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결산] 패션 ② ‘노 재팬’ 유니클로는 울고 탑텐-스파오는 웃었다

[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여느 때와 다름없이 2019년 한 해 동안 패션업계는 빠르게 돌아갔다. 수많은 신제품, 빠르게 바뀌는 유행, 그리고 넘쳐나는 새로운 소식까지, 매년 다양한 이슈가 패션업계를 점령했다. 올해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2019년 패션업계를 관통한 이슈를 되짚어봤다.

▲ 유니클로 (사진=유니클로)
▲ 유니클로 (사진=유니클로)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일본의 강제 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를 계기로 일본 정부는 올해 상반기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내리며, 한국과 일본 간의 무역 갈등이 극에 달했다. 이에 따라 우리 국민들은 지난 7월부터 대대적으로 ‘노 재팬(NO JAPAN)’, 즉 일본 불매 운동을 벌이며 현재까지 맞서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해 일본 내 한국인 관광객이 대폭 감소했으며,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던 일본산 차량과 맥주 등 전반에 걸쳐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유니클로. 국내에서 큰 반응을 얻으며 SPA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던 유니클로에 제동이 걸렸다. 유니클로는 매출이 60% 감소하는 등 불매운동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브랜드로 꼽히고 있다.

여러 일본 기업 중 유독 유니클로가 불매운동의 타깃이 된 것에는 경영진의 부적절한 언행과 역사를 조롱하는 듯한 광고 등 이유가 있다. 지난 7월 11일 도쿄에서 열린 유니클로의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의 결산 설명회에서 오카자키 다케시 최고재무책임자는 "한국에서 벌어진 불매운동이 이미 매출에 일정한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정치적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한국에 뿌리내린 것을 조용히 제공해 나가면 된다. 장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 만큼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니클로는 사과문을 내며 “부족한 표현으로 저희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한국의 많은 고객님들께서 불쾌한 감정을 느끼시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사과했다.

▲ 유니클로 '러브 앤 플리스' TV CF (사진=유니클로 광고 캡처)
▲ 유니클로 '러브 앤 플리스' TV CF (사진=유니클로 광고 캡처)

이러한 논란이 잠잠해지기 전에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유니클로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조롱하는 듯한 내용의 TV 광고를 선보인 것. 지난 10월 유니클로는 ‘유니클로 플리스: 러브 앤 플리스’ 편을 국내에 방영했다. 해당 광고는 13세의 패션 디자이너 소녀와 98세 패션 컬렉터 할머니가 대화를 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영상 속 소녀가 “스타일이 좋은데요.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으셨나요?”라고 묻자, 할머니는 “80년도 더 된 일을 어떻게 기억하냐”라고 대답한다. 이 부분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조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80년 전인 1938년은 일제가 ‘국민 징용령’을 제정해 조선인 노동자를 중요 산업으로 강제 연행하고 많은 여성들이 위안부로 끌려가 고초를 겪은 시기다. 그해부터 1945년 광복까지 강제징용에 동원된 인구는 약 700만 명이다.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듯한 대화 내용이 불매운동에 불을 지폈고, 해당 광고에 대해 유니클로는 “이번 광고는 후리스 25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 모든 이들의 삶을 위한 후리스’라는 콘셉트로 제작된 글로벌 시리즈 광고 중 하나로, 세대와 나이를 넘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후리스의 특성을 표현하고자 현역에서 활동 중인 98세 실제 패션 콜렉터와 13세의 패션 디자이너를 모델로 기용했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유니클로 관계자는 “유니클로는 전 세계 24개 국가 및 지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으로 인종, 성별, 직업에 차별없이 모두를 위한 옷을 목표한다”며 “전 세계 어디에서나 어떠한 정치적-종교적 사안, 신념 및 단체와 어떤 연관도 없다”라고 해명했다.

▲ 탑텐 '온 에어', 스파오 '웜테크' (사진=탑텐, 스파오)
▲ 탑텐 '온 에어', 스파오 '웜테크' (사진=탑텐, 스파오)

유니클로를 비롯한 여러 일본 브랜드들의 불매 운동으로 인해 국내 패션업계에는 다른 움직임이 일어났다. 바로 국내 토종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 유니클로에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비슷한 가격대와 상품군을 갖춘 국내 SPA 브랜드들이 평년 대비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국내 대표 SPA 브랜드인 탑텐과 스파오는 일찌감치 다양한 디자인의 플리스 제품과 경량 패딩, 발열내의 등을 선보이며 소비자를 공략했다. 탑텐은 가볍게 데일리로 착용하기 좋은 ‘리얼 구스 경량 패딩’을 다양한 컬러로 선보이며 국민 패딩으로 자리잡았다. 또 ‘역시즌 선판매’, ‘텐텐데이’ 등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스파오는 발열내의 ‘웜테크’를 선보였다. 유니클로 히트텍 못지않은 보온성, 발열성, 부드러운 감촉과 흡습속건, 신축성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는 제품으로, 스파오는 지난해 대비 발열내의 발주량 2.5배 증가, 누적 판매량 49% 성장했다.

국내 SPA 브랜드의 강세와 함께 유니클로는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실은 ‘유니클로 감사제’ 행사 기간 국내 8개 카드사의 신용카드 매출액 현황을 분석해 발표했다. 11월 15일부터 20일까지 유니클로 신용카드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70%가량 떨어진 95억 원으로 나타났다. 10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7% 가량 감소했다. 

반면 탑텐은 올 10월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70% 증가했다. 지난 11월 1일부터 20일까지 매출액은 같은 기간 대비 128% 급증했다.  스파오의 매출액도 같은 기간 동안 지난해 대비 14% 늘었다. 

이번 불매운동에 대해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SNS에 "불매운동은 절대 강요될 수 없다. 개인 선택의 자유를 존중한다"면서 "현재의 자유가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이번 불매운동이 한 단계 넘어 '국산품 애용의 생활화'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모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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