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 ① “직접 쫓아다닌 선거 현장, 아는 것과 너무 달라”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 (사진=NEW)
▲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 (사진=NEW)

[제니스뉴스=마수연 기자] 끊임없이 도전하는 제작자, 장유정 감독이 3년 만의 신작으로 찾아온다. 웃길 줄 아는 배우 라미란과 의기투합해 선보일 현실 정치 코미디에 관객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장유정 감독에게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뮤지컬 극작가로 시작해 연출을 거쳐 영화감독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고, 지난 2018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총감독을 맡기도 했다. 분야를 오가는 그의 활약 밑바탕에는 새로움을 주저하지 않는 긍정적 호기심이 깔려 있다.

‘부라더’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 ‘정직한 후보’에도 장유정 감독의 도전 정신이 엿보인다. 지난 2014년 브라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해 한국 정서에 맞춰 로컬라이징을 했고, 그 과정에서 남자였던 주인공을 여자로 바꾸는 등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노력의 결과가 고스란히 담긴 영화는 재치 있는 유머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새해 시원한 코미디와 함께 돌아온 장유정 감독을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정직한 후보’ 제작 비하인드부터 쉼 없는 도전의 원동력까지 유쾌하게 풀어낸 인터뷰를 이 자리에서 공개한다.

▲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 (사진=NEW)
▲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 (사진=NEW)

Q. 완성된 영화를 선보이게 된 소감이 궁금해요.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다 같이 굉장히 열심히 했거든요. 상황이 조금 안 좋지만 관객들에게 선보이려니까 두근거리기도 하고, 잘 보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부족하고 아쉬운 점들이 당연히 있는데 그런데도 장면마다 애쓰고 공들인 게 보일 때는 흐뭇하고 보람이 느껴지죠.

Q. ‘부라더’ 이후 3년 만의 작품이에요.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껴서 제작에 참여했나요?
거짓말을 못 하게 되는 정치인 이야기에 브라질 원작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이제는 정치인이 어쩔 수 없이 위선적인 행동을 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데, 그런 사람이 거짓말을 못 한다는 점에서 생겨나는 풍자적 요소들이 많겠다고 생각했죠. 위선적인 행위나 거짓말이 분노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웃음과 위트로 에둘러 풍자하는 방식이 흥미롭게 느껴져서요. 작품 제의를 받고 10분도 안 돼서 수락했어요.

Q. 브라질 작품이 원작이라는 걸 모를 정도로 로컬라이징이 탁월하게 됐어요. 각색에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요?
원작에서 살린 건 거짓말을 쉽게 했던, 부패한 정치인이 할머니의 기도로 거짓말을 전혀 못 하게 됐다는 점이었어요. 그 외에는 가지고 올 수가 없었어요. 세 가지 이유로 가지고 올 수 없었는데 첫 번째는 이 작품이 코미디여서였어요. 사회적, 문화적 상황에 따라서 이해의 폭이 달라질 수 있잖아요. 예를 들면 그리스 비극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잖아요. 하지만 그리스 희극은 전공자가 아닌 이상 알기가 어렵죠. 희극은 시대성과 공간적인 배경을 이해하면 할수록 재미있는데 그게 없으면 새롭게 변환돼야 하거든요. 그 작업이 만만치 않아서요. 브라질에서는 웃겼는데 한국에서는 너무 당황스러운 점이 있고, 저희가 재미있다고 했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의미가 없을 수도 있죠. 그래서 쓸 수 없는 지점이 많았어요. 

두 번째는 정치라는 소재 때문이었어요.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나라마다 정치적 상황이 다르잖아요. 브라질은 ‘정직한 후보’라는 말만 들어도 웃는대요. 너무나도 부패해서요. 도덕적 잣대도 다르고, 다른 나라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게 한국에서는 큰 스캔들일 수 있죠. 그래서 가지고 올 수가 없는 거예요. 군대나 이중국적 같은 건 브라질에 없으니까요. 주인공이 처한 부패한 상황도 굉장히 달랐어요. 원작 주인공에게는 애인이 따로 있는데 한국에서는 그러면 코미디가 될 수 없잖아요. 하하. 또 브라질 원작에서는 돈을 주고받는 장면이 워낙 많이 나오는데, 한국에서는 영화에서 너무 자주 봐서 문제시되지 않는 거예요. 마지막으로는 설정이 워낙 판타지라서 나머지 에피소드나 사건, 선거의 리얼리티를 확보하고 싶어서 원작을 그대로 가져오기가 어려웠죠.

Q. 출연 배우들이 입을 모아 “감독님이 자료조사를 정말 많이 하셨다”고 말했어요. 자료조사는 어떤 식으로 했나요?
인터넷이나 책을 찾아보는 간단한 것들은 앉아서도 금방 할 수 있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서 받는 느낌이 있잖아요. 가장 먼저 의원회관에 가서 전현직 의원, 보좌관, 대변인까지 6~7개 당의 사람들을 만났어요. 한 개의 당에 치우치지 않고 만날 수 있는 만큼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데이터를 모았어요. 당시 창원에서 보궐 선거가 있었는데 미니 총선이라고 할 만큼 많은 당 대표들이 내려와서 본부를 차리고 기거했거든요. 그때 창원에서 팔로우를 할 수 있었던 게 가장 좋았던 거 같아요. 저희 영화에 정치인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기자들도 있고 관련된 사람들도 많이 있어서, 그분들의 인터뷰를 하는 등 지속해서 사람들을 만났어요. 

저희 팀에 선관위에 있던 분이 있어서 이런 상황이 실제 법에 걸리는지를 확인하고, 영화적 상황으로 넘어갈 수 있는지도 확인했어요. 그분뿐만 아니라 정치부에만 20년 몸담으신 기자님도 있었거든요. 기자나 정치인들 대사를 써서 보내면 어떤 단어가 더 좋다는 식으로 조언도 해주셨어요. 기자들이 보통 어려운 문어체를 쓴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 앵커들은 중학교 2학년들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단어로 호기심을 자극하도록 쓰더라고요. 하하. 매번 들으면서도 몰랐는데 그걸 통해서 알았어요. 

지금까지 제가 투표도 많이 참여했는데, 바깥에서 선거운동을 봤을 때와 직접 쫓아다녔을 때는 다르더라고요. 요리가 다 된 걸 먹는 것과 요리하는 과정을 보는 건 다른 거죠. 사소한 호칭이나 말투 같은 것도요. 여러 에피소드도 직접 들을 수 있었어요. 보좌관과 의원의 오랜 관계에서 나오는 끈끈함도 실제로 팔로잉했을 때 느껴지는 것들이 있던 거 같아요. 그중에서 영화에 들어간 건 10분의 1도 안 돼요. 더 자극적이기도 하고 재미를 위해 빼기도 했고요. 

▲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 (사진=NEW)
▲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 (사진=NEW)

Q. 상숙을 소화할 사람이 라미란 씨밖에 없어서 캐스팅 후에 성별을 여성으로 바꿨다고 했어요. 완성된 영화 속 라미란 씨의 모습에 만족하나요?
제가 원하는 바 이상으로 해주셨죠. 제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많이 보여줘서요. ‘어떻게 저렇게 더 많이 보여줄까?’ 싶었어요. 감독이 현장에서 바로 "오케이" 하면 좋잖아요.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요. 선배님과 작업하면서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멋있지 않더라도 고민을 계속해야 했거든요. 하하. 늘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을 해주셨고, 생각이 다르더라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장면이라도 감독이 원하는 걸 해내려고 노력하셨어요. 그런 것들이 감사했어요. 시나리오를 완성해 갈수록 이 역할이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위선적이고 악행을 저지르는 캐릭터가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성숙해지는데, 그 과정에서 아주 밉지 않으면서도 관객들에게 통쾌함도 줘야 하고, 사랑스럽고 웃기기도 해야 하거든요. 그런 성숙함을 보며 공감할 수 있는 인간미 있는 캐릭터인데, 이걸 잘해낼 수 있는 사람은 라미란 배우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여자로 바꾸기도 전에 “시간이 되시나요?”라고 먼저 제의를 드렸어요. 영화를 하신다면 여자로 바꾸겠다고 한 거죠. 그 시도 자체가 콜럼버스의 달걀이었어요. 남성 캐릭터가 여성으로 바뀐 건데,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원작의 주인공이 남자였고, 국내에 여성 정치인이 많지 않으니까요.

Q. 반면 김무열 씨는 캐스팅 과정에서 감독님을 제외한 제작진에서 우려를 드러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도 캐스팅한 이유가 있다면요?
무열 씨와는 아는 사이인데 같이 일한 적은 없었어요. 뮤지컬 ‘김종욱 찾기’ 때 작가로 만난 적은 있었죠. 개인적으로 무열 씨의 팬이라 작품을 많이 보러 다녔어요. 지금까지 무열 씨가 코미디를 전격적으로 한 적이 없잖아요. 새로운 걸 보면 사람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기도 하고요. ‘김무열이 코미디를 한다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저는 확신이 있었어요. 김무열 배우의 말에서 나오는 재간 같은 걸 봤을 때 ‘코미디를 하면 잘할 거 같은데 왜 안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회가 있으면 뭐든 같이 하고 싶은 상황이었는데 마침 ‘정직한 후보’가 들어와서 좋았죠. 

Q. 배우들은 현장이 웃기기 위해 아주 치열했다고 했는데, 제작자로서 직접 느낀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사이가 정말 좋았어요.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에요. 최근에 미란 선배님 인터뷰 때 저도 옆에 앉아있고 그랬거든요. 끝나고 “빵만 먹고 가자”면서 앉아서 세 시간씩 이야기하고요. 미란 선배님은 가족 이후로 가장 밥을 많이 먹은 사람이에요. 하하.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의지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촬영 현장에서는 각자 위치에서 정말 열심히 했어요.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걸 연출부 막내까지 다 이야기할 정도였어요. 하하. 그런 말 하는 게 싫지 않았어요.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생각이 다르다고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하거나 당황시키지 않으니까요. 서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많이 이야기했던 거 같아요. 늘 잘 맞을 수는 없잖아요. 그런 부분이 잘 이뤄져서 서로 설득시키기도 쉬웠어요. 그래서 딱 한 번 30분 정도 소품이 안 와서 지연된 거 말고는 회차가 넘어간 적도 없어요. 본인의 것을 열심히 하는 분위기였죠.

Q. 기억에 남는 현장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제가 연출을 못할 정도로 많이 웃던 회차가 있었어요. 다행히 비가 오는 장면이라 "큭큭" 웃는 소리가 잘 안 들릴 정도였죠. 할머니를 만난 후 상숙과 희철이 비를 맞으면서 오는 장면에서 상숙이 희철의 등에 올라타는데 희철이 못 일어나잖아요. 촬영 당시 김무열 배우가 일어날 수 있다고 했는데 못 일어나니까 너무 웃긴 거예요. 나중에 물어보니까 “미란 누나가 너무 확 올라와서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미란 언니는 “김무열 배우가 허리를 너무 높이 세워서 내가 올라탈 수밖에 없다”고 하고요. 하하. 그런 모습이 자연스럽게 영화에 나온 거죠. 또 상숙이 가발 벗는 장면에서 배우들이 너무 웃어서 제가 웃으면 안 된다고 했거든요. 그때 김무열 배우가 “넘어가”라고 대사를 하는데 그게 대본에는 없던 거였어요. 거기서 너무 이입돼서 웃다가 순간 컷도 못 했어요. 제작자로서 정말 창피한 이야기인데 다행히 잘 걷어냈어요. 하하.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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