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웃는 남자’ 박강현, 흔들리지 않는 배우가 되기 위한 노력
▲ 박강현 (사진=문찬희 기자)
▲ 박강현 (사진=문찬희 기자)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뮤지컬 배우 박강현은 참 ‘열일’하는 배우다. 지난해만 무려 ‘엘리자벳’, ‘엑스칼리버’, ‘마리 앙투아네트’ 3개의 작품으로 관객과 만났고,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으며, 올해 초 곧바로 ‘웃는 남자’로 무대에 올랐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힌, 자신의 목표를 잘 실천하고 있다.

지난 1월 재연으로 돌아온 ‘웃는 남자’는 탄탄한 스토리, 귀를 사로잡는 넘버, 화려한 무대 연출로 관객들의 호평 속 펼쳐지고 있다. 어느덧 공연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제니스뉴스와 박강현이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웃는 남자’는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찢어진 입을 가졌지만 순수한 마음을 지닌 그윈플렌의 여정을 따라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조명한 작품이다.

“초연을 본 분들은 더 완성도 높아진 공연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꼭 봐야 하고, 아직 안 본 분들은 또 ‘웃는 남자’가 언제 올지 모르잖아요. 그러니 보셔야 해요. 저 개인적으로는 최선을 다해서 그윈플렌이라는 인물을 연기하고 있으니까요. 여유가 되신다면 문화생활로 즐겨주시면 감사하겠고, 꼭 마스크를 끼고 손 소독제를 챙겨서 보러 오세요. 제가 후회스럽지 않은 3시간은 만들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 박강현 (사진=문찬희 기자)
▲ 박강현 (사진=문찬희 기자)

초연에 이어 재연 무대에도 오른 박강현은 처음보다 여유를 가지고, 그윈플렌에 대한 감정을 보다 깊게 이해해 연기로 표현하고 있다. 그간의 작품 활동 중 한 작품을 2번 이상 하는 것은 ‘웃는 남자’가 처음인 만큼,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무대에 임하고 있다는 그다.

“저를 불러주지 않았다면 재연 무대에도 오르지 못했을 거예요. 창작 초연인 만큼, 처음부터 캐릭터를 만들어갔기 때문에 더욱 애착이 갔어요. 그래서 또 제안이 들어왔을 때 저는 흔쾌히 승낙을 했고, 더욱 깊어진 그윈플렌을 관객들께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죠.

초연에 비해 그윈플렌의 여정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어요. 뮤지컬 특성상 전개가 빠르기 때문에 관객이나 배우들이 따라가기 힘들 수가 있잖아요. 그런 느낌이 최대한 덜 들도록 신 순서를 바꿨죠. 원래는 조시아나와 침실에서 만나는 장면이 더 뒤에 있었는데, 엄청 앞으로 당겼어요. 초연 때는 그 장면 전에 ‘모두의 세상’을 부르는데, 그 넘버가 나의 지위를 이용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거든요. 그러고 조시아나를 만나서 유혹을 당하는데, 의지를 드러낸 후에 조시아나한테 휘둘리는 게 좀 그랬거든요. 이번에는 그 장면이 앞으로 가면서 ‘모두의 세상’ 넘버에 더욱 힘이 실린 것 같아요. 그 변화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또 그윈플렌을 연기하는 저로서는 데아나 아버지를 대하는 감정에 더욱 깊게 다가가고 있고요. 개구진 모습을 조금 더 실감 나게 표현하려고 하고 있다는 점이 달라졌죠”

넘버의 변화와 곡을 소화하는 박강현의 감정 변화도 느낄 수 있다. 귀족들을 향해 “그 눈을 떠. 지금이야. 가진 것을 나눠봐. 자비를 베풀어줘. 더 늦으면 안 돼”라고 외치는 넘버 ‘그 눈을 떠’를 부르는 박강현은 초연에 비해 더욱 담담하면서도 결의에 찬 눈빛과 목소리로 표현해낸다. 박강현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시원시원한 발성이 진가를 발휘하는 장면 중 하나로 꼽을 수 있겠다.

“병원에 입원할 때 죽을 수도 있으니 얼마의 비용을 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그런 터무니없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되니까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나잖아요. 그래서 이전에는 ‘그 눈을 떠’를 부르기 전 대사에서 화가 많았어요. ‘왜 당신들은 그렇게 했나’, ‘가난한 자들을 잊고 잊다’라는 식으로요. 이번에는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정확한 논리로 그들을 설득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어요. 담담하게 내 진심을 다해서, 집중을 다해서 이야기하는 거죠. 하지만 뒤로 가면서는 어쩔 수 없이 감정이 터져 나오더라고요. 의도치 않게 눈물이 흐른 적도 있었고요”

‘그 눈을 떠’ 이후 곧바로 작품의 대표 넘버인 ‘웃는 남자’가 이어진다. 광기 어린 표정과 목소리, 역동적인 동작을 사용하며 부르는 장면에 모두가 몰입해서 보게 된다. 해당 신을 연기하는 박강현은 가장 큰 체력을 소모해 “힘들다”고 털어놓으면서도 “그래서 비타민을 엄청 챙겨 먹는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 눈을 떠’ 다음에 이어지는 ‘웃는 남자’가 갭이 엄청 커요. 다가가는 감정도 너무 다르고요. 진심을 다해서 호소했지만, 차갑게 거절당하고 비웃음 당해서 이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차오르죠. 내가 바꿀 수 없다는 무기력함이 극대화되면서 나오는 넘버예요. ‘웃는 남자’를 부르면서 옷도 내팽개치고 울고 하는데, 온몸에 텐션이 가득 들어가거든요. 노래를 부르면서 그걸 다 표현하려니 숨이 차는데, 텐션이 무너질까 봐 편하게 숨을 못 쉬겠더라고요. 너무 힘들어요”

▲ 박강현 (사진=문찬희 기자)
▲ 박강현 (사진=문찬희 기자)

박강현은 지난 2015년 뮤지컬 ‘라이어 타임’으로 데뷔해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입지를 다졌다. 특히 지난 2018년 초연된 ‘웃는 남자’로 메인 롤을 맡으며 ‘대극장의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그해 ‘제7회 예그린 뮤지컬 어워즈’에서 남우신인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박강현은 처음 ‘웃는 남자’에 임하게 됐을 당시를 떠올리며, 작품이 본인에게 갖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실 제작사 입장에서는 티켓 파워를 생각 안 할 수가 없잖아요. 아무리 잘하는 사람이라도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더욱 저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뮤지컬을 보는 분들이라면 알고 계셨겠지만, 제가 어떻게 연기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호기심으로 찾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웃는 남자’는 제작사 입장에서 큰 도전이었을 것 같아요. 물론 저에게도 도전이었죠. 같이 그윈플렌 역을 했던 배우가 엑소 수호, 박효신 형이었으니까요. ‘내가 유명하지 않은데 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저를 두고 ‘웃는 남자’가 탄생시킨 스타라고 하더라고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이 작품이 저를 조금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는 작품이 됐어요. ‘웃는 남자’가 영화관에서도 상영이 됐거든요. 그걸 보고 이번에 와서 본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1번 했으니까, 재연 때는 더욱 작품에 집중해서 누가 되지 않도록 하자는 마음이었죠”

▲ 박강현 (사진=문찬희 기자)
▲ 박강현 (사진=문찬희 기자)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오롯이 다 쏟아내면 지치는 순간들이 분명 있을 터. 데뷔 이래 쉬지 않고 ‘열일’하는 박강현이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였을지,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에 대한 물음에 그는 “공연이 끝나고 오면 공허할 때가 있다”라는 솔직한 답변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공연을 잘 마쳤다는 뿌듯함도 있지만, 에너지를 다 쓰고 와서 피곤할 때가 있죠. 어떻게 보면 공연하는 것 외에 인간 박강현의 삶을 그렇게 알뜰하게 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가끔은 안 읽던 책도 꺼내서 읽고, 게임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있어요. 그게 살아가는 거죠. 다만 매번 공연을 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목 관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항상 있어요. 그래서 시끄러운 곳에 잘 안 가고, 술자리도 잘 안 하는 편이에요. 친구들이 어디 놀러 가자고 해도 선뜻 못 가요. 공연 기간에 갑자기 놀러 갔다가 다쳐버리면 안 되잖아요. 공연을 하기 위한 최선의 것들은 지키려고 노력해요”

박강현은 올해도 활발한 활동을 약속했다. “다음 작품이 정해졌나?”라는 물음에 그는 “차기작은 논의 중이다. 아직 도장을 찍기 전이라서…”라고 답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몸이 지치긴 하지만 더 열심히 하고 싶다”라며 의욕을 드러냈다.

“저는 위기를 좋아하는 편이라서요. 몸과 마음이 지치긴 했지만, 더 열심히 달려보고 싶어요. 갑자기 의욕이 막 생기네요(웃음). 저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흔들리지 않는 배우요. 저를 좋아하는 팬분들께는 자부심이 되고 싶어요. 어떤 배우든 그럴 것 같아요. ‘내가 이 사람 팬이야’라고 하면서 공연장에 데려왔는데 ‘이 사람 별론데?’라고 하면 속상할 것 같거든요. 그리고 대중에게는 언젠가 비쳤을 때 ‘괜찮네’, ‘잘하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저에게 관심 없는 사람에게 듣는 최고의 칭찬이 아닌가 생각해요”

한편 ‘웃는 남자’는 오는 3월 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현순이 2020-02-18 00:32:56
배우님 차기작 너무 궁금해요! 배우님의 공연을 본 사람중 후회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거에요.

히히 2020-02-17 23:19:43
애정 담긴 기사 감사합니다ㅠㅠ 앞으로도 저희 배우님 예쁘게 봐주세요ㅠ 배우님은 저희의 자부심입니다!

구라미 2020-02-17 22:43:06
인터뷰 너무 좋네요 잘 읽고 갑니다~~!!❤❤사진도 너무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