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당신은 우리의 별이니까"
안느의 대사 중 하나다. 그의 말처럼 마리 퀴리는 여성이자, 약소국이었던 폴란드 이방인에게 별처럼 빛나고 희망적인 존재였다. 세상의 수많은 편견에 맞서 당당하고 소신 있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마리 스크워도프스카 퀴리의 이야기가 뮤지컬 '마리 퀴리'에서 펼쳐진다.
'마리 퀴리'는 뮤지컬계 새로운 물결 중 하나인 여성 서사를 그리고 있다. 라듐을 발견해 노벨상을 수상한 유명 과학자로 알려진, 아직까지도 누군가에게는 퀴리 부인으로 기억되고 있는 마리 퀴리의 삶을 들여다본다.

마리 퀴리는 파리로 유학을 떠나 연구 생활을 시작했고, 1898년 조국 폴란드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폴로늄을 발견한 인물이다. 그해 12월 라듐을 발견해 관심을 모았고, 새 방사성 원소를 탐구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에 마리 퀴리는 노벨 물리학상과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고, 라듐연구소 건립에 기여했으며, 세계대전 당시에는 뢴트겐 투사기를 보급해 수많은 부상자들의 목숨을 구했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때문에 '마리 퀴리'는 여성극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작품은 실패와 고통에도 잡초처럼 일어나는 한 인간의 성장사를 찬찬히 그리며 감동을 선사한다. 또 그런 마리 퀴리를 누구보다 믿고 응원하는 안느와의 연대는 뭉클한 여운을 남기며, 따뜻한 마음으로 마리 퀴리를 서포트하는 남편 피에르 퀴리의 대사들 또한 마음을 울린다.
배우 김소향은 연약해 보이지만 자신의 연구에 있어서는 강한 신념으로 반짝이는 외유내강 마리 퀴리를 표현한다. 이야기의 흐름에 맞춰 호기심, 성공과 실패, 좌절, 상실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내는 김소향의 몰입력이 대단하다. 극 후반부에는 에너지를 한껏 실어 감정을 쏟아내는데, 그때 흘리는 그의 눈물은 여러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신다. 다양한 목소리와 표정을 지닌 김소향의 연기는 극 말미 뜨거운 박수갈채를 이끌어낸다.

안느를 연기하는 김히어라는 씩씩하고 정의로운 면모를 잘 보여준다. 특히 공장 직공들의 알 수 없는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 공장의 높은 탑 위에 올라 "나를 부검해달라"고 소리칠 때, 자신을 말리는 마리 퀴리에게 "라듐이 아닌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장면에서 연기의 포텐을 터트린다.
좋은 서사,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에 어우러진 아름다운 넘버, 감각적인 무대 연출 등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충분하다. 오는 29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만날 수 있다.