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마수연 기자] “‘스토브리그’는 제게 꿈이죠. 아직 배우로서는 미생인데 ‘스토브리그’를 통해서 많은 분에게 저라는 배우가 있다는 걸 알렸어요. 그래서 꿈을 더 확실하게 꿀 수 있게 됐어요”
지난 14일 종영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최고 시청률 19.1%(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작품을 향한 사랑은 실제 야구선수를 방불케 하는 열연을 펼친 배우들에게도 이어졌다. 특히 드림즈의 에이스 투수이자 실력부터 인성까지,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한 강두기로 분한 하도권을 향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폭발적이다.
하도권은 매 작품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연기를 향한 그의 올곧은 열정은 고스란히 캐릭터에 스며들어 짧은 장면에도 쉽게 잊기 어려운 인상을 남긴다. 이와 같은 하도권의 매력은 그에게 잘 맞는 옷, 강두기를 만나 120%의 시너지를 뿜어냈다. 하도권과 닮은 진중함과 우직함이 모두 담긴 강두기였기에, 대중들이 그를 향해 열광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매력 넘치는 캐릭터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하도권이 ‘스토브리그’ 종영 이후 제니스뉴스와 만났다. 직접 마주한 하도권은 강두기만큼 진중했고, 강두기보다 더욱 유쾌한 언변으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즐거운 웃음이 가득했던 하도권과의 인터뷰를 이 자리에서 공개한다.

Q. 화제 속에 드라마를 마무리했어요. 종영 소감이 궁금해요.
감사하다는 말이 가장 먼저 나와요. 처음부터 끝까지 감사하다는 말뿐이에요. 다치지 않고 저희 팀 모두가 행복하게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요. 모든 부분에서 감사하죠.
Q. 작품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요?
저는 미팅으로 들어가게 됐어요. 오디션인지 알고 간 미팅이었는데 감독님께서 특별한 말 없이 “강두기 잘 부탁한다”고 하셔서 “잘 준비하겠다”고 했어요. 총 5부까지 대본이 나와 있어서 전부 보고 준비했는데, 리딩 없이 강두기의 옷을 제게 주셨어요. 대본에 나온 강두기가 저와 잘 맞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팀을 사랑하는 부분이나 강직하고 우직한, 마초 같은 느낌도 매력 있게 봤고요. 저는 그렇게까지 마초적이지는 않지만 제게도 그런 부분이 있거든요. 동질감을 많이 느꼈어요.
Q. 실제로 야구는 좋아하는 편인가요?
야구는 제게 보는 스포츠였죠. 하하. 제가 유니폼을 입고 야구를 할 거라고 상상은 못 했어요. 아들이 야구를 좋아해서 호흡 맞추느라 보기는 했어요. 아들은 키움 히어로즈 좋아해서 저도 같이 응원하고 있고요. 1년에 한두 번 정도 직관을 다녔어요.
Q. 야구선수 캐릭터인 만큼 실제로 야구도 해야 했는데, 준비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이 드라마를 하면서 야구를 하시는 분들을 굉장히 존경하게 됐어요. 보는 것처럼 쉬운 운동이 아니라는 걸 느꼈죠. 힘들고, 디테일하고, 섬세한 운동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통증도 만만치 않았어요. 어깨나 팔, 특히 팔꿈치가 훈련 초반에는 정말 많이 아팠어요. 훈련과 동시에 제 모든 삶을 야구선수처럼 만들었고요. 영상을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식으로 준비했어요. 저희 팀에 김기무라고 야구선수 출신이 있는데, 그 친구에게 투수 레슨을 많이 받았고, 제작부에서 준비한 야구 아카데미에서 1주에 두 번 정도 훈련했어요. 적성에 맞지는 않더라고요. 하하. 그렇게 준비해서 마운드에 오르니까 굉장히 짜릿했어요. 마운드에 서 있는 그 기분은 서 본 사람만 알 거예요. 모든 선수보다 조금 더 위에 있잖아요. 야구의 시작은 투수의 손에서 되고요. 중압감도 있지만 짜릿함도 있어요.
Q. 야구단과 야구선수라는 특수한 설정과 상황인데, 공감하기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저희 드라마는 야구라는 소재를 통해서 삶을 이야기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약물도 노력해도 힘든 상황에서 치팅 키를 사용할 수 있는 유혹이 온 거잖아요. 그 유혹을 뿌리칠 것인지, 받아들일 것인지의 선택 같았어요. 또, 저희 드라마는 노력한 것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열매가 오는 작품이었고요. 꼼수를 부리는 자에 대해 응징이 있었고 사필귀정, 정의가 승리하는 이야기라서요. 그래서 야구라는 특수성이 있었지만 공감이 갔고, 세상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강두기는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까지 완벽한, 야구팬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선수의 모습이에요. 이런 완벽함이 연기하기에 어렵지 않았나요?
어렵다는 것보다는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어요. 강두기는 팀을 떠나서 ‘이런 선수가 있으면 좋겠다’는 모든 야구팬의 바람을 넣어서 만든 캐릭터였거든요. 제가 강두기라는 옷을 입고 이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게 행복했어요. 강두기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한 건 투구폼이었어요. 강두기는 가장 잘 던지는 선수니까, 투구폼에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했죠.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강두기가 표현이 많지 않은 편이지만, 열정도 있고 뜨거운 사람이라서요. 그 완급조절을 많이 고민했어요.
Q. 극중 강두기의 드림즈 복귀 기자회견이 많은 화제가 됐어요. 특히 강두기의 “드림즈 내가 왔다!”라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는데, 대본상에도 그렇게 표현돼 있었나요?
대본에는 굉장히 심플하게 나와 있었어요. 저희 현장 분위기가 워낙 좋아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주고받았거든요. 감독님과 맞춰가는 와중에 생겨난 장면이에요. 그렇게 큰 이슈가 될 줄은 몰랐어요. 그 장면이 강두기의 시그니처가 됐죠.
Q. 강두기와 임동규(조한선 분)의 관계도 드라마의 주요 스토리였는데, 어떤 식으로 관계를 구축했나요?
처음에는 임동규와 강두기 전사가 노출이 안 돼서 저희도 짐작만 하고 몰랐어요. 두 사람이 신인 시절을 함께 했던 우정을 알게 된 다음부터는 모든 게 다 이해가 되더라고요. 한선이와의 호흡이요? 최고의 배우였고, 임동규는 최고의 타자였습니다. 케미스트리가 너무 좋았어요. 한선이는 저와 개인적으로 친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현장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특히 임동규가 약을 하려 할 때 강두기가 발견하는 장면은 굉장히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한선이와 많이 이야기하면서 풀어나갔죠.
Q. 강두기는 드림즈의 정신적 지주이자 리더 역할이었는데, 실제 하도권 씨는 어떤 편인가요?
저와 조금 비슷한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친구들이나 무리에 있을 때 리드하는 편이거든요. 강두기와 제가 비슷한 게, 저도 보스 같은 리더십이 아니라 아우르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닮았다고 느꼈어요. 저희 선수들 자체가 커뮤니티가 너무 좋았어요. 서로 친하니까 연기하는 것 자체가 자연스러웠죠. 제가 선수단에서는 거의 맏형이었거든요. 동생들이 잘 따라주니까 연기와 실제가 구별 안 될 정도로 잘 녹아났죠.
Q. 모든 배우가 입을 모아 즐거웠다고 말한 현장이었는데, 분위기가 어땠는지 궁금해요.
현실성이 떨어질 만큼 분위기가 좋은 현장이었어요. 추운 날씨에 매일 전지훈련 장면을 찍는데 불평하는 친구들이 없을 정도로요. 매일 너무 웃겨서 웃음 참느라 NG 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는 분위기를 주도하는 편은 아니고, 그들이 만든 분위기 안에 녹아있는 편이에요. 하하. 워낙 재미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요. 가장 호흡이 좋았던 배우요? 조한선 배우가 가장 좋았고요. 드림즈 안에서는 홍기준, 차협, 이용우가 가장 좋았어요. 용우가 정말 웃긴 친구예요.
Q. 16부에서 드림즈의 우승 여부를 알려주지 않은 채 열린 결말로 끝났어요. 그해 드림즈는 우승했나요?
드림즈가 우승을 했는지, 안 했는지 의미 없을 거 같았어요. 드림즈라는 팀이 꿈을 이룬 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었어요. 꼴찌 팀이 여러 과정을 통해 선하게 그 위치까지 갔잖아요. 코리안시리즈 무대에 오른 것만으로도 꿈을 다 이뤘다고 생각했어요. 졌다고 해도 아무 의미가 없죠. 하지만 이겼을 거예요. 강두기가 잘 던졌으니까요. 하하. 임동규가 홈런도 치고요.

Q. 드라마의 결말은 어떻게 봤나요?
처음 16부 대본을 보고 혼자 많이 울었어요. 대본 마지막 장에 작가 선생님이 배우들에게 각각 써주신 편지가 있었거든요. 그걸 보고 울었는데, 종방연 때 다 같이 모여서 마지막 화를 보니까 새로운 마음으로 울컥하더라고요. 배우들이 같이 전지훈련 장면을 찍던 추억들이나 시간이 다 생각났고요. 마지막에 “가자!”하고 선수들이 더그아웃을 나가는데 정말 저희가 선수단 같다는 느낌이 들면서 뭉클했어요.
Q. 하도권 씨가 뽑는 ‘스토브리그’ 명장면이 있다면요?
장진우(홍기준 분) 투수가 연습경기에서 안타를 하나도 안 맞았어요. 그 이후에 선수단 회식을 하는데, 장진우 선수가 한쪽에 앉아서 아내와 통화하며 울컥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게 40대 가장들이라면, 야구를 떠나서 공감할 수 있던 부분이 아니었나 싶어요. 또 임동규와 백승수(남궁민 분) 단장이 바다에서 만나서 “드림즈에서 은퇴하시겠습니까?”라고 묻고, 임동규가 “드림즈에서 야구해야죠”라고 대답하고, 둘이 걸어오는 장면이 있는데 세상에서 가장 멋있었어요.
Q. 시청자도 배우들도 과몰입하며 드라마를 즐겼는데, 과몰입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대본의 힘 아닐까요? 저희가 과몰입할 수밖에 없던 게, 이신화 작가 선생님과 우리 선수들 모두가 드림즈가 겪는 일들에 하나의 조각으로 있던 거 같아요. 배우들 각각이 이 작품을 통해 성장했거든요. 그래서 과몰입이 아니라 실제로 그 삶에 녹아있던 거죠.
Q. 배우들 모두 대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특히 디테일이 좋았다고 들었어요.
정말 디테일의 왕이었어요. 이 대본은 누가 와서 그대로 읽기만 해도 명대사라고 할 정도로요. 시리가 읽어도 될 거예요. 하하. 배우로서는 행복한 일이죠. 강두기도 명대사가 너무 많았고요. 생각나는 명대사요? 백승수 단장이 전지훈련 끝나고 나서 “이렇게 추운 곳에서 고생하게 해서 미안하다”면서 선수단에 인사하는 대사가 정말 멋있더라고요.
제 대사 중에서는 타이탄즈와 트레이드 발표 후에 백승수 단장에게 했던 말이 기억나요. “많은 것들을 품고 계시는데 그 중 저 하나를 떨어트린 거다. 그것을 주우려다가 갖고 계신 걸 놓치지 마십시오”라고 하는 말이 가슴에 와 닿더라고요. 마지막에 강두기가 “잠시나마 꿈들을 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는데, 이건 대본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연기하다가 그 말이 툭 튀어나왔어요. 제 마음이 그렇더라고요. 드림즈 안에서 강두기로서, 하도권으로서 꿈을 키우게 됐거든요. 그 말을 팬들한테나 작가 선생님, 모든 사람에게 꼭 하고 싶었어요.
Q. 방영 전 우려와 달리 야구를 좋아하는 시청자도, 야구를 모르는 시청자도 ‘스토브리그’를 즐겼어요. 이처럼 모든 시청자를 아우를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요?
사람들이 원하는 삶의 방식이 이 드라마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모두가 정의롭게 살아야 하는 걸 알지만 현실에서는 그러지 못하고 타협해야 하고, 요령을 부려야만 성공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사람 마음은 그렇지 않고요. 이 드라마에서는 그런 게 많이 그려진 거 같아요. 하지만 과장되거나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요. 그 과정에서 정의롭고 따뜻한 사람이 성공하는 걸 환호해주신 거 같아요.
Q. 강두기를 향한 팬들의 관심이 폭발적이에요. 인기를 실감하고 있나요?
요새 많이 실감하고 있어요. 이렇게 인터뷰할 때 가장 많이 실감하죠. 많은 분이 저를 궁금해하시고 찾아주시는 거로 실감해요. 여기저기서 알아봐 주시는 게 좋아요. 강두기가 더 유명한 거요? 전혀 아쉽지 않고 너무 좋아요. 저도 옛날에는 네이버에 제 이름을 검색했는데, 이 작품을 검색하면 강두기를 먼저 검색하더라고요. 하하. 주변에서 함께 기뻐해 주고 계세요. 잘 돼서 좋다고요. 제 주변에서만 아는 게 아니라 어딜 가든 ‘스토브리그’, 강두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까 자랑스럽다고 하고요. 저도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Q. 지난해 ‘황후의 품격’에 이어 ‘스토브리그’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어요.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요?
강두기라는 옷이 제게 너무나도 잘 맞는 옷이었던 거 같아요. 이 옷은 벗어야 하지만, 앞으로 어떤 옷이든 멋있게 입어보고 싶어요. 시청자들이 ‘황후의 품격’의 추 대장이 강두기였다는 걸 모르시더라고요. 저는 그런 게 좋아요. 제가 어떤 역할을 할 때 이전 역할이 오버랩되지 않고 새 캐릭터로 보이는 게 제게는 가장 큰 칭찬인 거 같아요.
Q. ‘스토브리그’는 하도권 씨에게 어떤 작품인가요?
꿈이죠. 아직 배우로서는 미생인데 ‘스토브리그’를 통해서 많은 분에게 저라는 배우가 있다는 걸 알렸어요. 그래서 꿈을 더 확실하게 꿀 수 있게 됐어요. 앞으로 제가 꿈을 어떻게 이뤄 나갈지 ‘스토브리그’ 팬들이 배우 하도권을 지켜봐 주신다면, 제게는 또 다른 스토브리그가 될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