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사랑의 불시착’ 양경원 “제2의, 제3의 표치수 많아지길 바라요”
▲ ‘사랑의 불시착’ 양경원 ‘표치수의 치명적 매력’ (사진=문찬희 기자)
▲ ‘사랑의 불시착’ 양경원 (사진=문찬희 기자)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후라이 까디 말라우”. 최근 최고 시청률 20%를 넘어서며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명대사 중 하나다. 북한 말로 ‘거짓말하지 말라’는 의미를 지닌 이 대사는 배우 양경원의 차진 사투리와 표정으로 시청자들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물론 아직은 양경원보다 역할 이름인 표치수로 더욱 기억되는 그이지만, 오히려 그는 “앞으로도 만나게 될 인물의 이름으로 기억되고 싶다”라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양경원은 극중 5중대 대원 표치수 역할을 맡았다. 센 척하고 겉으로는 차갑게 보이지만, 사실은 정이 많은 츤데레 같은 인물을 매력 있게 그려낸 양경원은 그야말로 ‘신스틸러’로 눈도장을 찍었다. 단순히 조연인 줄만 알았던 그는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 좋은 케미스트리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시청자들에겐 신선한 마스크지만 사실 양경원은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단원.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 오르며 관객들과 만나며 연기 경험을 쌓아온 터다. 덕분에 안방극장서 첫 역할을 거머쥔 ‘사랑의 불시착’에서도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다.

드라마가 종영한 후 양경원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제니스뉴스를 방문했다. 따로 소속사가 없어 직접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지만, 그는 자신에 대한 관심에 모두 보답하기 위해 일일이 매체를 찾아 인사했다. 바쁜 인터뷰 스케줄로 피곤할 법도 하지만, 양경원은 밝은 모습으로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 ‘사랑의 불시착’ 양경원 ‘표치수의 치명적 매력’ (사진=문찬희 기자)
▲ ‘사랑의 불시착’ 양경원 (사진=문찬희 기자)

Q. 혼자 인터뷰를 다니기 힘들지 않나요?
오히려 혼다 다니니, 다른 신경 쓸 것도 덜하고 편해요. 제가 잠만 덜 자면 되죠. 저는 감사한 마음으로 스케줄을 다니고 있어요.

Q. 드라마를 잘 마친 기분, 특히 마지막 회에서 표치수가 중대장으로 진급하게 된 소감이 궁금해요.
일단 너무 아쉬워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작품을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거든요. 어쨌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건데, 그 끝이 조금 더 늦게 찾아왔으면 했지만 어쩔 수 없으니까요. 배우, 스태프, 관계자분들 모두에게 감사해요. 시청자분들께도 정말 감사하고요.

진급 소감은, 사실 총정치국장 정도로 끝나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요(웃음). 그래도 중대장으로 진급했으니, 그것을 발판으로 총정치국장으로 올라가보도록 할게요(웃음).

Q. 주인공뿐 아니라 조연 캐릭터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았어요. 특히 표치수가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우선 그런 작품을 만들어준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해요. 그리고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자유를 주고 믿어주신 감독님께도 감사하고요. 3명의 연출님께서 함께해주셨는데요, 색깔이 다른 분들이셨는데 선장인 이정효 감독님을 필두로 너무 잘 항해를 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치수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치수를 잘 바라봐준 5중대 대원들과 세리(손예진 분) 덕분이라 생각해요.

Q. 매체로서 캐릭터가 주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본인에게 갖는 의미가 궁금해요.
이전에 ‘아스달연대기’를 했는데 이 정도의 분량과 사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단역을 제외하고 첫 배역을 맡은 작품이라 좋은 경험을 했어요. 저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해주고, 지금까지 해왔던 연기에 대한 고민과 훈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신하게 해준 좋은 계기가 됐죠. 그리고 이번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더욱 확신을 갖고, 걸어온 길대로 훈련하고 발전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Q. 처음부터 표치수 역으로 오디션을 봤나요?
치수, 수찬(임철수 분), 창식(고규필 분)까지 세 명의 인물을 준비했어요. 2차 때 표치수로 콜을 받아 다시 준비했고, 3차까지 거쳐서 최종 캐스팅이 됐어요. 아무래도 비주얼이 한몫을 한 것 같아요. 직접적으로 제가 캐스팅된 이유를 감독님께 여쭤보진 않았지만,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외향이 많은 작용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부모님께 감사드려요.

Q. 5중대의 케미스트리가 좋았어요. 현장 분위기도 좋았을 것 같아요.
실제로도 너무 재밌었죠. 저는 5중대 대원들과 함께 있는 게 정말 즐겁고 행복했거든요. 그래서 요즘 혼자 다니는 게 외롭고 그래요.

Q. 5중대가 모여있을 때 웃음 포인트가 많았던 만큼, NG도 많이 났을 것 가아요.
대사의 숙지가 안 돼 있거나, 동선이 꼬여서 NG가 나진 않았고요. 웃음을 못 참아서 나는 경우가 더러 있었어요. 저희는 너무 웃긴데, 스태프분들껜 죄송하고 그랬죠. 웃픈 그런 NG들이 종종 있었어요. 서로 너무 친하게 잘 지내서, 사춘기 소녀마냥 눈만 마주치면 웃게 되는 현상이 벌어지더라고요.

▲ ‘사랑의 불시착’ 양경원 ‘대체 불가 신스틸러’ (사진=문찬희 기자)
▲ ‘사랑의 불시착’ 양경원 ‘대체 불가 신스틸러’ (사진=문찬희 기자)

Q. 작품이 이렇게 잘 될 거라 예상했나요?
워낙 유명한 작가님과 연출님이었고, 주인공이 현빈 씨와 손예진 씨잖아요. 사람들이 기대를 갖고 많이 보시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 외의 다른 조건이나 환경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너무나 뜻밖에 여러 인물들이 모두 사랑을 받았어요. 사택마을 사람들, 세리스초이스 사람들까지 모두요. 천사장 역의 홍우진 형은 같은 극단이라 친한데, 인물의 특성상 함께 촬영하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그래도 드라마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힘이 됐죠. 수찬 역의 임철수도 같이 작업했던 동료인데, 억울한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고요. 정말 좋은 사람들과 작업한 덕분에 많은 관심을 받아서 참 감사해요.

Q. 배우들도 시청자의 마음으로 다음 대본을 기다리곤 했나요?
5중대가 남한에 내려갈 거라는 말을 듣기는 했는데, 과연 언제 어떻게 내려가는지 되게 궁금하더라고요. 그리고 과연 세리와 정혁(현빈 분)은 어떻게 될지, 5중대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누가 죽으면 어쩌지라는 호기심이 있었죠. 박지은 작가님이 정말 천재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중요한 배역에 저를 선택해주신 작가님, 연출님, 관계자분들은 모험가의 성향을 가진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모험을 해주셔서 감사하죠.

Q. 츤데레 같은 표치수 캐릭터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양경원 씨가 분석한 표치수는 어떤 인물이었나요?
저는 ‘표치수는 나약한 사람이다’라고 결론을 내렸어요. 나약하기 때문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들이 발동해서 괜찮은 척하고, 강한 척하는 거죠. 그래서 표치수가 뱉는 강한 말투나, 행동들이 전혀 밉게 보이지 않고 이해가 되고 연민이 느껴지기도 해요. 저에게는 표치수가 그랬어요. 사실 치수는 전혀 우스워 보이고 싶지 않았고, 웃기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었거든요. 다만 상황들과 결부돼서 재밌는 거였죠. 저는 그래서 더욱 치수의 목적을 대신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Q. 북한 말을 구사하는 연기가 어렵진 않았나요? 얼마나 준비했나요?
촬영 한 달 전부터 북한 말 선생님을 미리 만나서 같이 대사 연습을 했어요. 선생님께서 모든 캐릭터에 북한 말을 녹음해서 개인별로 넘겨주셨거든요. 그걸 계속 듣고 입에 어느 정도 익혀서 각자의 캐릭터에 옷을 입히죠. 선생님께서 현장에서 상주하시면서 저희 대사에 코멘트를 해주시기도 했어요. 물론 워낙 대본이 북한 말로 잘 쓰여있었어요. 잘 적힌 북한말에 각각의 억양, 속도 등을 선생님과 조율해서 완성시켰죠.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북한 말 자체에 부담을 가지다 보면, 더 신경 써야 할 인물의 사고를 표현할 수가 없잖아요. 언어에서 자유롭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어요.

Q. 기억에 남는 장면 중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을까요?
세리가 북한에 불시착하고 중대장이 숨겨주고, 조철강(오만석 분)이 낌새를 알아차리고 5중대 대원들을 전부 소환해서 고문하고 구타하지만, 저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 이후에 중대장 집에서 라면을 먹는 신이 있어요. 치수는 세리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누구도 세리의 존재와 중대장의 행동에 대해 발설하지 않았거든요. 5중대 대원들의 의리, 아직 완전히 내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세리를 지키려는 마음이 자 드러난 신이었어요.

또 소풍 가는 길에 표치수가 리어카를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장면도 기억에 남아요. 처음에 표치수는 “무슨 소풍이냐”면서 반대하는데, 결국엔 소풍을 가서 고기도 잡고 같이 밥도 먹으면서 즐기거든요. 세리가 노래도 불러주고요. 그 장면들이 행복하고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요.

Q. 이번 작품으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어요. 차기작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을 것 같아요.
표시추와는 다른 색깔의 인물을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런 기회가 찾아오길 바라고 있어요. 제가 오디션을 보든, 아니면 먼저 제안을 주시든 무엇이든 좋아요. 전혀 다른 색깔의 양경원을 태어나게 해주고 싶어요. 부담감은 없다면 거짓말이죠. 워낙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셔서, 적어도 이만큼은 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어요. 그동안 극단에서 배운 것을 적용해서 만들어낸 표치수잖아요. 다음 단계는 그동안 훈련한 연기에 대한 근간을 가지고, 현장에서 새롭게 만나게 되는 어떤 분들의 도움과 조언들로 ‘제2의 표치수’를 만들고 싶어요. 부담감은 있지만, 기대와 설렘이 더 커요.

Q.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목표는 롱런하는 배우예요. 롱런하기 위해서는 믿음이 가는 배우가 돼야겠죠? 그런 배우가 되기위해서는 저의 흔적들이 잘 남겨져야 해요. 그래서 앞으로 제2의, 제3의 표치수, 저의 자식 같은 인물들이 세상이 많이 태어났으면 좋겠고, 계속 회자가 되고,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면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계속 연기에 대한 고민과 훈련을 통해 유연한 사고를 가진 배우가 돼야죠. 지금처럼 기본적인 것들을 망각하지 않고 살고 싶어요. 저는 양경원으로 알려지는 것보다, 제가 맡은 배역으로 불리는 게 좋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표치수로 불리는 게 반갑고 감사해요. 다만 다음에 맡게 될 아무개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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