도 했을 거 같아요. 지금까지 제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니까요. 욕심도 많이 났을 거고요. 이 캐릭터에 저를 생각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잖아요. 감독님께도 도박일 수 있으니까요. 어떤 작품으로도 검증받은 적 없고 한 번도 한 적 없는 연기니까요. 감독님께서 제가 이런 이미지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캐스팅해주신 거라서, 그 부분이 정말 감사해요.

Q. 정호라는 캐릭터 구축을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저는 이번 작품을 이시언 자체로 들어가서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기면 어떨까’라고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그러면서 아내인 미영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면서 연기했거든요. 첫 장면에 미영이 사망했다는 말을 들을 때 정호는 한편으로 안도하는 마음이 드는 거예요. 특별하게 정호라는 캐릭터를 해석하는 대신, 시나리오를 읽고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겠다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생각했어요. 정호는 이렇게 살 바에야 혼자 사는 게 마음 편하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저는 정호가 아내를 위해서 도박을 한 거로 생각했거든요. 일확천금을 노리고 그걸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 도박에 접근한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마음이 불현듯 들었던 거 같아요. 

정호는 권고사직을 당하고 인생이 점점 나락으로 빠져 가잖아요. 아내가 없고 혼자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나락이었을까 싶어요. ‘차라리 혼자 있었다면’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경찰이 처음 정호에게 와서 아내가 죽었다고 할 때 ‘아내가 없으면 내 인생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실패의 정점에서 할 법한 생각을 하는 거죠.

Q. 언론시사회 당시 촬영하며 많이 뛰어다녀서 힘들었다고 이야기했어요.
극중 바에서 나온 경찰이 저를 쫓아오는 장면이 있어요. 그 촬영을 롱 테이크로 갔는데, 저와 촬영 감독님 두 분이 반나절을 뛰어다닌 거 같아요. 감독님은 그냥 앉아계시고요. 하하. 영화로 보니까 짧아 보였는데 촬영 동선이 정말 길었어요. 자세히 보시면 저를 쫓아오던 경찰의 다리가 풀려 있어요. 정말 많이 뛰었고, 정말 힘들었어요. 예전에 드라마 ‘투깝스’에서 1회 첫 부분에 정석이 형한테 걸려서 도망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는 아침 7시부터 해지기 전까지 뛰어본 적 있어요. 행인하고 부딪히기도 하고요.

Q. 출연 배우들과 호흡은 어땠나요?
안내상 선배님, 왕지혜 씨가 많은 힘이 됐죠. 특히 김기두 씨와 호흡한 장면이 정말 많은데 편집이 많이 됐더라고요. 기두 씨에게 진짜 큰 도움을 받았어요. 굳이 이야기하자면 서지영 선배님과 기두 씨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기댔던 거 같아요. 서지영 선배님은 워낙 준비를 많이 해서 현장에 오셨어요. 분명 힘든 촬영이 많았을 텐데, 내색 한 번 안 하시고요. 오히려 내색은 제가 많이 했죠. 하하. 주연을 맡으니까 얘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주연 배우들이 제작진에게 어필하는 걸 봤는데, 그때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왜 그러실까’,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첫날부터 그렇게 하고 있었어요.

Q. 처음으로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영화를 이끌었는데, 마음가짐이 남달랐을 거 같아요.
저는 작품을 끌고 간다는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겠어요. 끌고 가겠다는 생각을 한 것보다는, 주어진 캐릭터를 잘 표현해보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다른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거 같아요. 저는 이 작품에서 연기할 때 이시언 자체로 들어가서 연기했다고 생각해요. 정호라는 캐릭터를 재단해서 제가 입은 게 아니라, 이시언 자체로 접근해서 몰입했어요. 그리고 조연이라고 해서 내 것만 해야겠다는 생각을 안 해봤던 거 같아요. 저는 사실 조연의 시너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주연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요. 

파이팅하고 스태프들을 다독여야겠단 생각은 조연으로 임할 때도 그랬거든요. 주연과 조연에 임하는 마음이 다르지는 않았어요. 조연이라 딸려가자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고, 주연이라 영화를 끌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어요. 그런 차이를 뒀다면 오히려 촬영하기 어려웠을 거 같아요. 다른 역할을 하듯이 이 작품도 그렇게 접근했어요. 책임감은 비슷했는데, 주연이라는 건 제 이름을 달고 나오는 영화잖아요. 개봉을 앞둔 지금 기분은 조금 달라요. 촬영에 임하는 느낌과 자세는 비슷한 거 같아요.

▲ ‘아내를 죽였다’ 이시언 (사진=월터미티컴퍼니)
▲ ‘아내를 죽였다’ 이시언 (사진=월터미티컴퍼니)

Q. 데뷔 후 10년 만에 첫 주연작이에요. 그간의 시간을 돌아본다면요?
잘했다, 잘못했다고 표현하기는 조금 어려운 거 같아요. 정말 좋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저를 심적으로, 물질적으로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래서 감사하다는 마음밖에 안 들어요. 정말 부족한데 좋게 봐주시기도 해서 좋은 작품을 많이 할 수 있었고요. 식상한 답변이지만 그게 가장 커요. ‘나혼산’을 통해 곽경택 감독님을 뵀을 때 저도 제가 울 줄 몰랐거든요. 돌이켜보니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밖에 없더라고요. 곽경택 감독님 때문에 제가 이 자리에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죠. 감독님이 저를 뽑아주셨고 만들어주셨다고 생각하거든요. ‘친구’ 현장 자체가 제게는 촬영의 정석 같은 현장이었어요.

Q. 그동안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한 것처럼 느껴져요.
연기에 대한 고민은 항상 많죠. 이전까지는 정답이 뭔지 많이 고민했던 거 같아요. 촬영이 있으면 배우들이 연기를 준비하잖아요. 저는 ‘감독님이 원하는 정답을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게 정말 컸어요. 그러다 보니까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하고요. 오히려 준비를 너무 많이 해서 그 틀에서 벗어나지를 못했어요.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던 거죠. 배우마다 애드리브나 생각이 다를 수 있잖아요. 한 번은 영화 ‘깡철이’에서 유아인 씨와 연기를 하는데, 대사를 주고받으면서 ‘이 느낌이 아닌데’, ‘왜 아인이가 저렇게 나오지?’라고 생각했는데 아인 씨가 제 속을 꿰뚫어 보는 말을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연기에 접근하는 방식에 관해 대화했는데, 이후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식을 생각하게 된 거 같아요. 이전에는 성동일 선배님이 말씀하신 적 있어요. ‘네가 생각한 호흡을 밖으로 내뱉지 말고 가져가라. 왜 그걸 표현하려고만 하느냐’라고요. 그때는 표현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생각을 했는데, ‘라이브’라는 드라마를 하면서 다시 조금 알게 됐어요. 하지만 아직도 정답은 잘 모르겠어요.

Q. 실제 모습은 ‘나혼산’에서 보여준 것보다는 영화처럼 무거운 모습에 가깝다고 이야기했어요.
‘나혼산’은 정말 오래 촬영하거든요. 그 이후에 재미있는 모습을 재편집한 거라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모습만 나오잖아요. 그런 모습도 있지만, 제가 생각보다 말이 많지는 않아요. 그리고 조금 남자다워요. 성격이 센 편이에요. 하하. 예능이 성향에 맞지 않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녹화 내내 계속 업 된 상태는 아니라는 거죠. 친구들을 만나면 재미있는 순간도, 재미없는 순간도 있잖아요. ‘나혼산’은 그중에 재미있는 것만 모으는 거라 힘들지는 않아요. 녹화 자체가 제게는 힐링이에요. 일주일을 힘들게 보내고 재미있는 친구들과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기운을 받는 거죠. 

오히려 ‘나혼산’ 녹화 가기 전 샵에서 헤어 메이크업을 할 때가 힘들어요. 저는 메이크업 같은 걸 받는 게 안 맞는 거 같아요. 배우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인기를 얻을 거란 생각을 해본 적 없거든요. ‘잘 안 될 거다’라는 생각을 해본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연예인이 돼서 사람들을 신경 쓰고 살게 될 줄 몰랐어요. 저는 그냥 연기하고 적당히 먹고 살 만한 정도가 될 거로 생각했죠. 남들이 회사에 다니는 것처럼 저는 연기를 하는 거예요.

Q. 코믹한 이미지가 연기자 생활에 걸림돌로 느껴질 때도 있을 거 같아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있죠. 그런 이미지 때문에 연기에 대해 진중하게 이야기하는 게 어렵기도 해요. 예전에 ‘나혼산’ 하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종종 인터뷰를 통해 제 연기관을 얘기해도 대중들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해주신 거 같은데, ‘나혼산’으로 인기를 얻고, 유명해지고 나서는 ‘왜 이렇게 포장하려 하지?’라고 들릴까 봐요. 저 스스로 말하기 망설여질 때가 있어요. 속상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Q. 그렇다면 예능 출연을 줄일 생각도 했나요?
저 예능은 ‘나혼산’ 하나만 하고 있어요. 단발성 출연은 있지만 고정은 하나인데, ‘나혼산’의 파급력도 크고 재방송도 많이 하니까 정말 많이 나온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차승원이 형이 제게 ‘양날의 검을 쥔 것과 같다’라고 하셨어요. 남궁민 형도 그러시고요. 그래도 저는 ‘나혼산’에서 나가라고 하지 않는다면 같이 함께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제가 먼저 나간다고 하는 건 의리가 아닌 거 같아요.

Q. 이번 작품을 통해 다른 장르나 캐릭터를 향한 자신감도 생겼나요?
못 믿으시겠지만, 자신감은 항상 넘칠 만큼 가지고 있어요. 연기할 때 가장 근본적인 부분이 자신감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고, 안 보고를 떠나서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항상 있죠. 잘할 수 있을 거 같기도 하고요.

Q. 이전 인터뷰에서 ‘깝치지 않는 배우’가 목표라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그 생각은 항상 하고 있어요. 정말 잊어서는 안 되는, 제일 큰일인 거 같아요. 허세 부리지 않고, 타성에 젖는다는 생각이 안 들려고 해요. 그래도 제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타성에 젖지는 않은 거 같아요. 오히려 하는 것 이상으로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이 사랑을 덜 받는 날이 올 텐데, 그 날을 위한 방어를 하려고 노력하는 거 같아요. 허세 부릴 정도의 인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하. 허세 부릴 것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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