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리뷰] ‘여명의 눈동자’ 더욱 깊어진 감정, 묵직하게 전해지는 시대의 비극
▲ ‘여명의 눈동자’ 공연 사진 (사진=수키컴퍼니)
▲ ‘여명의 눈동자’ 공연 사진 (사진=수키컴퍼니)

[제니스뉴스=마수연 기자] 지난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 무대를 꾸려갔던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가 대극장으로 돌아온다. 시대의 비극을 담은 무대 연출과 더욱 깊어진 감정의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격동의 근대사는 무거운 울림을 선사한다.

‘여명의 눈동자’는 동명의 드라마를 극화한 작품으로, 일제 강점기인 1943년 겨울부터 한국 전쟁 직후 겨울까지 동아시아 격변기 10년의 세월을 겪어낸 세 남녀의 삶을 통해 한민족의 가장 가슴 아픈 역사와 대서사를 담아낸 뮤지컬이다.

약 1년여 만에 재연으로 돌아온 ‘여명의 눈동자’는 초연을 함께한 배우들과 더불어 새로운 배우들이 주역으로 합류해 풍성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여기에 대극장으로 무대를 옮긴 만큼 시대를 드러내는 세트를 배치했고, 오케스트라를 재편성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넘버들을 더욱 섬세하게 편곡했다.

▲ ‘여명의 눈동자’ 공연 사진 (사진=수키컴퍼니)
▲ ‘여명의 눈동자’ 공연 사진 (사진=수키컴퍼니)

초연에 이어 여옥으로 분한 김지현은 더욱 풍성해진 감정으로 격동의 시대에 휩쓸린 인물을 연기한다. 김지현은 그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었던, 평범한 사람이었을 여옥을 만나 일본군 위안부부터 제주 4.3사건, 6.25 전쟁까지 거치며 변화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특히 극의 시작과 끝에 배치된 여옥의 죽음과 “그저 함께 있는 것 그게 참 어렵네요, 우린”이라는 대사는 관객들에게 짙은 여운을 남긴다.

마찬가지로 다시 하림으로 돌아온 이경수는 여옥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 혼란한 시대 속 흔들리는 지식인의 모습, 비극적 사건을 바라보기만 해야 했던 안타까움 등을 다채롭게 그린다. 특히 초연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하림의 솔로 넘버 ‘행복하길’을 부르는 목소리에는 그 절절함과 애틋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초연 당시 하림을 맡아 호평을 받았던 테이는 재연에서 대치로 돌아왔다. 1년 만에 같은 극에서 다른 역할을 연기하는 만큼 다소 위험한 도전일 수도 있었으나, 테이는 그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완벽히 대치로 변신해 눈길을 끈다. 초연에서 하림을 통해 다정함과 시대를 향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면, 재연의 테이는 대치 특유의 거칠면서도 이념을 향한 올곧은 걸음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조태일, 김진태 등 초연부터 원 캐스트로 활약했던 배우들이 여전한 역량으로 무대에 올라 뛰어난 존재감을 과시한다. 특히 두일 역의 조태일은 선악이 뚜렷하지 않은 극 내에서 가장 악역에 가까운 역할을 맡아 관객들마저도 혀를 내두르게 한다.

▲ ‘여명의 눈동자’ 공연 사진 (사진=수키컴퍼니)
▲ ‘여명의 눈동자’ 공연 사진 (사진=수키컴퍼니)

지난해 초연에서는 배우들의 힘으로 시대의 비극을 보여줬다면, 대극장으로 옮겨온 ‘여명의 눈동자’ 재연은 적재적소에 무대 장치를 배치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드라마의 상징적 장면 중 하나인 철조망 키스의 배경인 철조망 덩굴부터 녹슨 난간 등을 통해 근대사의 비극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가슴 아픈 우리의 역사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 부분 역시 존재한다. 초연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앙상블은 조금씩 어긋나는 합으로 몰입이 흐트러지게 한다. 특별한 장치 없는 무대를 꽉 채우며 묵직한 존재감으로 호평을 받았던 초연의 앙상블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만족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또한 동진 역의 정의제가 보여주는 어색한 감정 연기는 그가 주요 캐릭터로 활약하는 2막에서 특히 아쉬움을 남긴다.

초연에서 오로지 배우의 힘으로 극을 이끌어 갔다면, ‘여명의 눈동자’ 재연은 무대 장치 등 시각적 효과를 얹으며 초연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또한 위안부, 제주 오라리 방화사건, 4.3 사건 등 아픔으로 남은 역사를 과장하지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도 않은 시선으로 그리며 담담하게 전한다. 

‘여명의 눈동자’는 약 3시간 동안 한 편의 근대사 다큐멘터리를 무대에서 보여준다. 원작 드라마를 사랑했던 관객들에게는 그 시절의 향수를, 뮤지컬로 처음 작품을 만나는 관객들에게는 근대사의 기록을 진한 감동으로 만나게 될 것이다.

한편 ‘여명의 눈동자’는 오는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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