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지푸라기라도’ 전도연 ① “시나리오부터 완벽했던 캐릭터, 연기 부담 적었다”
▲ ‘지푸라기라도’ 전도연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 ‘지푸라기라도’ 전도연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니스뉴스=마수연 기자] 배우 전도연이 연기 인생 30주년을 맞이했다. 최고의 자리를 지키며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그는 여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전도연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랑받은 배우다. 지난 2007년 영화 ‘밀양’을 통해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고, 2014년에는 ‘제67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도연의 이름 뒤로 붙는 수많은 수상 이력은 그가 대중 및 평단에 인정받은 배우임을 뜻한다.

그런데도 전도연은 연기, 특히 새로운 모습을 향한 갈증을 드러냈다. 이와 같은 갈증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하 ‘지푸라기라도’)’에서도 드러난다. 극중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로 분한 전도연은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파격적인 캐릭터 소화력으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30년 동안 수많은 작품을 선보였음에도 여전히 전도연의 작품이 기대되는 건 이와 같은 도전 때문일 것이다.

색다른 변신과 함께 스크린을 장악한 전도연을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푸라기라도’를 통해 새롭게 도전한 연기의 즐거움, 30년의 연기 인생과 앞으로의 방향까지 유쾌하게 털어놓은 인터뷰를 이 자리에서 공개한다.

▲ ‘지푸라기라도’ 전도연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 ‘지푸라기라도’ 전도연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Q. 영화는 어떻게 봤나요?
재미있게 봤어요. 많이 웃으면서 봤는데 시나리오 읽었을 때도 느꼈지만 인물들에 대한 애정이 있는 거 같아요. 사실 굉장히 긴장했어요. 저는 극 중간부터 들어간 거라 ‘그 많은 인물이 한 이야기 속에 담길까?’ 생각했는데 잘 담긴 거 같아요. 감독님이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을 거 같은데 수고했다는 말씀을 드렸어요.

Q.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요?
돈 가방을 탐내는 인간들의 굉장히 뻔한 이야기인데 그 방식이 빤하지 않아서 재미있었어요. 속고 속이는, 숨바꼭질하는 느낌이 드는 시나리오였어요. 읽자마자 하겠다고 했어요. 너무 재미있게 봐서요. 

Q. 윤여정 씨를 직접 영화에 캐스팅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고 들었어요.
윤 선생님에게 전화한 건 맞아요. 하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순자라는 역할이 숨바꼭질 내의 또 다른 숨바꼭질 같은 이야기라 생각했어요. 순자와 며느리와의 이야기인데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르는 거죠. 서로를 속고 속이는 관계라고 생각해서 재미있었어요. 선생님께 제가 읽고 느낀 걸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그렇게 좋으면 네가 하지 그러니?’라고 하면서 수락을 하셨어요. 하하. 정말 감사했죠.

Q. 독특한 형식을 가진 영화인데, 그만큼 감독의 역량이 중요해 보였어요. 신인 감독과의 작업이 걱정되지는 않았나요?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너무 많은 인물이 나와서 캐스팅이 쉽지 않을 거로 생각했죠. 출연을 결정하고도 촬영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어서 마음을 비우고 있었어요. 막상 캐스팅이 다 됐을 때는 우려가 됐어요. ‘감독님이 이 인물들을 한 이야기로 담아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시나리오를 쓰신 분이니까 어떻게든 이 이야기를 담아내겠다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믿고 싶었죠. 하하.

Q. 그동안 수많은 감독과 작업했는데, 김용훈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제가 초반부터 촬영에 들어간 게 아니라 중반부에 투입됐어요. 처음 현장에 갔을 때 깜짝 놀란 건 감독님이 현장을 즐기고 계시더라고요. 굉장히 여유 있어 보여서 놀랐어요. 그러기가 쉽지 않을 텐데 말이에요. 촬영 시작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들어갔을 때는 신인 감독님답지 않게 같이 즐기면서 현장에 계시는 게 보였어요.

▲ ‘지푸라기라도’ 전도연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 ‘지푸라기라도’ 전도연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Q. 촬영 전 미리 현장에 가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나요?
한 번은 가까운 곳에서 촬영한다고 해서 구경 간 적이 있는데 저를 부담스러워하더라고요. 하하. 저는 응원차 간 거였는데, 그때 ‘내가 현장에 가는 게 도움이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죠. 스태프들 전부 그랬어요. 현장에 갔는데 제게 ‘무슨 일로 오셨느냐’고 해요. 하하. 뭔가 보여주려 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하고요. 그래서 결국 중간에 돌아왔어요.

Q. 연희는 영화 중반에 등장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겨요. 직접 연기하면서 어땠는지 궁금해요.
재미있었어요. 스토리가 없으니까 편하고 홀가분하긴 했어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제가 뭘 만들지 않아도 연희가 이미 완벽히 만들어져 있었어요. 그래서 뭔갈 더 생각하기보다 비우고 편하게 연기하자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딱히 캐릭터 이입도 안 됐던 거 같아요. 하하. 그냥 상황을 즐겼죠. 연희가 그런 상황을 즐겼다는 것보다는 그 모습을 연기하는 제가 캐릭터를 즐긴 거 같아요. 지금까지 저는 사연 있고 어떤 감정에 이입하거나 이해해야 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연희는 소시오패스 같은 사람이잖아요. 그런 면모들이 재미있었어요. 새롭기도 했고요.

극중 연희가 미란(신현빈 분)을 죽이는 장면이 있는데 그 문신이 연희에게는 신분 세탁이잖아요. 이제 돈도 있으니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 미란을 죽이는 거죠. 촬영할 때는 몰랐는데 촬영 후에 모니터를 보니까 제가 미란을 죽이면서 몸을 틀더라고요. 즐겼다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그런 묘미가 있었던 거 같아요. ‘이렇게 하면 미란에게 있는 문신이 보이지 않겠다’라고 생각한 거죠. 이 상황을 위해 미란을 연희처럼 만든 거잖아요. 그 장면에서 제가 하는 게 연희처럼 보여서 감독님이 즐거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저도 모르는 순간 나와서 재미있었어요.

Q. 개인적인 해석이 들어가는 게 연기력을 보여줄 기회지 않나요?
저는 지금까지 그런 걸 너무 많이 보여줘서요. 하하. 조금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새로운 선택을 하고 싶고, 관객들도 전도연이라는 배우를 새롭게 봐줬으면 좋겠어요. 매력적인 것들도 중요하지만 쉬어가는 타임이라고 해야 할까요? 계속 힘든 역할을 하는 게 저도 즐겁지는 않아서요. 피하고 피해도 돌아오면 그게 제 거로 생각해 작품을 선택하지만요. 그런 작품을 앞으로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에요. 아이 잃은 엄마는 안 하겠다고 한 후에 ‘생일’을 선택한 것처럼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은 거죠.

Q. 연희는 이전까지 전도연 씨가 연기한 역할과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예요. 연기하면서도 색다른 경험이었을 거 같아요.
색다른 경험이었죠. 무엇보다 이 시나리오의 가장 큰 매력은 제가 처음부터 안 나온다는 거였어요. 하하. 지금까지 제가 힘들고 부담스러운 영화를 많이 했잖아요. 이야기도 재미있는데 전도연이 처음부터 나오지 않는다는 게 매력 있던 거 같아요. ‘백두산’에도 제가 잠깐 나왔는데 관객들이 ‘전도연 닮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하하. 그런 새로움이 있는 거 같아요. 그 정도만 해도 관객들이 새로워하시더라고요. 장르적으로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분량이 줄어든 것만으로도요.

Q. 연희의 전사는 어떤 식으로 생각하며 구축했나요?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연희의 모습이 과거에도 같을 거로 생각했어요. 다른 인물들은 전사가 있어서 변해가는 과정이 있었다면 연희는 지금 보이는 모습 그대로 과거 모습인 거죠. 연희가 저지른 모든 것들이 처음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렇게 살아왔을 법한 거죠. 감독님과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감독님은 “연희가 사람을 죽이는 게 처음이 아닐 거다”라는 말도 하셨어요. 하하.

▲ ‘지푸라기라도’ 전도연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 ‘지푸라기라도’ 전도연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Q. 연희는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끄는 캐릭터예요. 극을 이끈다는 부담감도 있었을 거 같아요.
캐릭터 자체가 시나리오에서 너무 완벽하게 만들어져 있어서요. 부담스럽게 뭔갈 하지 말자는 게 부담이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이미 세팅된 인물이어서요. 최대한 뭔가를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연희는 어떤 인물이지?’라고 고민하지 않아도 어떤 인물이라고 시나리오에 대사나 상황이 적혀 있어요. 지금 보이는 연희가 과거의 연희라고 하는 것도 시나리오에 그렇게 나와 있어서였어요. 그런 시나리오가 정말 반가웠어요. 부담도 없었고, ‘묻어갈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하하. 정말 감사한 시나리오였어요. 저희 영화에 인물이 정말 많아서 캐스팅이 관건이잖아요. 그래서 촬영을 언제 들어갈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을 결정하고도 굉장히 뿌듯했어요. 지금 연희는 눈에 보이는 게 다였다면 이전 캐릭터들은 보이지 않는 감정들이 더 중요한 인물이었던 거 같아요. 

Q. 극중 연인으로 나오는 정우성 씨와 첫 연기 호흡에 깜짝 놀랐다고 했는데,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만들었나요?
그때 정우성 씨 연기에 깜짝 놀랐어요. 하하. 감정을 잡아간 것보다는 버텼어요. 정말 강렬하고 짧게 만나서 버틸 수밖에 없었거든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런 게 없이 태영과 연희가 오래된 연인 관계라는 상황이 만들어져 있어서 버텨야 했죠. 시나리오상 태영이 이런 모습일 거라 생각했지만 정우성 씨가 연기하는 태영을 보는 게 당황스럽기도 했던 거 같아요. 두 사람의 첫 신이 연희가 태영에게 밥을 해주는 거였는데, 그 신이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그 신을 견디니까 연희와 태영의 관계가 재미있더라고요. 재미있을 때 끝나서 되게 아쉬웠어요.

Q.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정우성 씨는 어땠나요?
태영의 모습이 정우성 씨에게 있어요. 태영이라는 캐릭터를 정우성 씨가 한다고 했을 때 ‘밑바닥에서 망가져야 하는 인물인데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궁금하기도 했어요. ‘어떻게 그 인물을 만들어 나갈까’ 하고요. 저는 정우성 씨한테 그런 모습이 있다고 생각해요. 궁금하고 재밌더라고요. 함께하고 나니까 정우성이라는 배우가 굉장히 궁금해졌어요. 지금까지 같이 작품을 할 기회가 정말 한 번도 없었거든요. 이전까지 우성 씨가 정말 많은 배우와 멜로를 찍어서 “제가 끝인가 봐요”라고 했더니 정우성 씨가 되게 멋지게 “이제부터 시작이죠”라고 했어요. 하하.

Q. ‘지푸라기라도’가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면요?
저는 메시지가 없어서 좋았어요. 하하. 저희 영화의 주제는 순자가 불타는 집을 보면서 아들에게 한 이야기라 생각하거든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해도 다 살아간다는 점이죠. 감독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 대사가 너무 좋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신이기도 해요.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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