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리뷰] 업그레이드 ‘웃는 남자’, 박강현의 이유 있는 재선택
▲ '웃는 남자' 공연 (사진=EMK뮤지컬컴퍼니)
▲ '웃는 남자' 박강현, 이수빈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한국 최초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웃는 남자’가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초연에 이어 다시 찢어진 입을 지닌 그윈플렌으로 분한 박강현이 무대에 올랐다.

‘웃는 남자’는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찢어진 입을 가졌지만 순수한 마음을 지닌 그윈플렌의 여정을 따라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조명한 작품이다.

지난 2018년 첫 공연을 올린 ‘웃는 남자’는 1달 만에 누적 관객 10만 명을 기록하고, 마지막 공연까지 총 2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큰 인기를 모았다. 이에 ‘예그린뮤지컬어워드’, ‘한국뮤지컬어워즈’, ‘이데일리 문화대상’, ‘골든티켓어워즈’에서 상을 휩쓸며 한국 창작뮤지컬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필자 역시 초연을 인상 깊게 봤던 터라 재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2020년 ‘웃는 남자’는 기존의 강점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장면 순서와 일부 가사의 변경을 통해 캐릭터의 서사를 관객이 더욱 이해하기 수월하게 한다.

▲ '웃는 남자' 공연 (사진=EMK뮤지컬컴퍼니)
▲ '웃는 남자' 공연 (사진=EMK뮤지컬컴퍼니)

무대예술상을 휩쓸었던 만큼 이번에도 ‘웃는 남자’는 화려한 무대 연출을 자랑한다. 상처를 형상화한 장치, 천을 이용해 표현한 휘몰아치는 파도, 반짝이는 별을 표현한 수많은 조명 등이 보는 눈을 즐겁게 만든다.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선박 난파 장면에서, 초연 때는 없었던 실제 배를 제작해 더욱 실감 나는 무대를 구현해낸다.

초연 당시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다소 갑작스럽게 느꼈던 관객들을 위해 넘버 순서와 대사 일부를 수정했다. 특히 2막에만 등장하던 메인 넘버 ‘웃는 남자’는 1막 중 그윈플렌과 톰짐잭이 싸움을 펼치는 장면에도 삽입돼 작품의 주제를 환기시킨다.

또 귀족이 된 그윈플렌이 과거를 회상하며 부르는 넘버 ‘몽타쥬: 누굴까’에는 우르수스의 대사를 더해, 그윈플렌이 자신의 운명과 세상을 바꾸고자 결심하는 계기를 명확히 드러낸다. 2막 후반부 그윈플렌이 부르는 ‘행복할 권리’ 역시 이러한 캐릭터성에 힘을 싣는다. 때문에 사욕만을 챙기는 귀족을 비판하고, 부유해졌지만 주체적이지 못한 삶을 거부하고, 가난했던 시절 함께한 가족과 사랑을 택하는 그윈플렌의 결정에 보다 공감하게 된다.

▲ '웃는 남자' 공연 (사진=EMK뮤지컬컴퍼니)
▲ '웃는 남자' 이수빈, 박강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지난해 ‘엘리자벳’, ‘엑스칼리버’, ‘마리 앙투아네트’ 등에 출연하며 소처럼 쉬지 않고 일한 박강현은 올해 ‘웃는 남자’로 활동 포문을 열었다. 그윈플렌으로 완벽히 분한 박강현은 때로는 능청스러웠다가, 또 때로는 허당미 넘치는 면모로 캐릭터를 다채롭게 그려낸다. 데아와의 호흡에서는 다정하면서도 애틋한 연기로 마음을 울린다.

또한 박강현은 매 장면마다 깨끗하고 단단한 목소리로 넘버를 소화한다. 특히 2막 말미 절규하듯 쏟아내는 ‘웃는 남자’는 박강현의 가창력이 폭발하는 순간, “허나 삶의 끝이 여기가 아님에 감사하는 내가 최후의 웃는 남자”라고 외치며 드러내는 광기 어린 표정 연기 역시 압권이다. 이때 그는 홀로 무대를 가득 채우며 가장 뜨거운 박수갈채를 이끌어낸다.

눈이 아닌 마음으로 그윈플렌을 바라보며 상처를 보듬어주는 순수 영혼의 데아 역을 맡은 이수빈은 청아한 목소리와 섬세한 연기로 캐릭터를 그린다. 박강현과 합을 맞춰 부르는 ‘나무 위의 천사’는 절로 미소를 짓게 하며, 그윈플렌을 그리워하며 가슴 아파하는 연기는 눈시울을 적신다.

▲ '웃는 남자' 공연 (사진=EMK뮤지컬컴퍼니)
▲ '웃는 남자' 신영숙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조시아나의 활약도 대단하다. 20년 내공에 빛나는 신영숙은 부유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조시아나 그 자체로 분해 팜므파탈 매력을 한껏 뽐낸다. 자신의 욕망을 일깨워준 그윈플렌을 떠올리며 부르는 ‘내 안의 괴물’을 비롯해 ‘아무 말도’, ‘내 삶을 살아가’ 등 솔로 넘버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한편 ‘웃는 남자’는 오는 3월 1일까지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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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 2020-02-07 14:36:47
깡윈플렌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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