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기생충’ 곽신애 대표 “오스카 감독상 받는 순간, 작품상 수상도 예견했죠”
▲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사진=CJ엔터테인먼트)
▲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니스뉴스=마수연 기자] “‘기생충’ 전까지 영화 제작이라는 직업을 계속해도 되는지 정말 많이 헷갈렸어요. 이번에는 감독님이 큰 역할을 하셔서 묻어가지는 않았지만, 제가 치명적인 폐를 끼치지도 않았잖아요. 하하. 그래서 조금 더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기생충’이 기록할 만한 성적을 내며 마침내 금의환향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제77회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한 4관왕을 휩쓸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2019년 최고의 영화로 인정받았다.

이에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는 봉준호 감독과 함께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영화인이 됐다. 그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으로 아시아 여성 영화 제작자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자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또한 봉 감독과 함께 약 6개월의 오스카 레이스를 통해 영광의 순간을 함께했다. 국제 영화 시장을 몸소 경험하고 온 곽신애 대표가 다음으로 선보일 영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곽신애 대표를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간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던 오스카 레이스 과정과 ‘아카데미 시상식’ 비하인드 스토리, 제작자 곽신애의 이야기까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인터뷰를 이 자리에서 공개한다.

▲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사진=CJ엔터테인먼트)
▲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사진=CJ엔터테인먼트)

Q.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 소감이 짧았던 거 같은데,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그게 요약한 거였어요. 하하. 감독님이 하신 수상소감을 제가 한 번 더 했다고 생각해 주세요. 시상식에서 제가 상을 받게 되면 작품상이라 가장 나중에 올라가게 되잖아요. 그래서 감독님 수상소감을 듣다가 안 겹치는 말만 골라서 하거든요. 감독님이 배우들, 제작사도 다 언급하셔서요. 남은 게 아카데미 회원에 대한 것밖에 없었어요. 저희 영화에 투표해주신 그들의 용기죠. 백 스테이지 인터뷰 때 그런 말을 했어요. 변화에 대한 그들의 선택이 존경스러웠어요. 이기적으로 생각하면 안 줄 수 있잖아요. 이 상은 힘과 명성을 얹어주는 거니까요. 굳이 미국 산업 내에 있지 않은 영화에 힘을 실어준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라 생각하거든요. 영화의 본질적인 가치나 어떤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저와 그분들 모두 동의한 거 같아 우정이 느껴졌죠. 영화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의 공감대가 느껴져 거리감이 확 좁혀졌어요. 저는 여기가 타지고 영어도 못 써서 그들과 섞여 있을 때 동떨어진 느낌이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도 함께 대화해 보니까 ‘영화를 사랑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같구나’라고 생각했어요.

Q. 오스카상 총 6개 부문 노미네이트, 4개 부문 수상을 이뤘어요. 이만큼 상을 받을 거라 예상했나요?
많은 현지 매체에서 계속 예측 기사를 썼는데 수상작이 계속 바뀌었어요. 막판까지도 작품상과 감독상은 ‘1917’인 걸로 예측되고 각본상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경합하는 느낌이었죠. 그랬는데 다 우리에게 와서 깜짝 놀랐어요. 예상할 수 없었던 거 같아요. ‘칸 영화제’에서도 본선은 가고 상 하나는 받을 거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평이 워낙 좋았으니까요. 이렇게 평이 좋으니 아무것도 안 줄 거로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하하. 이번에도 어느 시상식에 가도 저희가 가장 핫한 테이블이고, 봉 감독님이 가장 핫한 인물이고, 우리 배우들을 보면 눈을 크게 뜨고 좋아하더라고요. 작품에 대한 반응이 열띠다는 건 알고 있었죠. 그래서 ‘국제장편영화상 외에 뭐라도 하나는 받겠지’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끼리 내기할 때 각본상에 건 사람도, 작품상, 감독상에 건 사람도 있었는데 다 같이 이긴 거죠. 하하. 저와 송강호 선배님은 작품상에 걸었어요. “그래도 제작자인데 작품상에 걸어야지”라면서요. 

Q. ‘기생충’이 유일하게 현재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는 점이 수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어요.
해석은 다양하게 할 수 있고, 8천여 명의 협회 회원들이 각자 마음에 따라 투표하는 거라서요. 제가 아주 주관적으로 느낀 건 그들이 일단 영화에 깜짝 놀라고 감탄을 했고,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정말 궁금해했어요. 그러면서 ‘봉하이브’라는 말이 나온 거 같아요. 정말 거대한 팬클럽 같았어요. 감독님을 정말 좋아하고 무슨 멘트만 해도 웃고, ‘기생충’이 설명으로 언급만 돼도 박수를 치더라고요. 이 작품과 봉준호라는 예술가를 정말 사랑한다는 게 선명하게 느껴졌죠. ‘아카데미 시상식’ 때 백 스테이지에 가서야 우리끼리 이야기를 하는데 감독님이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라고 하셨거든요. 그때 저는 “무슨 일인지 알겠다”고 했거든요. 하하. 

예측대로만 하면 봉준호가 트로피를 쥐고 가는 걸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는 말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아카데미 회원들이 투표용지에 ‘봉준호’라는 이름이 보이면 다 투표한 거 같다”고 했어요. 실제로 봉준호라는 이름이 후보에 명기된 부분은 상을 다 받았어요. 작품상도 곽신애, 봉준호잖아요. 그 말을 들은 감독님이 웃더라고요. ‘감독상은 봉준호가 가장 유력하다’고 정립돼 있으면 제가 투표하는 사람이었어도 다 투표했을 거 같아요. 제가 한 달 동안 느낀 건 현지 사람들이 감독님을 너무 좋아하고 애정을 표현하고 싶어 안달이 났어요. 감독님에게 와서 “당신은 너무 천재고 영화가 훌륭하다”면서 어필을 해요. 이런 건 그냥 좋다는 게 아니라 흥분된 애정이란 말이죠.

이외에도 저희가 여기 와서 받은 상이 작가조합상, 비평가협회상이라 실제 종사자들을 만나잖아요. 적어도 그분들은 영화를 안 본 거 같지 않아요. 만나면 항상 몇 번씩 봤다고 횟수를 말하더라고요. 현지 배우들도 봉 감독님을 소개해달라고 했어요. 국내에서 핫하다고 하면 설레발이라고 하는데 현지에서는 더 핫했어요. 하하. 이 놀라운 영화를 만든 사람이라 좋아하는 거 같아요. 

▲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사진=CJ엔터테인먼트)
▲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사진=CJ엔터테인먼트)

Q. 작품상 수상을 예상했다고 했는데, 오스카 캠페인 동안 현장의 변화를 체감한 부분이 있다면요?
제가 예상했다는 건 내기에 걸었다는 거지, ‘우리가 받을 거야’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하하. 만약 받게 된다면 아카데미의 변화가 확인되는 거로 생각했죠. 변화한 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요. ‘1917’이 받으면 아카데미의 전통에 부합하는 결과라 생각했어요. 같이 작품상에 올라온 다른 작품의 PD가 “네가 마지막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받는다는 건 작품상을 의미하잖아요. 그 사람들이 원했던 거 같아요. ‘So white’나 보수적, 과거 지향적인 것을 깨고 싶은데 마침 좋은 작품이 나왔고요. ‘이렇게 좋은 작품이 나왔는데 이때가 아니면 언제?’라는 거죠. 미국 본토에서 좋은 작품이 나왔을 때 다른 작품을 주기는 어렵잖아요. 

Q.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 중 어느 쪽이 더 놀라웠나요?
둘 다 비슷했어요. 칸에서도 심사위원 상까지는 가시권이라 생각했는데 가장 마지막 상을 준 건 깜짝 놀랐죠. 아카데미에서도 국제장편영화상 외에 하나 더 받을 거로 생각했는데 했는데 감독상에서 불리는 순간 ‘작품상도 같이 올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세가 같이 넘어왔을 거 같았거든요.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어?’라는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놀랐죠.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상이니까요.

Q. 아카데미 당시 봉준호 감독의 덤덤한 태도가 많은 화제를 모았어요. 직접 옆에서 본 감독님은 어땠나요?
저희가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 작품상 순으로 받았는데 각본상과 국제장편영화상을 받고 상을 전부 받았다고 생각한 건 맞아요. 아카데미 전에 작가조합상을 받아서 자연스럽게 각본상을 받을 거로 생각했죠. 외국어영화상은 저희가 못 쓸어간 곳은 없어요. 하하. 다른 시상식에서 못 받은 건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던 거고요. 저희가 이전에도 작품상을 받으면 수상소감 순서를 어떻게 하느냐고 했을 때 감독님이 “왜 이렇게 김칫국을 마시느냐”고 했어요. 하하. 감독님은 “샘 멘데스와 ‘1917’ 프로듀서가 하겠지”라고 하시면서, 크게 가능성을 가지고 계시진 않은 거 같아요. 그랬는데 감독상을 부르니까 깜짝 놀라신 거죠. 이전까지 감독상을 한 번 받았는데 샘 멘데스와 공동 수상을 한 거였어요. 그래서 놀라신 거 같아요.

Q. 오스카 캠페인 초반 봉준호 감독님이 많이 힘들어했다고 들었어요.
감독님이 사람들을 잘 만나는 편도 아니고, 사교에 시간을 쓰는 사람도 아니에요. 영화 보고, 만들고, 시나리오 쓰고, 영화 만드는 사람을 만나는 것에 온 시간을 보내는 분이거든요. 최소한의 일만 하시죠. 처음에 감독님이 오스카 캠페인을 할 때 “무슨 파티를 이렇게 좋아하느냐”고 할 정도였어요. 하하. 본인이 그런 시간을 보낸 적 없는데 그걸 해야 하니까 스트레스였던 거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현지에서 만나는 감독들, 배우들 같은, 영화를 사랑하고 만드는 사람과 교류하는 것에 유일한 위안을 느낀 거 같아요. 이걸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시작한 건데 그 과정의 동력을 못 찾고 계시다가 노아 바움백이나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사람들과 조금씩 더 가까워지면서 생긴 거죠. 

Q. 직접 함께한 오스카 캠페인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이게 뭐하는 과정일까?’라는 걸 굉장히 많이 고민했어요. 제 나름대로 정리한 건 미국 영화 산업이 몇십 년 동안 자신의 산업을 선진화시키는 과정에서 생긴 시스템이라는 거였어요. 올해 나온 영화 중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고 미래를 위해 힘을 실어줄 만한 작품을 골라내고 검증하면서, 아카데미에서 상을 주면서 힘을 실어주는 거죠. 캠페인에 참여하고 상을 받는 사람들이 명성과 힘을 얻고 주목을 받게 되잖아요. 한 발 떨어져서 생각해 보니까 저도 미국 영화 중 기억하는 게 주로 아카데미 영화더라고요. 한국영화에는 여름, 겨울에 반짝 흥행하는 영화 이외에는 다른 식으로 인정하고 힘을 주는 시스템이 없는 거 같아요. 연말 시상식에서 생각지도 못한 작품이 상을 받는 게 잠깐일 뿐, 이 정도로 붐업돼서 산업에 다시 참여하는 느낌은 아니잖아요. 영화 산업 종주국 같은 역할을 하는 미국이 스스로 산업을 키워 나가는 방법 같았어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으로 한국영화가 인정받았다는 분위기도 있어요.
김연아가 잘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저절로 잘되는 건 아니잖아요. 제가 현장에서 느끼면서 좋았다고 느낀 건, 상 받기 전 좋은 분위기로 인기를 끌 때 여러 매체나 SNS, 파워블로거가 ‘기생충’이 재밌었다면 이런 영화도 보라고 리스트를 만드는 일이 활발하게 이뤄졌다는 점이에요. “‘기생충’ NEXT는 누구냐”는 언급도 많았고, 배우들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죠. 우리 배우뿐만 아니라 ‘한국에 누가 있지?’라는 반응도 나왔으니까 ‘기생충’의 효과가 없지는 않은 거 같아요.

▲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사진=CJ엔터테인먼트)
▲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사진=CJ엔터테인먼트)

Q. ‘기생충’이 영화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데, 그 중심에 서 있는 기분이 어떤지 궁금해요.
제가 변화를 이끌고 있나요? 하하. ‘올드보이’가 나왔을 때도 어떤 영향을 줬고, 이후에 나온 다양한 작품이 각각 시기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해요. ‘기생충’도 그중 하나라 생각하고요. 그런 작품들이 동료, 후진들에게 자극이 되잖아요. 그런 게 좋은 거 같아요. 틀에 박힌 걸 억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지만, 기존의 틀에 나를 끼워 맞춰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워진 게 좋은 거죠. 창작자들에게 불필요한 사전 검열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Q. 한편으로는 국내 영화 시장이 독창성 있는 영화를 선보이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지적이 나왔어요.
아무래도 쉽지 않죠. 제가 엄태화 감독과 ‘가려진 시간’을 만들었잖아요. 영화가 흥행은 안 됐지만 좋은 평가를 받았죠. 다음에 시나리오를 보시는 투자자나 배급사에서 감독님의 장편 영화를 보고, 가능성을 느끼고 투자를 할 거로 생각해요. 저는 감독님의 첫 작품을 만들게 함께했고, 다음 작품을 위해 외부와 접촉했을 때 “영화 좋았다. 잘 맞았다”라는 말과 “어떤 점을 보완하면 좋겠다”는 말을 계속 듣고 있거든요. 그래서 감독님이 다음 작품이 흥행하고 평가를 받으면 더욱 안정적인 지원을 받을 거라는 기대가 있어요.

Q. 제작자로서 좋은 감독을 확보하는 일 역시 중요한데, 감독의 신뢰를 얻는 대표님만의 방법이 있다면요?
봉 감독님과는 서로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결과를 낸 작업이 됐고, 엄태화 감독님과도 작품을 했지만 흥행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엄 감독님과 작업은 좋았기 때문에 다음 작품을 같이 할 기회는 있는 거죠. “저와 작품을 하면 어떠냐”고 제안하는 게 제 입장이잖아요. 제작자는 감독에게 프러포즈하는 남성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누군가가 좋고 그 사람에게 반하면 작품을 제안하는데, 그게 잘 되면 좋은 감독님이 제게 많을겠죠? 하지만 잘 안 되니까 없는 거고요. 하하. 지금은 엄 감독님과 작업한 과정을 보면서 저와 작업하고 싶다고 하신 신인 감독님이 있어서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상을 받은 감독님이거든요. “태화 형 하는 거 보니까 저도 대표님과 일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아이템 정하면서 3년 정도 시나리오를 쓰고 있어요.

Q. ‘기생충’으로 대표님의 커리어에 의미 있는 성적이 추가됐어요. 제작자로서 향후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거 같아요.
다른 것보다 좋은 감독님이 저와 작업하자고 시나리오를 가지고 오면 좋겠어요. 하하. 영화라는 게 작품마다 너무 달라서요. 이 작품이 잘된다고 다음 작품이 잘될 수는 없죠. 부모가 살아가며 얻은 인생의 교훈을 자식에게 넣으면 편할 텐데 그게 안 되는 거잖아요. 작품들도 제가 아무리 경험이 있어도 모든 걸 0에서 시작하게 되고요. 저와 작품 하면서 신뢰관계가 생긴 스태프들이 있으니까, 객관적 조건이면 하지 않겠지만 ‘저와 작업한 의리로 해주겠다고 하지는 않을까?’라는 건 있을 수 있죠. 그 작품이 좋은 완성도를 가질 때까지 끌어 올리는 건 제가 할 수 있는 범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Q. ‘기생충’은 대표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기생충’ 전까지 영화 제작이라는 직업을 계속해도 되는지 정말 많이 헷갈렸어요. 얼떨결에 제가 대표가 돼서 ‘내가 제작자라고?’라는 상태로 일을 시작했죠. 열심히 하는데도 2년 동안 크랭크인한 작품이 없다가 겨우 ‘가려진 시간’과 ‘희생부활자’를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내가 제작자를 하면 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있었죠. 이번에는 감독님이 큰 역할을 하셔서 묻어가지는 않았지만, 제가 치명적인 폐를 끼치지도 않았잖아요. 하하. 그래서 조금 더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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