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미스터 주’ 이성민 ① “영화 이후 달라진 점? 길고양이 보면 걱정되더라”
▲ ‘미스터 주’ 이성민 (사진=리틀빅픽쳐스)
▲ ‘미스터 주’ 이성민 (사진=리틀빅픽쳐스)

[제니스뉴스=마수연 기자] 새해부터 바쁘게 달리기 시작한 배우 이성민이 전혀 다른 매력의 두 작품을 선보인다. 매번 새로운 얼굴로 관객들에게 놀라움과 즐거움을 안기는 그의 열일 덕에 관객 선택의 폭은 넓어졌다.

이성민의 열일 행보는 해가 바뀐 2020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설 연휴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이하 ‘미스터 주’)’와 ‘남산의 부장들’로 관객들을 만났을 뿐만 아니라 tvN 드라마 ‘머니게임’으로 안방극장까지 사로잡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작품을 한 번에 선보이고 있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로 마치 세 사람의 이성민을 만나는 것 같다. 

장르를 넘나드는 이성민의 활약 비결은 지치지 않는 도전 정신에서 비롯된다. ‘미스터 주’를 통해 가족 영화를 선보이고 싶었고,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전혀 닮지 않은 배우가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도전을 해내고 싶었다고 하니, 그의 도전 정신이 계속될수록 행복해지는 건 수많은 얼굴의 이성민을 만나는 관객일 것이다.

쉼 없는 연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성민을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미스터 주’와 ‘남산의 부장들’, 두 작품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들과 연기의 원동력 등을 유쾌하게 털어놓은 인터뷰를 이 자리에서 공개한다.

▲ ‘미스터 주’ 이성민 (사진=리틀빅픽쳐스)
▲ ‘미스터 주’ 이성민 (사진=리틀빅픽쳐스)

Q. ‘미스터 주’ 촬영 전에는 동물을 안 좋아했다고 들었는데, 그런데도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처음에는 동물과 연기한다는 걸 크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시나리오를 보는데 굉장히 익숙한 이야기고, 외국 영화에서는 자주 접하고 저 역시 어릴 때부터 봤던 장르의 영화라서요. 한국에서는 이런 작업을 안 해본 거 같더라고요. 어떻게 촬영할지도 궁금했고, 신기한 작업이 될 거 같아서 하고 싶었어요. 장르적으로도 이런 가족 영화들이 잘 없잖아요. 제 취향에 이런 것들이 좀 맞나 봐요. ‘로봇 소리’도 그랬고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하기로 마음을 먹었죠. 김태윤 감독님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전작을 생각해보면 이런 작품을 하신다는 게 이해가 안 가기도 했거든요. 하하.

이 영화는 한국에서 처음 하는 영화잖아요. 그럼 해야죠. 다음에 이런 작업을 할 때는 훨씬 풍부하고 나아질 거로 생각해요. CG도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는 베이스가 없었는데 ‘미스터 주’를 통해서 기술이 진보했다고 하더라고요. 다음 영화는 더 좋아질 거고요. 옛날의 ‘닥터 두리틀’과 지금의 ‘닥터 두리틀’이 완전히 다른 것처럼요. 그런 것에 깃발을 꽂았다는 게 좋아요.

Q. 어떤 부분에서 이성민 씨의 취향에 잘 맞았나요?
가족 영화 같은 시나리오가 많이 없잖아요. 국내에는 하드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라서요. 아이와 어른이 같이 볼 수 있는 영화가 흔하게 자주 있는 게 아니고요. 그런 영화의 영역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차지하고 있어서요.

Q. 영화 내내 동물들과 소통했는데, 감정을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대신 호흡을 주고받는 부분에서 실제 배우와 할 때와는 차이가 났죠. 서로 피드백을 하면서 연기를 빌드 업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요. 그래서 여러 생각과 계산을 했죠. 로봇은 약속한 대로 움직이니까 그게 가능한데 ‘미스터 주’의 견공은 CG가 아니라 실사라서 돌발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집중력을 놓치지 않으려고 긴장을 많이 하고 있었어요. 그런 상황에 즉흥적인 리액션을 해야 하기도 했죠. 그렇게 즉흥적으로 했던 것들이 영화에 나오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서 알리가 데이비드에게 구타당하고 쓰러졌을 때, 가만히 누워있어야 하는데 자꾸 고개를 들어서요. 하하. 그 장면을 몇 번 촬영하다가 어이가 없어서 웃었는데 그게 오케이가 났어요. 영화에서 보니까 자연스럽게 나왔더라고요. 

Q. 영화에는 다양하고 개성 강한 동물들이 많이 나와요. 그중 가장 정이 가는 동물을 고른다면요?
아무래도 알리죠. 동물들의 목소리 캐스팅도 정말 힘들었다고 들었어요. 배우들에게 뜬금없이 햄스터를 연기하라고 하니까요. 하하. 하균이 쉽게 그걸 해줘서 정말 고마웠죠. 하균이는 와서 몇 번을 녹음했어요. 영화를 보는 내내 그 목소리와 알리의 조화로 울컥할 때가 있더라고요. 하균이 녹음 때는 당연히 제가 갔죠. 저는 이미 연기를 전부 한 상태에서 하균이가 녹음해서 힘들었을 거예요. 그 한계 안에서 연기해야 하니까요. 유인나 씨가 연기한 판다는 정말 귀여웠어요. 상상도 못 했던 목소리가 나와서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 작업 과정이 노하우가 돼서, 만약 이런 영화가 생긴다면 목소리 캐스팅을 먼저 하고 배우들이 연기한 이후에 촬영하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싶어요.

Q. 김태윤 감독과의 작업도 영화 선택 이유였다고 했어요. 함께한 소감이 궁금해요.
‘또 하나의 약속’이나 ‘재심’을 할 만한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하. 굉장히 휴머니스트예요. 따뜻한 사람이고요. 사람에 대한 배려도, 동물에 대한 배려도 똑같이 가지고 있어요. ‘미스터 주’도 제 생각에는 조금 더 갔으면 좋겠는데 딱 거기까지만 하시더라고요. 그게 장점이 될지 단점이 될지 모르겠지만요. 촬영할 때는 더 거친 장면도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안 하시더라고요. 특히나 동물들이 학대받는 장면은 과감하게 빼고 가셨어요.

▲ ‘미스터 주’ 이성민 (사진=리틀빅픽쳐스)
▲ ‘미스터 주’ 이성민 (사진=리틀빅픽쳐스)

Q. 배정남, 김서형 씨와의 코미디 호흡도 인상적이었어요.
배정남 배우와 연기할 때도 알리만큼 긴장해야 하는 상태였어요. 하하. 연기를 굉장히 독특하게 해서요. 상상을 초월하는 연기를 하니까요. 재미있었고 합을 맞추는 작업도 신기했어요. 서형 씨가 연기한 민 국장은 굉장히 아무것도 아닌 캐릭터였거든요. 캐스팅도 정말 힘들었어요. 여러 배우가 관심을 가지다가도 결국 안 하더라고요. 마침내 서형 씨가 하겠다고 했는데 캐릭터 해석을 독특하게 했어요. 완성된 영화를 보니까 김서형 씨가 저렇게 연기한 이유를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평범할 수 있는 역할을 확대해서 연기해서 정말 고마웠죠.

Q. 배정남 씨와는 영화 ‘보안관’ 이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어요. 다시 함께한 소감이 궁금해요.
시사회가 끝나고 정남이 연기를 일반인들에게 많이 물어봤어요. 아내에게 물어보고. ‘머니게임’ 스태프들에게도 물어봤는데 굉장히 호감을 느끼고 있더라고요. 일반인이 보는 것과 우리가 보는 것에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연기를 캐릭터로 받아들이는 거 같아요. 일단 정남이에게 댓글 보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어요. 하하. 감독님이 거의 조련하다시피 연기를 했거든요. 원래 만식이라는 캐릭터는 캐스팅도 잘 안 됐어요. 그 과정에서 우연히 뒤풀이 자리에 모였는데 감독님께 정남을 인사시키고 제안을 한 번 했죠. 감독님도 상상을 못 하셨어요. 그간 정남이 보여줬던 연기가 없으니까요. 그 이후 오디션을 몇 번 보고 최종 캐스팅을 했다고 연락이 왔길래 ‘괜찮겠어요?’라고 물어봤어요. 감독님은 ‘동물 한 마리를 캐스팅했다는 마음’이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그 문자를 받고 어떤 마음으로 캐스팅했는지 이해했죠. 

정남이는 알리와 동급으로 연기해서요. 제가 연기를 많이 맞춰갔어요. 제가 선배여서 그런 건 아니에요. 현장에서는 디렉션을 한 번도 준 적 없어요. 그게 제 원칙이었어요. 오로지 감독님과 대화했고, 감독님이 컨트롤했죠. 정남이는 본인이 연기를 잘하는 줄 알아요. 하하. 본인도 그런 역이 처음이고 부족한 걸 아는데 감독님을 따라가면서 한 거예요. 나중에 기술 시사회에서 본인도 영화를 보고 ‘멘붕’에 빠졌더라고요. 못 보겠다고요. 하하. 정말 독특한 해석이고 표현이었어요.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정남이 때문에 많이 웃어서 NG도 많이 났어요. 지금까지 살면서 접해보지 못한 톤이기도 했고요. 감독님은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런데도 배우로 살아가려면 훈련을 해야겠죠. 그 지점이 안 되면 더 못 갈 수도 있고요. 

Q. ‘미스터 주’를 촬영하고 일상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길에 혼자 있는 새끼 고양이를 보면 걱정이 되고 그러더라고요. 예전에는 동물을 정말 싫어했거든요. 특히 밤길 골목에 있는 고양이는 지나가지도 못할 정도였어요. 고양이는 여전히 조금 무섭긴 하지만 강아지는 그렇지 않아요. 처음에는 정남이 집에 반려견이 있어서 가질 않았어요. 영화 이후에 처음으로 갔는데 제가 앉으니까 반려견이 제 옆에 붙어있더라고요. 촬영 초반에는 알리를 한 번 만지고 물티슈로 손을 닦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주인이 얼마나 속상했을까 싶어요. 친해지라고 먹이를 손으로 주라는데 제가 싫어했거든요. 영화에는 편집됐지만 알리가 달려와서 저를 핥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그 촬영 이후로 다 내려놨어요. 하하. 극중 딸이 제게 고양이를 안겨주는데, 그때 표정이 진짜 저였어요. 그 고양이 주인이 김태윤 감독이었는데 얼마나 싫었겠어요. 마음이 아팠다고 하더라고요. 

Q. 1월 개봉 영화 중 코미디 영화가 많은데, 그중 ‘미스터 주’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천만 애견인들이 보시면 좋아하실 거 같아요. 가족 중에서 아이가 있는 분들이 오시면 재미있게 볼 거고요. ‘해치지않아’는 저희보다 촬영이 늦었는데 공교롭게 개봉일이 맞물렸어요. ‘미스터 주’가 희석된 느낌이라 조금 안타까워요. ‘남산의 부장들’과 같이 개봉해서 부담도 되고요. 그럼에도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예쁜 영화가 되면 좋겠어요. 장르적으로 아이들,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 말고는 없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미스터 주’를 너그럽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촬영할 때 동물원 창고 가면서 똥 밟는 신을 찍을 때 알았어요. ‘이건 애들 보는 영화구나’라고요. 하하. 성인용 코미디 영화였다면 알리가 욕하기도 했겠죠. 그렇게 가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감독님께서 편집을 절묘하게 하신 거 같아요.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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