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시동’, 30대 박정민이 10대 반항아를 연기할 수 있었던 이유
▲ 박정민 (사진=NEW, 디자인=강예슬 디자이너)
▲ 박정민 (사진=NEW, 디자인=강예슬 디자이너)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박정민이 영화 ‘시동’을 통해 본인에게 참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났다. 33살의 나이에 19살 인물을 연기했지만 전혀 거리낌이 없다. 노란 탈색에 회색 운동복, 날티나는 행동과 말투로 무장해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반항아 택일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시동’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마동석 분)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의욕충만 반항아 상팔이 진짜 세상을 맛보는 유쾌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제니스뉴스와 박정민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시동’ 인터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박정민이 연기한 택일은 지긋지긋한 동네와 엄마를 벗어나는 게 인생의 유일한 목표인 인물로, 하고 싶은 건 해야 하고, 하기 싫은 건 안 하는 자유분방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엄마와 매일 부딪히던 어느 날, 집을 나가 혼자 살기로 결심하고 군산에 도착해 장풍반점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다. 박정민은 그간 연기한 캐릭터들 중 가장 본인의 성격과 비슷하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저를 잘 아는 분들은 시사회를 보고 ‘저건 그냥 박정민인데’라고 하시더라고요. 택일이 마음은 가득한데 표현이 서툴잖아요. 저도 평소에 그렇거든요. 표현을 잘 못하는 편이고, 특히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툴툴거리게 되더라고요. 마음은 안 그런데 괜히 못 되게 말할 때가 있고, 그런 것들이 좀 닮았어요”

박정민은 택일을 보며 자신의 학창시절을 떠올렸다. 학업에 열중해 편안한 직작생활을 하길 바라던 부모님의 의견과 달리 그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고 강하게 어필했단다. 자기의 주관을 가지고 걸어온 지금, 박정민은 어엿한 주연을 맡아 극을 이끌어가는 ‘대세 배우’가 됐다.

“어릴 때 끼가 있거나 하지도 않았던 아이가 대뜸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한 거예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걸 하겠다고 하니, 많이 놀라셨고 화도 내셨어요.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만 열심히 하는 조용한 학생이었는데, 고등학교를 제가 아는 친구들이 없는 곳으로 가게 됐어요. 제가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게 느끼지 않는 거죠. 지 인생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게 됐을 때 용기를 내서 부모님께 말씀드렸고, 친구들은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줬죠”

▲ 박정민 (사진=NEW)
▲ 박정민 (사진=NEW)

영화의 원작이 되는 동명의 웹툰 ‘시동’을 미리 읽은 박정민은 특히 택일과 엄마와의 관계에 매료돼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그리고 웹툰에서 와닿았던 부분이 시나리오에 잘 살아 있어, 억지로 감정을 만들어내지 않고 연기할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웹툰이 시나리오로 옮겨진다고 했을 때, 이 방대한 사연을 어떻게 2시간 안에 풀어낼지 걱정이 됐었어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니, 덜어낼 부분은 잘 덜어내고 살릴 것들은 잘 살렸더라고요. 감독님이 고민을 참 많이 하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감정신을 연기할 때 ‘잘 못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 앞설 때가 많은데, 이건 재밌고 즐겁게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시나리오 자체도 너무 재밌었고요”

후반부로 갈수록 각 인물들이 성장하는 모습들이 드러나며 먹먹한 감동을 선사하지만, 사실 ‘시동’의 가장 큰 강점은 유쾌함이다. ‘마블리’ 마동석의 단발머리 비주얼, 박정민의 지질함, 염정아의 걸크러시한 매력이 차진 대사와 어워져 곳곳에서 웃음을 터트린다.

“재밌는 코드는 동석 선배님께 많이 의지했어요. 제가 잘 맞추기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다만 걱정됐던 부분은 선배님의 재밌는 비주얼과 연기를 제가 끊어버리면 안 되니까 고민을 했죠. 선배님이 생각지도 못한 애드리브를 막 던졌거든요. 그걸 잘 받아쳐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연기했어요. 실제로 현장에서 선배님 본인을 비롯해서 감독님, 스태프분들 모두 많이 웃었어요. 그래서 NG도 많이 났고, 촬영 끝나고도 생각나서 또 웃고 그랬어요”

가장 유쾌한 장면을 꼽으라면, 거석이 TV에 나오는 트와이스를 보며 춤을 추는 신일 것이다. 큰 덩치에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행복한 표정으로 걸그룹 댄스를 소화하는 마동석의 모습은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정말 기괴했어요(웃음). 댄스학원 선생님께서 오셔서 선배님께 춤을 가르쳐줬는데요. 춤을 배우고 추는 모습이 너무 웃긴 거예요. 나중에는 너무 자아도취를 하셔서, 가르쳐준 대로 추지 않고 본인 마음대로 추시더라고요. 다들 너무 웃었어요. 감독님께서는 춤을 보고 ‘다른 앵글로 더 찍자’라고 하셨죠. 그래서 여러 앵글로 그 모습을 담았어요”

택일을 연기하며 맞기도 참 많이 맞았다. 엄마에게 혼나면서 맞고, 깡패들과 싸움이 붙어서 맞고, 거석에게 대들다가 맞는다. 특히 가장 아팠을 것 같은 마동석에게 맞는 신에 대해서 박정민은 “선배님께서 실제로 세게 때리지 않아도 그렇게 보이는 방법을 터득해서 때려주셨다”라고 말했다.

“맞는 행위가 너무 리얼하게 보여지면, 보는 분들이 불쾌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화에서 초반에는 택일이라는 인물이 독자들의 미움을 많이 샀거든요.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라는 반응도 많았고요. 그런 택일이 거석 형을 만나고, 장풍반점이라는 공간에 스며들면서, 독자들이 택일을 품어주더라고요. 영화에서도 관객들이 점차 택일을 안쓰러워하게 되고, 깡패한테 맞을 때는 택일의 편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감독님께서 많이 하셨을 거예요”

▲ 박정민 (사진=NEW)
▲ 박정민 (사진=NEW)

마동석, 정해인과의 브로맨스도 좋았지만 신예 최성은과 박정민의 신선한 호흡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경주 역을 맡아 택일에게 복싱을 날린 것처럼, 스크린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 최성은은 최정열 감독이 연기부터 액션까지 수차례 오디션을 통해 발굴한 원석이다.

“알고 보니 학교 후배더라고요. 저를 비롯해 함께한 배우분들이 성은을 보면서 신인 시절을 많이 떠올렸을 것 같아요. 얘가 아마 많은 마음들이 있었을 거예요. 자기가 영화에 피해를 끼치지 않았으면 하는 부담감이 있었을 거고, ‘시동’이 자신의 발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하려고 했을 거예요. 또 선배님들 사이에서 자기 연기를 해내기 위한 노력도 있었죠. 그래서 다들 성은을 예뻐했어요. 항상 복싱 연습을 하고 있고, 대본을 보고 있더라고요. 자기가 준비한 것들을 잘 펼쳐낸 후에는 저나 감독님께 ‘오늘 괜찮았어요?’, ‘이상한 건 없었어요?’라고 물어보더라고요. 그 모습이 보기 좋았고, 같이 작업하는 게 즐거웠어요”

박정민은 영화 속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 두 가지를 꼽았다. 본인이 했던 “하다 보면 뭐라도 나오겠지”와 동화 역을 맡은 윤경호가 했던 “하다 보면 어울리는 일이 되는 거야”다. ‘이 일을 잘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고민에 자주 빠지곤 하는데, 인물의 대사로 용기를 얻게 됐다고.

“영화가 좋았던 점 중 하나가, 별 대사가 아닌데 나중에 곱씹어 보면 ‘그렇지’라고 느끼게 되는 게 많더라고요. 앞으로도 계속 고민하게 될 것 같은데, 하고 싶어서 하고 있는 일이지만 저에게 어울리는 게 맞는가에 대한 생각이 있어요. 작품의 흥행을 떠나서 잘 봐주시는 분들이 있으면 힘을 얻지만, 계속 자기반성을 하면서 가요. 저의 능력치에 비해 맡은 롤이 큰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저에 대한 평가 기준을 남의 시선에 많이 두는 편이에요. 자기 객관화를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안쓰러워하는 주변 사람들도 있지만, 배우는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고민들을 하는 거고, 주연을 맡으면서 더 커지는 것 같아요”

그간 캐릭터성이 강한 인물보다는 현실에 있을 법한,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온 박정민은 자신이 가진 ‘평범함’을 강점이라고 했다. 자기 안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 캐릭터로 연기하는, 이번 작품의 경우는 내면에 있는 지질함을 끌어올려 택일을 표현했다고 했다.

“택일이라는 인물을 만났을 때, 박정민의 어떤 모습을 꺼내서 표현할까 고민했어요. ‘사바하’나 ‘동주’처럼 캐릭터성이 있어서 뭔가를 박정민에게 붙인다면, 이번이나 ‘변산’의 경우는 제가 가진 걸 보여주는 거죠. 저는 제가 드라마나 영화로 엄청난 성공을 거둬서 주연을 맡는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감독님, 제작자분들이 제가 가진 이미지를 이용해서 뭔가를 할 수 있게 해주시는 거라 생각해요. 특별히 저에게 쌓인 이미지가 없는, 평범함 때문인 것 같아요”

한편 ‘시동’은 오는 1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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