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정직한 후보’ 라미란 ① “코미디 연기 가장 힘들어... 계속 의심하며 촬영”
▲ ‘정직한 후보’ 라미란 (사진=NEW)
▲ ‘정직한 후보’ 라미란 (사진=NEW)

[제니스뉴스=마수연 기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기대하게 되는 배우, 라미란이 또 한 번 코미디를 선택했다. 새해의 시작을 여는 라미란이 선사할 시원한 웃음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분)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다. 극중 4선에 도전하는 국회의원 주상숙으로 분한 라미란은 “분량이 많아 걱정됐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120여 분의 러닝타임을 휘어잡으며 지루할 틈 없이 관객들을 웃긴다. 

단역부터 시작해 ‘정직한 후보’로 원톱 주연에 나선 라미란의 행보는 어느새 대중들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여성이 전면으로 나서는, 여성 주연 영화를 연달아 이끌어 가는 모습에 누군가는 환호하고, 누군가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렇기에 라미란은 다음을 만들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묵묵히, 열심히 해내는 중이다. 그의 다음 선택에 응원을 보내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2020년의 시작을 코미디로 연 라미란을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원톱 주연이라는 부담을 딛고 선택한 ‘정직한 후보’의 매력부터 여성 주연 작품을 향한 진솔한 목소리까지, 여러 이야기를 나눈 시간을 이 자리에서 풀어본다.

▲ ‘정직한 후보’ 라미란 (사진=NEW)
▲ ‘정직한 후보’ 라미란 (사진=NEW)

Q. 영화는 어떻게 봤나요?
저는 객관성을 잃어서요. 하하. 주관적으로 봤을 때는 걱정이 태산이에요. 얼마나 많은 분이 공감하실지, 웃기려고 만든 거니까 얼마나 웃어주실지 걱정돼서요. 저는 배급관에서 영화를 봤는데 다른 관에서 반응이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항상 부끄럽죠. 뭔갈 보여주고 나면 자신 있다고 한 적이 없는 거 같아요. 해놓고 나면 아쉽고, 이상하고, 부족한 점만 보이고요.

Q.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껴서 영화에 참여하게 됐나요?
코미디 영화가 갖춰야 하는 호흡, 대사들이 현지화가 잘 돼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정말 잘 읽혔고요. 다만 제가 이 사건을 끌고 가야 하는 사람이라 그게 많이 부담스럽더라고요. 코미디 장르 자체도 부담스러운데 양도 많고, 저는 리액션을 잘하는데 여기서는 액션을 해야 하니까요. 다행히 같이 출연하신 배우들이 찰떡같이 리액션을 잘 살려주신 거 같아요.

Q. 장유정 감독님이 라미란 씨를 캐스팅하면서 원작 캐릭터를 여성으로 바꿨다고 했어요.
감독님이 말씀을 잘해주신 거 같아요. 원작에서는 남자가 주인공이고, 한국으로 가지고 오면서 많은 고민을 하셨겠죠. 답보 상태가 있었다가 여자로 바꾸는 것에 의견이 모여서 그때 할 사람이 라미란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하. 저도 딱히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거절하려면 대안을 내놔야 하는데 누가 할지 생각이 안 나서요. 제가 매를 맞자고 생각했어요.

Q. 지난해 영화 ‘걸캅스’에 이어 다시 코미디 영화를 선택했어요. 장르적인 부담은 없었나요?
‘걸캅스’는 코미디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콘셉트를 들었을 때는 코미디로 풀리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대본을 받고 사건 안에서 해결하는 과정에서 코미디를 하기가 힘든 거예요. 사건의 색은 코미디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잖아요. ‘웃픈’ 코미디가 된 거죠. 이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요. ‘정직한 후보’는 대놓고 코미디여서요. 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 중에 코믹한 모습이 많잖아요. 그래서 코미디를 기대하기도 하시고요. 언젠가는 부딪혀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제가 웃기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얼마나 웃길 수 있는지 한번 해보자’라고 생각했어요. 역시나 코미디는 맞지 않는 거 같아요. 하하. 누군가를 웃기는 게 제일 힘들어요. 그리고 저 자체가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어서요. 떠들썩한 웃김은 아닌 거죠. 영화에서는 일차원적인 코미디를 해야 하는 상황들이 많잖아요. 저는 돌리고 돌려서 하는 스타일이라서요. 그런 색이 달라서 애를 많이 썼죠. 연기하면서도 ‘웃긴가?’라고 계속 의심하기도 했어요.

▲ ‘정직한 후보’ 라미란 (사진=NEW)
▲ ‘정직한 후보’ 라미란 (사진=NEW)

Q. 영화가 진행되면서 상숙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요. 이에 따른 완급조절도 필요했을 거 같아요.
상숙을 연기할 때 크게 4단계 정도로 분류했어요. 처음의 순수했던 때와 많이 찌들었을 때, 거짓말을 못 하게 됐을 때, 거짓말을 못 하는 게 훨씬 편하다는 걸 느끼고 받아들이는 때까지 네 번이죠. 코미디 장르라고 해서 오버액션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상숙이 바뀐다고 해서 한 번에 확 바뀌는 게 아니라 저도 모르게 새는 것처럼 나오게 하려고 신경을 기울였어요. 후반부로 가면 강도가 세지기는 하지만, 감독님과 완급조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촬영하는 저희는 어느 장면에서 누가 어떻게 웃을지 모르잖아요. 각자 느끼는 지점들이 다르니까요. 그런 게 가장 힘든 거 같아요. 그래서 계속 단타를 치는 거예요. ‘어디서 웃는지 보자’ 하는 거죠. 하하. 어디에서든 걸리라는 마음이에요.

Q. 배우들의 좋은 호흡이 영화에도 고스란히 담긴 거 같아요. 현장에서의 합은 어땠나요?
희한하죠. 이번 작품 전에 긴밀하게 같이 연기한 적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무열 씨는 처음 만났고, 경호 씨는 잠깐씩 만났는데 인물 자체가 완전히 달랐고요.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였어요. 거의 다 처음 작업하는 분들이었어요. 그런데도 굉장히 오래 만난 사람들처럼 툭 던지면 알아서 척 받아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 분량을 살리더라고요. ‘한시름 덜었다’, ‘조금은 얹혀갈 수 있겠다’ 싶었어요. 하하.

Q. 특히 보좌관 역의 김무열 씨와 티키타카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이번 작품 전까지 무열 씨에 대한 편견이 있던 거 같아요. 무거운 작품들을 하고, 처절한 액션을 많이 했으니까요. 의외로 코미디가 찰떡인 사람이더라고요. 이런 사람이 코미디를 해야 재미있는 거예요. 저나 경호 씨 같은 사람들은 이미 웃길 거라 생각하는데, 전혀 웃길 거 같지 않은 사람이 뭔갈 했을 때 더 터지는 거라고 생각했고요. 무열 씨는 코미디에 잘 맞는 거 같아요. 앞으로 작품 선정을 할 때 참고하라고 했어요. 이미지를 바꿔보라고요. 하하. 2편이 있다면 케미스트리를 더 끌어올리고 싶어요. 저도 그런 티키타카가 잘 보여서 굉장히 의외였어요.

Q. 할머니와 손녀로 호흡을 맞춘 나문희 씨와는 어땠나요?
왜 나문희, 나문희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선생님은 이미 존재감 자체가 달라서요. 잠깐 나오셔도 다른 거 같아요. 선생님이 있어서 주상숙이란 인물이 덜 미워 보이지 않았나 싶어요. 전부 다 할머니가 다 시킨 거거든요. 상숙이 정치하는 것도 할머니가 시키셨고요. 하하. 선생님이 손가락 욕을 하시면서 많이 쑥스러워하셨어요. 또 본인은 애드리브를 싫어하시고 안 하신다고, 있는 것만 찍자고 하셨는데 저와 돌탑 가서 다시 비는 장면에서 제가 애드리브를 치니까 그걸 받아주시더라고요. 하하. 

▲ ‘정직한 후보’ 라미란 (사진=NEW)
▲ ‘정직한 후보’ 라미란 (사진=NEW)

Q. 극중 주상숙은 거침없는 ‘사이다 발언’을 쏟아내요. 연기하면서 대리만족을 느꼈을 거 같아요.
그게 훨씬 편하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요. 뭔가 꾸미고 숨기는 것보다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훨씬 더 힘이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거든요. 후폭풍을 책임질 수 있고, 감당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속이 편하더라고요. 그래서 굉장히 편했죠. 하지만 이전의 모습도 나쁘지 않았어요. 하하. 적당히 거짓말하면서 사는 것도요.

Q. 라미란 씨도 상숙처럼 거짓말로 위기를 맞이했던 경험이 있나요?
오히려 너무 대놓고 이야기를 해서 무안한 적은 많았죠. 너무 생각 없이 이야기해서 실수하거나요. 하하. ‘나는 괜찮으니까 너도 괜찮지?’라고 말한 게 실수가 되기도 하고요. 차라리 그럴 때 거짓말을 할 걸 싶기도 해요. 저는 다이렉트로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 자신은 편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요.

Q. 코미디 영화지만 정치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소재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저는 이 영화가 정치 영화가 아닌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정치인이라는 자리 자체가 거짓말이라는 게 가장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웃음의 시너지가 더 커지겠다고 여겼죠. 어떤 색이나 의도, 타깃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보시는 분들의 성향에 따라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거예요. 한국화를 하면서 많은 자료 수집을 하고 실제 사건들을 소재로 썼으니까요. 하지만 영화의 기본은 결국 웃자고 하는 이야기라는 거죠. 어떤 분들은 ‘선거철 앞두고 개봉하니까 정치 영화인 거 아니냐’고 하시는데, 영화의 등장인물이 국회의원이라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좋은 시기라고 할 수도 있을 거예요. 나름의 메시지를 줄 수도 있고요. 사회적인 흐름을 따라 마케팅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Q. ‘정직한 후보’는 정직의 가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해요. 
감독님이 ‘정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인터뷰를 하셨더라고요. 감독님도 촬영하면서 무척 정직하셔서요. 하하. 분명 좋은 미덕이지만 이 작품이 계몽하는 영화도, 이렇게 하자는 영화도 아니에요.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에서 한번 웃고 가시라는 취지였기 때문에 저는 웃기는 것에만 집중한 거 같아요.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라고 단순하게 연기했어요.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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