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사랑의 불시착’ 김정현, ‘시간’ 딛고 성장 “희망 발견했어요”
▲ 김정현 (사진=오앤엔터테인먼트)
▲ 김정현 (사진=오앤엔터테인먼트, 디자인=엄윤지 디자이너)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제가 다시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배우 김정현에게 이번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지난 2018년 MBC 드라마 ‘시간’ 제작발표회에서 태도 논란으로 문제가 불거졌고, 이후로는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했다. 1년이 넘는 기간의 공백을 가진 후 다시 돌아온 김정현은 “좋은 연기로 보답하겠다”라는 말을 제대로 실천하며, 다시금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려 tvN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달성하며 인기리에 방영된 ‘사랑의 불시착’에서 김정현은 사기를 치고 북한으로 도망친 사업가 구승준 역을 맡았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던 구승준은 점차 타인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면모를 보여주며 한층 성장했다. 비록 마지막에는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지만, 여기서 김정현의 연기력은 진가를 발휘하며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제니스뉴스와 김정현이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 카페에서 ‘사랑의 불시착’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함께 나눈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 김정현 (사진=오앤엔터테인먼트)
▲ 김정현 (사진=오앤엔터테인먼트)

Q. 종영 소감은요?
오랜 기간 촬영을 했어요. 거의 반년 정도 촬영했는데요. 시청자분들이 많이 사랑해주셔서 결과도 좋게 나왔고, 종방연도 즐겁게 해서 감사하고 있어요.

Q. 드라마의 어떤 면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고 생각하나요?
우선 사랑 이야기라서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라 생각했어요. 북한은 아주 가깝지만 많은 분들이 잘 모르는 곳이잖아요. 남과 북을 오가면서, 양쪽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아낸 드라마라 시청자분들이 느끼기에 판타지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윤세리(손예진 분)와 리정혁(현빈 분)의 사랑이 발전되고, 서단(서지혜 분)과 구승준의 사랑도 있었고, 5중대 대원들에게 벌어지는 일들까지 다양해지면서 시청자의 관심이 높아지지 않았나 생각해요. 또 윤세리, 리정혁의 사랑이 어떻게 이뤄질까에 대한 궁금증도 갈수록 높아진 것 같고요.

Q. 서단, 구승준의 로맨스가 이렇게 진전될 줄 알았나요?
처음에는 윤세리와 리정혁을 떨어트려놓기 위해 공조하다가, 서로 알아가면서 진전이 된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후반에 키스신도 있고, 서단을 위해 구승준이 목숨을 바칠 줄은 몰랐죠. 덕분에 두 사람의 감정이 많이 돋보여서 시청자분들께서 재밌게 봐주신 것 같아요.

Q. 어떻게 두 사람의 관계가 발전됐다고 생각하나요?
서단이 제가 사기꾼이라는 걸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 파악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아마도 두 사람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밖에서 도도한 모습인 서단이 당황도 하고 화도 내고 부드러운 부분을 드러내면서 인 것 같아요. 또 서단은 인간적으로 구승준을 대하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구승준이 성장하고, 서단도 성장하면서 더 멋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떠났어요. 박지은 작가님께서 서단과 구승준의 관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서 써주셔서요. 서로 성장하는 모습을 시청자분들께서 예쁘게 기억해주신 거 같아요.

Q. 구승준이 결국 죽게 되는 결말이 아쉽진 않았나요?
아예 아쉽지 않은 건 아니에요. 많은 사랑을 받을 때 죽어버렸으니까요. 반대로 생각하면 구승준이 죽어서 시청자분들이 많이 안타까워해줬는데, 구승준이 많은 사랑을 받은 덕분에 안타까워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청자분들의 기억에 남는 인물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그동안의 구승준을 보면, 죽음을 잘 피해서 도망갈 것 같은 인물이잖아요. 능글맞고 능청맞은 인물이었는데, 그런 선택을 하면서 죽음을 맞이한 게 시청자분들의 뇌리에 각인되는데 좋은 상황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Q.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찍을 때의 감정은 어땠나요?
죽을 때 구승준이 했던 대사가 많이 생각나요. 서단에게 “그때 뭐가 좋았던 거야? 라면? 어떤 남자? 아니면 내가?”라고 물어요. 서단이 혼자 남는 게 쓸쓸할 수 있겠다는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때 당신이 나한테 지어준 미소 덕분에 내가 당신을 마음에 뒀다는 마음의 표현이기도 했어요. 그 시간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굉장히 당신을 사랑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죠. 그 마음 덕분에 서단도 받은 반지를 버리지 않고, 웃으면서 멋지게 살아갈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당신은 되게 멋있는 사람이에요”라고 계속 말해주고 싶었거든요. 그런 의미들을 담아 작가님께서 구승준을 잘 죽여주신 것 같아요. 새드 엔딩이라고 하시지만, 아름답게 마무리가 됐다고 생각해요.

Q. 멜로 외에 이야기하고 싶은 드라마의 매력은요?
사랑 이야기만으로는 시청자분들이 갈증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분단이라는 내용이 있어서 윤세리와 리정혁의 사랑이 더 애틋하게 비친 것 같아요. 조철강이라는 방해 요소가 있어서 시청자분들이 위기감을 느낄 수 있게 잘 조성이 됐죠. 북한에 있는 군인들이 남한으로 넘어왔을 때의 반응들도 시청자분들이 보는데 즐거운 요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저희가 알지 못하는 키핑 사업이라는 것도 궁금증도 유발할 수 있었죠. 마을에서 소소하게 살아가고 있는 ‘북벤져스’의 역할도 되게 컸다고 생각하고요. 따뜻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드라마였어요.

▲ 김정현 (사진=오앤엔터테인먼트)
▲ 김정현 (사진=오앤엔터테인먼트)

Q. 드라마 ‘시간’에서 건강상의 이후로 하차하고, ‘사랑의 불시착’으로 복귀했어요. 이제는 괜찮아졌나요?
1년 5개월 만에 다시 인사를 드렸는데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저에겐 길었던 시간이었어요. 그 시간 동안 반성도 있었고, 또 다른 희망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제가 많이 모자라다는 걸 느끼고 질책하는 시간도 있었어요. 그 사이에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죠. 그걸 잘 지표로 삼아서 살면 앞으로 더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쉬는 기간 동안 사랑이 박탈된 사람이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저의 자존감을 키워준 이번 작품이 소중하고 감사해요.

Q. 왜 사랑에서 박탈된 느낌을 받았나요?
몸과 마음이 아프다 보니 ‘왜 사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죽음이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요. 자존감이 떨어지면서 제가 아무것도 받을 수 없는 사람 같고, 살기 힘든 상태까지 갔었어요.

처음에 감독님이 저를 보자고 얘기하실 때, 어떤 상태인지 보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감독님께서 “즐겁게 하자”, “재밌게 하자”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고요. 실제로 되게 즐거운 현장이었고,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줬어요. 많은 사랑 받으면서 마음의 살이 많이 붙었는데, 대신 과신은 하지 않으려고 항상 관리하려고요. 운동선수들이 재활훈련을 계속하는 것처럼, 배우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음에 근육을 키워야죠. 지금은 그때 이야기를 이렇게 하는 거 보면 많이 나아진 거 같아요. 지금은 되게 행복하고 좋은 상태예요.

Q. 기억에 남는 호평이 있다면요?
우선 주변 지인들이 좋아하더라고요. 부모님, 친구들, 친구들의 부모님까지 “재밌게 봤다”면서 응원 메시지를 많이 주시더라고요. 기억에 남는 건, 촬영 중일 때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어요. 그때 어떤 분이 오시더니 “드라마 잘 보고 있다”고 해주시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저는 김정현이었지만, 구승준으로서 저한테 응원을 해주시는 걸 보고 정말 잘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식당에 갔는데 “언제 남한에 왔냐”, “잘 먹고 가라”고도 해주셨어요(웃음). 드라마가 대중과 참 가까이 있다고 느끼고, 배우라는 직업이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Q. 평소 작품 캐릭터 분석을 많이 하는 편인가 봐요?
저는 다른 곳에서 의견을 가져오거나 영감을 받진 않고,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대본에 기반해서 캐릭터를 파악했어요. 이번에 ‘사랑의 불시착’도 대본을 읽으면서, 구승준이 이 상황에선 어떤 마음으로 말을 할지 고민했죠. 사실 뉘앙스와 분위기는 대부분 현장에서 완성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따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보다는 대본을 많이 봤어요. 그리고 구승준 이야기만 보는 게 아니라 윤세리, 리정혁, 5중대 대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맥락을 파악하려고 했죠.

Q. 연기를 전공한 것이 본인의 연기력에 미친 영향은요?
연기에 대한 기본적인 훈련을 시켜줬죠. 당시엔 ‘이게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는데요. 반복된 수업을 통해 많이 발전했어요. 특히 좋았던 점은 제가 부산 출신이라 사투리가 조금씩 나왔는데, 선생님께서 일대일로 맡아서 표준어를 익힐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그리고 학교에서 대본에 기반해서 연기할 수 있는 김을 길러줬고요. 대본을 읽고 분석하고 소화하는 방법을 고민하도록 훈련했거든요. 제가 경험하지 못한 걸 전달해야 할 때가 많잖아요. 거기서 제가 그냥 느끼는 감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큰 깨우침도 있었어요.

Q. 앞으로는 배우 김정현, 그리고 인간 김정현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요?
사람이 직업을 뗄 수 없잖아요. 인간 김정현으로서 여유를 잘 찾으면, 배우로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유를 가지고 존재하기 위해 노력할 거고, 제 상태를 늘 잘 들여다보면서 선택을 하려고 해요.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